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랑하던 보노보노 Dec 07. 2023

10년 전 서교동에서 시작된 이야기

상상마당에서 마주한 인생 첫 '라이프 코칭'

어느새 30대 중반까지 와버린 지금의 내 삶을 학부시절에 비유하자면 꼭 이런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채워봤자 교양학점만으로는 절대 졸업요건을 채울 수 없단다."


내 전공이 대체 무언지 여전히 잘 모르는 채로 흥미로워 보이는 타과 개론이나 교양수업만 잔뜩 들은 상태.

이래서는 남들과 같은 기한 안에 졸업작품을 내놓을 수 없게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내게 '라이프 코칭'이란 그렇게 쌓아오던 다양한 교양수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약 10년 전 홍대 상상마당에서 희소코치님을 만나, 처음 코칭이라는 세계를 살짝 엿보았다.

그때 코치님께 소개받은 책 <아티스트 웨이>는 여전히 내 책상 위를 지키고 있다.

10년 전 그때 또는 6개월 전에라도 그 책을 완독 및 완수(과제를 수행하면서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방식의 책이다)했더라면, 내 모습이 지금 이 모습과는 많이 다를 수 있었을까?


'어설픈 예술가 지망생이 가진 삶의 태도'에 대해 부정적으로 나열한 글을 본 적이 있다.

부정적인 표현을 부정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지 오래인 상태였기에 그저 참담한 심정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현재 내 모습은 어떤가? 부끄럽게도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어쩌면 더 악화된 상태인지도 모른다.


매달 월급통장에 200만 원 남짓이나마 찍히게 해주는 직장이 있고, 아주 가끔이나마 설렘을 느끼게 해주는 세계는 영 다른 곳에 외따로 있다. 그 둘이 정녕 아예 다른 세계냐 하면 그렇지만은 않다고 볼 수도 있겠건만, 의욕이라고는 지하 삼천미터를 뚫고 들어가도 보이지 않을 것처럼 한껏 움츠러든 요즘이기에 더욱 그렇다.


매일 아침 내가 아닌 내 껍데기만이 이불 밖으로 겨우 나온다.

최소한의 해야 할 일들을 해낸 뒤 가까스로 출근준비를 하고 터벅터벅 일터에 간다.

8시간 근무 후에는 다시 터덜터덜 귀가해서 식구를 돌보다 이내 함께 잠자리에 든다.


이런 삶이 몇 주, 몇 달이고 지속되는 중 희소코치님 채널에서 보내온 모임 모집글을 보게 되었다.

12월 보너스 달까지 포함하여 총 넉 달 동안 코치님께서 매주 발행하시는 글을 구독함과 동시에 매주 토요일 밤 함께 마감을 겪는 글쓰기 크루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글쓰기", "마감"


저 두 단어가 주는 힘을 나는 알고 있다.

안쓰러울 만큼이나 여전히 믿고 있다.

이번에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할지 모른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떠올려버리는 스스로에게 눈치를 보며 딱 하루만 고민(하는 척)을 하고 등록을 했다.


남은 2023년 연말, 그리고 2024년 새해, 그리고 그리고 내 생일이 있는 달이자 이제는 정말 시작이라는 기분을 주는 개학의 달 3월까지.

이번에도 코치님께서 지펴주신 불씨에 힘입어 덩달아 신세 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보려고 한다.

이 우울과 무력감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시간들이 찾아와 기를 바라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