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부부의 주말

by 이현정

남들은 주중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이면 쉰다.
여행을 가거나, 늦잠을 자거나, 브런치를 먹는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다르다. 우리에겐 ‘주말=노동’이다.

“일을 사서 하는 부부!”
“주말에도 일하는 게 저렇게 즐거워 보일 수 있나?”


지인들은 웃으며 우리를 그렇게 부른다.
딸들도 말한다.


“엄마, 아빠는 일 중독 같아…”


주말이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번 주엔 뭘 하지?’부터 고민하게 된다.

쉰다는 건 우리에게, 약간 이상한 일이 된 지 오래다.


이번 주말엔 1년 전 캠핑장 공사를 위해 설치해 두었던 EGI 휀스를 드디어 철거했다.

마당 앞을 가로막고 있던 철판... 말 그대로 시야도 마음도 막혀 있던 그걸 걷어내기로 한 것만으로도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사실 걱정도 있었다. 그 철판 뒤엔 얼마나 많은 풀들이, 잡초들이 자라났을까?
다 걷어내고 나면, 또 얼마나 많은 정리를 해야 할까?

그렇게 기대와 걱정을 안고 맞은 일요일.
아침 일찍 철거 업체가 도착했다. 오자마자 철판을 걷어내고 작업을 시작하시는데 왠지 설렜다.

나는 마지막 인증숏을 찍은 뒤 보리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다.

그런데 두 시간도 안 되어 철거가 끝났다는 소식!

집에 돌아오니, 마당 너머로 멀리 산등성이가 보이고 공간 전체가 시원하게 열려 있었다.
와, 진짜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저 멀리 파란 하늘을 본 게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너무 기뻤다.

이제 남은 일은, 그 뒤에 숨어 있던 화단 정리하는 것이었다. 1년 동안 구경도 못했던 그 자리엔 풀과 가지들이 무성했다.

철판 뒤에 있던 나무들은 유난히도 키가 컸다. 아마도 장벽에 가로막혀 햇빛을 보기 어려우니 부단히도 키를 치우려고 노력했을 거다. 다시 한번 자연의 신비한 섭리와 식물들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삐죽이 크기만 한 나무를 잘 자라도록 정리해 주는 게 우리의 몫이었다.

남편은 긴 장대에 전정기를 달아 나무 가지를 정리하고, 나는 풀을 뽑고 함께 전정을 시작했다.

하나씩 정리할 때마다 땀이 흐르는데도, 어찌나 뿌듯하던지. 뙤약볕이었지만 힘든 줄 몰랐다.

잔가지까지 모두 정리하고, 전정한 가지들을 깔끔히 묶어 정리하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이번 주말도 그렇게 지나갔다.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은 묘하게 개운했다.
그러면서도 문득,

“우린 왜 매주 주말마다 이렇게 일을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나는, 일요일 밤이면 다시 분당으로 돌아가야 하니까...주말 저녁이면 늘 피로가 몰려왔다. 마지막 정리와 설거지를 하며 슬쩍 투정을 부렸더니 남편이 툭 한마디 던졌다.


“이번 주부터 장마래. 한 달은 쉴 수 있어.”

비 오는 날은 우리도 쉬는 거야?

… 막노동하는 인부들처럼, 비가 오면 쉰다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비가와야 쉬는 부부...

정말이지, 우리는 좀 이상한 부부다. 그런데도 이런 주말이, 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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