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추천 공연 연극<모든>

이분법적 사고를 깨부시는 SF 연극 '모든'

by 김그린

Oct 7. 2024

저 너머엔 그런 것들이 있어
문이 있기 전엔 나눠지지 않았으니까

모든 것들이

시놉시스

멸망한 세상, 돔으로 덮인 도시.

초인공지능의 보호를 받으며 각자의 세계에만 몰입한 채 살아가는 소수의 인간들.

어느 날, 효율로 무장한 도시에 ‘식별 불가능 개체’가 침입하면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모험이 시작된다.

돔 안에서 시작된 여정은 견고한 도시에 균열을 만들며 질문한다.

인간이 꿈꾸는 ‘완벽한 세계’는 실존하는가?

랑은 오늘로 열다섯 살이 되었다. ‘라이제노카 소속 직원들과 그 가족만 거주할 수 있는 핵심 인류 잔존 구역’인 A구역에서 자신을 ‘엄마’ 대신 중립적인 이름으로 불러 달라고 말하는 ‘생물학적 엄마’ 미무와 살고 있다. 랑은 인간의 도시를 돔으로 구획하여 보호하는 초인공지능 라이카 덕분에 지극히 안온한 삶을 살아간다. 라이카는 책을 들려주고, 사용자의 실시간 신체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통증을 제어하여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돕고, 모든 면에서 완벽한 식사 키트를 제공한다. 오류를 최소화하고 우연을 통제한다. 랑은 바로 이 라이카가 키운 아이로 오후에 라이카와의 커넥팅 시술만 받고 나면 ‘두 글자 이름’을 갖는 ‘생산가능인구’가 될 것이다. 라이카를 위한 활동을 시작해 A구역에 기여하는 쓸모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런 랑이 정체불명의 ‘식별 불가능 개체’ 노인 ‘페’를 만나면서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출처: 국립극단

추천 이유

요즘 쉽게 볼 수 없는 SF 연극이여서 흥미로운 배경을 가졌지만 신비로운 배경과 다르게 각 인물들 속에서 친숙함을 느꼈다. 생각보다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었고 오히려 캐릭터들에게 공감을 하게 되었다. 연극이 말하는 바가 의미있기에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출처: 국립극단

나는 이 작품을 대본으로 먼저 만났다.

연극 '모든'의 극작을 담당하신 신효진 작가님은 SF물을 재미있고 흥미롭게 적어가시는 작가님이시다.

약 1년 간의 개발과정을 거치고 만들어진 연극 <모든>의 대본을 읽었을 때, 나는 눈을 멈출 수 없었다.

재미있었다. 흥미로웠다. 이분법적인 틀을 깨부시는 대본 속의 이야기가 내 생각을 비집고 들어왔다.

연극 <모든>의 생태계는 인간의 생존을 위해 존재하는 초인공지능 '라이카'에게 자신이 하는 일, 생각, 사랑의 감정마저 선택을 맡기는 그런 세상이다. 그곳에서 그래도 인간으로서 남기를 원하는 사람들과 인간이었을 때 마주해야하는 나의 필요성, 내 미래와 같은 것들을 선택하고 싶지 않아 라이카에게 완전히 종속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현실에서는 상상 할 수 없는 SF 세계속에 살아가는 인물들 속에서 나는 인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참 친숙했다. 그 두려움은 선택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선택하길 무서워하면서도 나에게 있는 자유의지를 확신하고 싶어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내가 가진 두려움과 참 닮아있다고 느꼈다.

작가님께서는 글을 쓰시며 곰팡이에 대해 많은 연구와 흥미를 가지셨다고 하셨다. 작가님이 해주셨던 이야기 중 미국에서 진행한 한 실험이 기억에 남는다.

극 속에서는 미래에 인간이 살아가는 '돔'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미국에서도 실제로 병균이 존재하지 않는 깨끗한 돔 속에서 살아가는 실험을 해보았다고 한다. 실험의 결과는 놀랍게도 실패였다. 실패의 이유는 곰팡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곰팡이가 없어서 살아갈 수 없었다니. 이 사실은 인간에게 참 많은 것들을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