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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워킹맘 엄마가 생각하는 리더는..

● 날짜 : 2019.6.8.(토)

● 날씨 : 맑음

● 제목 :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워킹맘 엄마가 생각하는 리더는..

11살 딸아이가 며칠 전 설움에 북받친듯한 표정으로 노트에 뭔가를 잔뜩  적은 걸 보여줬다. (11살 워니도 엄마처럼 스트레스가 있으면 글로 정리하면서 나름 생각을 가다듬는 듯하다..) 내용을 쭈욱~~ 읽어보니, 학급 친구들과 신체 활동하다가 친구들끼리 트러블 있었던 듯한데, 그 상황을 정리하는 와중에 누군가가 딸아이에게 "네가 회장인데... 회장이 돼서 네가 양보하고 더 잘해야지~~."라는 뉘앙스로 말을 했던 모양이다. 딸아이는 "학급 회장"이라는 이유로 더 많이 배려하고, 더 많이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순간 서러웠던 모양이다. 그날 자기도 모르게 울음을 터트렸다고 했다. 저학년 때 학급회장을 맡았을 때는 마냥 신났는데 이제 조금 커서 친구들도 다 제 의견들이 분명해지고, 은근히 저학년 때보다 챙겨야 할 것도 많으니 학급회장인 게 고단했던 모양이다. 일단 오늘은 어서 자라고 말한 후, 이튿날 아침 딸아이에게 말했다.                                      


"워니야! 너 왜 학급회장에 출마했어? "



"..........."



"뭔가 있어 보이려고? 아니면 친구들 사이에서 대접받고 싶어서? 잘난 척하려고? 지금 엄마가 말한 이유들로 회장에 출마한 거라면 넌 회장이 된 후 외톨이가 될 수 있어. 엄마가 생각하는 리더는 "희생" 도 감수하고, "솔선" 해야 해. 무슨 말인 줄 알아?"



"응. 알긴 아는데..."



"만약에 말이야. 너희 반 친구들이 무인도에 갇혔을 때  남아있는 빵이 얼마 되지 않아. 그럼 다른 친구들 입에 다 빵을 먹을 수 있도록 하고.. 그리고 네가 가장 마지막에 먹어야 해. 만약 남은 빵이 별로 없어서 누군가는 굶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그럼 네가 굶어야 해. 엄마 이야기 알겠니?"



"하아~~~~~~~~~ 대충.. 알 것 같아요."



" 그 어떤 그룹에서 리더가 된다는 건 "군림" 하거나, "대접받기 위해" 하는 게 아니야... 그런 사람이 리더가 된다면 그 사람은 자질이 안되는데 운이 좋아서 리더 자리에 잠깐 앉을 순 있을지 모르겠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더 외로워질 거야! 하지만 나를 리더로 뽑아준 이들이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내가 갖은 빵을 양보할 수 있는 리더라면 그룹을 행복하게 이끌어 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 커질 수 있어. 리더라는 이유로 대접받고, 뽐내려고 든다면 그 사람은 리더라는 이유로 외로워질 거야. 엄마 이야기 너무 길지?"



"아니, 괜찮아요."



" 워니 엄마 회사 동호회 분들이랑 매달 문화소풍  다닐 때 동호회 회장님과 총무인 엄마가 하는 거 봤어? 일정 짜고, 연락하고, 약속 확인 문자에 메일 보내고, 예약하고, 인원 챙기고, 사진 찍고, 여행 다녀와서 후기 쓰고, 동호회 회비 정산하고..... 이런 일들 말이야. 묵묵히 하지...? 이런 일들을 하면서 내가 이런 거 이런 거 하니까 나한테 손뼉 쳐요. 고마워하세요. 이러지 않지? 그렇게 한다면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맘 불편하고 기분 상할 거야. 그저 회장님과  총무인 엄마를 비롯해서 몇몇 임원진이 애쓰고, 조금 챙기면 여러 사람들과 행복한 추억 만들고 올 수 있으니 엄마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된다는 그 자체로 엄마는 기쁘게 생각하며 맡은 책임을 다해."



"응"



"어떠한 자리에 놓였을 때, 특히나 그 자리가 "리더" 자리라면 더 겸손해야 하고, 더 부지런해야 하고, 더 양보해야 해. 워니가 기억했으면 하는 명언들이 있는데...'왕관을 쓰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무슨 뜻인지 알겠어?"



"네에. 알 것 같아요."



"그래, 얼른 준비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가. 엄마도 너도 그리고 우리 모두 다 각자 쓰고 있는 왕관들이 있어.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각자의 위치에 주어진 책임들이 바로 왕관의 무게야. 우리의 무게를 멋지게, 꿋꿋하게 견뎌내자~! 그리고 또 하나 알려줄게. 혹시라도 너에게 주어진 무게들을 견디기가 힘들 만큼 슬플 때 생각해 '이 또한 지나가리라.'.. 알겠지?" 



"네~!^^"










분주하게 내 출근을 준비하며, 아이들 아침 식사를 챙기고 바쁜 시간이라 아이에게 조곤조곤 침착하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빠른 속도로 말했지만, 아이는 그 어느 때보다 내 말에 경청했다.


절반을 알아들었겠지....(아닌가?^^;;;)



적어도 엄마가 생각하는 리더 '빵을 나눠 먹어야 할 때, 모두의 입에 넣어주고 리더가 가장 마지막에 먹어야 한다.'라는 말만 아이가 기억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워킹맘으로 살아가면서 아이들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다 보면, 내가 직장 조직 내에서 겪은 일들을 아이 학교생활의 작은 사회에서 동일하게 보곤 할 때 가 있다. 직장 상사 중 정말 매사에 배려하고 크게 생각하시고 본인의 위치를 내세우지 않고 소탈하고 겸손하신 분이 있다. 대 선배이신 그 상사를 볼 때마다 어쩜 저렇게 단 1도 본인의 위치를 내세우지 않고 소탈하고 겸손하신지 너무나 존경스럽기도 하고 늘 그분에게 웃는 얼굴로 다가가가 된다. 또 여자 선배님 중 가정도 화목하게 잘 이끄시면서 직장에서도 여러 사람들로부터 훈훈한 칭송을 받으며 업무도 두루두루 살피고, 사적인 모임에서도 솔선하시면서 늘 명랑하신 분이 있다. 나의 롤모델이기도 한데 나에게도 늘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애정을 내보이시면서도 한참이나 어린 나에게 예를 갖춰 대해주시기도 한다. 내가 존경하며 정말 '리더십" 있다고 느끼는  그 두 분의 상사의 공통점은 "들어내려 하는 위세" 즉 권위를 스스로 세우는 게 전혀 없으시다. 그리고 '명령'하려 들지 않고,  '솔선'하신다. 그래서 그 두 분의 주변엔 직장 내에서 사람이 많은지도 모른다. 



반면에 아주 높은 고위 관직도 아닌 위치에서도 거들먹거리며, '본인을 대접하라. '는 생각으로 꽉 찬~~ 상사도 봤다. 마지못해 직원들이 그냥 그냥 응대하지만, 뒤에서 계속 안 좋은 이야기가 회자되는 걸 듣기도 했고 목격도 했다.  씁쓸했다.


직장 생활하며 엄마가 느낀 '리더'에 대한 생각을 11살 딸에게 이른 아침 강의로 풀어내게 될 줄 몰랐지만... 오랜만에 엄마 말을 경청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딸아이를 보면서 이 아이가 자신을 빵을 내어줄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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