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엄마라서 아이 가방이 더 무겁게 다가오는 걸까?
● 날짜 : 2019.4.16.(화)
● 날씨 : 따뜻한 봄날~
● 제목 : 아이의 가방 무게
내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오기 전 워니는 하교 후 집에 들러서 간단히 간식을 먹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꼬치꼬치 묻는 엄마에게 잠시라도 재잘거린 후~~(사실, 워니는 여자아이 치고 엄마한테 말 전달을 진짜 안 하는 편이다. 묻는 말만 겨우겨우 말하는 답답이 ㅋ 지금 생각하면 그냥 뭐든 담아두지 않는 편인 듯) 가야 할 학원 가방 하나만 들고 홀가분하게 나가곤 했다.
그런데 내가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 워킹맘이 된 이후.
워니는 학교가 끝남과 동시에 학원으로 향한다. 나의 퇴근시간, 쭈니의 하원 시간과 엇비슷하게 일정을 맞춰서 함께 집으로 들어오는 날들이 대부분인데, 그렇다 보니 보통 하루에 2개가량의 학원을 소화하고 있다. 겨울방학부터 시작한 검도를 하러 가는 월수금의 경우 하교 후 곧장 영어학원에 들렸다가 영어학원 수업이 끝나자마자 후다닥~~!! 뛰어서 검도학원 차량을 타야 하는 스케줄이라 이동시간 텀도 빠듯하다. 그래서 영어학원을 다니지 말든지, 검도를 다니지 말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자고 제안했는데... 아이가 스스로 둘 다 하겠다고 하니 등록은 해주었지만, 왠지 그날은 저녁에 더 피곤해하기도 하고.... 아직 아이인데 쳇바퀴 돌듯 쉼 없이 이동하는 게 안쓰럽기도 하다.
그리고 학원 이동시간이 타이트하다 보니 아침에 학교에 갈 때부터 학교에서 필요한 노트와 숙제, 준비물 외에 영어학원 교재와 노트, 검도복까지 다 챙겨서 빵빵한 가방을 그 작은 어깨에 짊어지고 집을 나선다.
지난 월요일 둘째를 유치원에서 조금 일찍 픽업해서 아파트 입구를 들어서는데, 워니 검도학원 차가 내 앞차를 앞서 갔다. 워니가 타고 있다고 생각하니 학원차 뒤꽁무니만 봐도 어찌나 반갑던지 학원차량 뒤를 졸졸 따라가서 검도 차에서 내리는 워니를 바로 픽업했다. 예상치 못한 엄마의 마중에 워니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달려왔고... 그렇게 하루 일과를 무사히 마치고 워니와 쭈니와 함께 아파트에 매주 월요일에 오는 월요 시장을 한 바퀴 돌기 위해 나서는데, 주차후 차에서 내리며 워니 가방을 메어주기 위해 들어보고 너무너무 너무~~ 놀랬다...ㅠ.ㅠ
하아~~ 무슨 나무꾼 지게도 아닌 11살 아이 책가방이 이리도 무거운 건지.... 성인인 내가 들기에도 버거운 엄청난 무게를 이 작은 아이가 하루 종일 그 작은 어깨에 짊어지고 이리저리 이동하며 다닌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순간 먹먹했다.
차에 그냥 가방을 두고 시장 한 바퀴 돌고 오자고 어깨에 메였던 가방을 다시 차에 내려놓으며 워니 어깨를 쓰다듬었다.
"워니야! 엄마가 좀 전에 니 가방 들어보고, 너무 슬퍼졌어. 우리 워니 이렇게 무거운 가방 메고 다녀서 키 안크 나부다....."
라고 내가 너무 슬퍼하며 말하니
"엄마~! 아냐, 내가 키 작은 건 유전이야~ 까르르~~ㅋㅋㅋ 그리고 엄마 오늘은 검도장에서 옷 갈아 입고 입고 있던 옷 다 넣어오고 안 마신 물병도 들어있고 하니까 무거운 거야. 괜찮아!"
라며 엄마를 달래듯 답해주었다.
가방의 무게만큼이나 아이의 마음도 묵직해진 걸까? 아니면 엄마가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 워킹맘이 된 후... 엄마가 자기의 투정을 받아줄 마음 여유가 없어짐을 워니도 이제는 아는 걸까? 그 무거운 가방의 무게만큼 아이도 고단 할 텐데도 엄마에게 투정 한번 없었던 그날따라... 왜 이리도 아이가 안쓰러웠는지......
'엄마가 집에 있는 엄마였다면 늦은 시간까지 그렇게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다니지 않아도 될 텐데, 학교가 끝난 후 엄마가 기다리는 집에 와서 가방을 훌훌 벗어놓고 달달한 간식 먹고 가볍데 다닐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에 생각들이 꼬리를 물며 괴로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묵직해지고 사려 깊어진 아이의 마음을 느끼며 '지금 네가 견딘 가방의 무게만큼 그렇게 넌 묵직하고 진중하게 잘~~ 자랄 거야.' 는라는 굳은 믿음을 가져보자~~ 싶었다.
워킹맘 엄마여서 너에게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게 한 것 같아서 미안해.
하지만
지금 네가 견딘 그 가방의 무게만큼
넌 묵직하고, 진중한 아이로 잘 자라 줄거라 믿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