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에 또 누락됐다. 하지만. 매일매일이 감사 기대와 완전 엇나간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승진예상 대상자 5명' 이라는 발표가 났다... 난 승진 후보 순위 5위 안에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승진을 기대하고 있었다.
나는 물론, 부서 동료들도 다 그리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사발표일 승진자 명단에 내 이름이 없었다.
억울함과는 또 다른 감정이 밀려왔다.
"충격!" 이 이런거구나~ 싶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했다.
이런 일이 생겨서 '내 인생이 불행해지는 걸까?'
나의 답은 "No!!"
시간을 거슬러 가본다.
내 인생의 실패의 순간들을 떠올려 봤다.
똘똘하고 야무지게 살았다면, 남편처럼 20대때 좋은 직장을 얻었겠지만
난 20대에 불안정한 직장을 전전긍긍했다.
대학생이 됐던 20살때부터
어떠한 목표가 없었기에, 그날이 그날인 듯 살았다.
(목표가 없었다기 보다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너무 컸던 나날들)
몇차례의 연애도 다 실패했다.
(어떠한 연애의 실패는 아직도 아련하고, 어떠한 연애의 실패는 나를 위해서 참 다행이기도 했다.)
직장도, 연애도 늘 실패 투성이었던 나의 20대의 끝자락에 왜 그랬는지...어떠한 이유였는지 모르겠으나,
더 늦기 전에 라는 마음으로 생전 처음 '평생 직장'에 대해 고민했고
대학 때도 생각해 본 적 없던 공무원 시험 준비를 29살에 시작했다.
그리고 공무원시험 합격 3관왕이라는 나름의 작은 '성공'으로
30대를 맞이 했다.
온통 실패 투성이었던 20대 끝자락에서 내 인생 처음으로 내 스스로가 인정한 '성공'으로
새로운 인생의 전환 점을 맞으며 30대를 맞이했다.
그리고 20대의 연거푸 실패했던 '연애'의 경험에서 얻은 경험치로
겉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내면을 살펴야 함을 알게 됐고,
번드르한 말보다 진중한 행동 한번이 중요함을 알게 됐고,
그리고 '결혼'은 사랑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알게 됐기에
성실함, 책임감과 더불어 가정을 꾸릴 수 있는 '현실'이 갖춰진 남자를 만났다.
난 사려깊고, 평온하고, 가정도 편안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실패'를 통해 실패 전의 나보다 또 한번 나은 '선택'을 하게 된거다.
결혼 후 임신을 했다.
나와 남편은 물론, 친정과 시댁 양가 모두에서 아주 반가워했고 무척 행복했으나
그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난 매일 왕복 100km 되는 거리를 운전해서 출퇴근하며 매일 아침 뱃속에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가~ 오늘 하늘 너무 예쁘지? 오늘도 즐겁게 보내자."
16주 정기 검사를 갔을 때 의사의 한마디에 나는 할말을 잃었다.
"아기가 심장을 멈췄네요. 13주 정도에 이미 멈춘듯해요."
'그럼 난....이미 심장이 멈춘 뱃속 아기에게 매일하늘이 예쁘다고 이야기 했던 걸까?...ㅠ.ㅠ'
그렇게 난 16주에 뱃속 아기를 잃었다.
병가를 내고 집에서 몸을 추스리던 ..어느날 아침에 빨래를 널기 위해 모처럼 베란다에 나가
창문을 열었다 문득 유치원 차량에 아이를 태우던 한 여자를 봤다.
유치원 차에 5~6살 가량된 남자 아이를 유치원 차에 태우고 있던 그 여자의 배는 불룩 나와있었다.
만삭인 그녀를 보면서, 16년 전인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저 여자는 저렇게 귀여운 아들이 있는데도 만삭인데...왜 나는 아이를 잃었을까? 도대체 왜 ?'
그때는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시간은 또 많은 걸 해결해줬다.
나에게 귀여운 딸아이가 찾아와줬다. 매일매일 딸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신기하게 보면서 고단한 하루하루가 행복으로 채워졌고,
둘째 아기가 생겼고, 40살이 되기 전에 딸과 아들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아기를 충격적으로 잃어본 적이 있던 나는 종종 생각한다.
나에게 건강하게 찾아와준 딸과 아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그렇게 나는 남들이 쉽게하는 임신과 출산조차 '계류유산' 이라는 '실패'를 통해 나는 '아이들을 소중함'을 더 크게 느꼈다.
'실패'라는게 없이 순탄하게 승승장구한 사람들도 많을 터이다.
하지만
늘 '실패'를 통해 더 크게 도약했고, 더 나은 선택지를 택해왔던 나는
'실패' 역시 인생의 과정임을 이제는 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수 많은 실패들이 나를 얼마나 성장시켜왔는지.... 몸소 내가 체감했기에
그리고
너무나도 젊은 나이에 별이된 후배, 느닺없이 큰 변고를 맞은 동료들을 보면서
'건강' 하기만 하면 그것만으로 무척 충분하다는 걸 알기에
이번 승진 누락이
나를 또 얼마나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지 곱씹으며, 하루하루 속에서 감사함을 찾고있다.
4년 전 극심한 목디스크 통증으로 여기저기 전국 병원을 찾아헤매이며 4곳의 병원에서 수술을 권했지만
수술을 위해 찾았던 5번째 병원에서 '수술이 능사는 아니다. 지금 모든 신경이 살아있으니 우선을 약과 생활습관으로 노력해보자' 라는
한마디에 목뼈 사이에 쇠로 유합을하는 위기를 면하고~~
작년에 시신경이 죽어 시야가 손실되는 '녹내장' 진단으로 충격에 빠졌으나,
아주아주 극 초기에 이렇게 알게 된게 감사한 일이다. 신경이 다 죽고나서 잘 안보인다고 오는 환자들이 태반인게 녹내장이라
'소리없는 시력 도둑' 이라고 불리며 실명을 걱정하는건데 지금부터 안압하강제를 넣으며 잘 관리하면 앞으로 30년도 잘 생활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정기적으로 관리하고있는 지금 얼마나 다행인가...
잘 출근했다가 불의의 사고로 집에 귀가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살아가면서 지금 내가 겪은 충격들의 몇곱절이상 억울하고 분하고 힘든 일들을 겪고도
위기를 극복해낸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해 본다.
새벽에 런닝을 하며 땀 흘리고, 사우나 후 출근하는 아침에 얼마나 큰 행복인지,
매일매일 남편과 두 아이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돌아와 저녁을 맞이하는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평일 아침 눈떠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내 나이에 있고, 주말에 내가 그림을 그리고, 한달에 한번 직장 동료들과 좋은 곳을 찾아 여행을 하고
퇴근 길에 전화하면 언제든지 내 전화를 받아주는 여든을 바라보는 친정엄마가 있고~~~~
너무나도 감사한 것이 투성이다.
충격에 머물지 않고, 충격을 딛고
난 매일 아침 씩씩하게 운동을 하고, 매일 주어진 업무를 야무지게하고, 아이들을 격려하고
새로운 그림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미래의 내가 이 포스팅을 다시 보게 된다면, '실패'를 잘 소화해서 뼈와 살로 만든 나에게 분명 칭찬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