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함께 있어주지 못해 늘 미안해하는 엄마를 위해

by 이현정


제가 일을 시작한 후 아이들은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집에서 저를 기다렸습니다. 저처럼 엄마가 일하는 아이들은 초등학생이 되면 집이나 놀이터에서 혼자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동네 엄마들이 한 마디씩 합니다.

“엄마도 없이 혼자 있는 아이들이 불쌍해요.”

워킹맘들이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아이를 방치하는 게 아니냐?’라는 말입니다. 그럴 때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엄마의 많은 역할 중에 한두 개 정도 지금 당장 함께하지 못한다고 해서 크게 잘못되는 일은 없습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 가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함께 놀아 줄 상황이 안 된다면 아이와 상의해서 평일에는 집안에서 할 수 있는 놀이의 계획을 세우고 주말에 함께 놀이터에 나와서 놀아주면 됩니다.


요즘은 부모의 마음이 앞서서 혼자서 스스로 할 수 있을 나이인데도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주변을 맴돌면서 과잉보호하는 엄마를 가리키는 말로 한때 ‘헬리콥터 맘’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도 있습니다. 엄마들이 놀이터에 함께 나와서 놀아주는 것만이 엄마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엄마는 아이들을 따라다니면서 언제까지 다 해줄 수 없습니다.


『탈무드』에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다 챙겨서 해준 아이들은 무슨 일이 생겼을 때 해결을 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없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몰라서 당황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럴 때는 책이나 대화를 통해서 상황을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책을 통한 시뮬레이션은 생활동화를 통해서 키울 수 있습니다. 또래아이들이 밖에서 낯선 어른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책을 통해서 상황을 접한 아이들은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책의 경험을 되살려 행동을 따라 하게 됩니다. 경찰서, 소방서, 주민센터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공기관들을 책을 통해 만나면 위험한 상황이 생겼을 때 떠올릴 수 있습니다. 만 3세 이후에는 생활동화를 통한 경험으로 또래친구들과의 상호작용은 물론 좋은 생활습관을 만들 수 있습니다.


대화를 통해 시뮬레이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한 방송에서 범죄 심리학자 표창원의 딸의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연쇄살인범에게 실제로 협박당한 경험이 있는데 연쇄살인마가 출소하면 제일 처음 표창원의 가족을 해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표창원은 표창원은 딸이 위험에 닥칠까 봐 걱정이 되어 집에서 혼자 있을 때는 절대 낯선 사람에게 문을 열어 주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남자가 집에 찾아와서 딸이 문을 열어달라고 했습니다. “엄마가 주문한 물건을 배달 왔다. 문을 열지 않으면 엄마한테 혼난다”라고 했더니 딸이 “경찰서에 연락할 테니 경찰이랑 같이 들어와라”라고 했고 남자는 문을 열어주지 않자 자리를 떠나서 위험한 상황을 넘겼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모든 상황을 직접 경험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과거에 경험했던 것을 회상해서 그 경험을 재현하는 능력이 생기는데 기억해서 모방할 수 있는 능력을 ‘지연모방’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직접 해보지 않고도 머릿속으로 사고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늘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갖지 말고 책이나 대화를 통해 머릿속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생각한 후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세요. 아이들을 경험하지 못한 다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문제 해결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과 육아를 잘하는 시간이 비례하는 것도 하루종일 붙어 있다고 해서 아이들을 더 잘 돌보고 잘 키우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들이 혼자 있다고 미안해하는 마음이 아니라 스스로를 잘 지킬 수 있는 현명하고 자신감 있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자녀와 나를 위한 성장을 하는 워킹맘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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