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안에 1억 버는 법!!"
"영어회화, 무조건 따라 하면 100일 안에 원어민처럼 한다!"
"한 달 만에 10kg 빼는 기적의 다이어트!!"
시중에 나와 있는 일부 책들과 SNS의 자극적인 제목에 눈이 번쩍, 귀가 솔깃해집니다. 이내 마음까지 사로잡습니다.
'진짜? 설마,' 호기심과 의아심이 왔다 갔다 합니다.
1년 만에 1억? 100일이면 영어가 술술? 한 달 만에 10kg씩이나?? 이 책에 나와 있는 대로 따라만 하면 나도 금방 1억을 벌고, 원어민처럼 회화가 능수능란해지고, 10kg 아니 5kg만 빠져도 제법 봐줄 만한 몸매가 될 것 같은 생각에 기대를 잔뜩 품고 책을 집어 듭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책을 펼쳐 읽습니다.
서론 부분에 '돈 모아야 하는 이유', '회화는 글로벌 시대에 필수', '몸매 관리가 인생 관리'라는 내용에 고개가 절래 끄덕여집니다. 본론을 지나 결론까지 읽고 나면 '진짜?'였던 기대가 '역시나' 실망으로 바뀝니다.
허리띠 꽉 졸라매고 아끼고 목돈을 모아 좋은 투자처를 찾고 과감하게 행동하라는 내용은 틀린 말이 아니고.
꾸준히 100일 동안 단어를 외우고 크게 스피킹 하고 원어민 만나서 자신 있게 대화하라는 것도 맞는 말이고.
먹을 거 줄이고 꾸준하게 운동하면 살도 빠지고 몸매도 가꿀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말인데, 읽고 나면 부풀었던 마음은 허탈함으로 바뀌기 십상입니다.
스마트폰에서 새로운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이 뜹니다.
'이번 주 로또 1등 당첨 번호가 나왔다. 000 회차에 실제 1등 당첨자가 탄생했다!'라며 얼른 이번 주 1등 번호를 받아 가라고 떠들어댑니다. '진짜? 나도 로또 1등?'라는 생각에 흥분이 됩니다.
보내준 사이트에 들어가면 회원 가입을 하고 연회비를 내라는 안내가 나옵니다. '그깟 연회비가 문제냐, 로또 1등이면 인생이 역전인데.' 하며 가입을 서두릅니다. 그러다 잠시 뒤 사이트에서 나와버렸습니다.
스마트폰에서 모르는 번호가 찍혀 울립니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 아는 사람인가 싶어 통화 버튼을 눌렀습니다. 반가운 인사와 함께 내 이름을 부릅니다. '어떻게 나를 알고 연락했을까?' 하는 신기함도 잠시, '이게 개인정보 유출이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 건 연락한 이유였습니다.
'진짜 좋은 투자처가 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적다. 특별히 엄선해서 고객님께 알려드리는 거다'라고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은행 이자의 열 배가 넘는 이율을 보장하며 손실은 절대 없다고 힘주어 강조합니다. '정말요?' 하며 이런 고마운 상품을 나에게만 살짝 알려준다는 말이 너무나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모 라디오 경제 프로그램 진행자가 했던 멘트가 떠올랐습니다. "수고하세요"라며 영혼 없는 인사를 하고 먼저 전화를 끊었습니다.
자기들만의 노하우로 1등 당첨 번호를 알려준다는 로또 번호 사이트만도 여러 개 있습니다. 각 사이트마다 가입한 회원들만 해도 수천, 수만이 있을 테고 그들 모두 당첨 번호를 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로또 1등 당첨자가 많아봤자 몇 명에 불과했고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이월한 회차도 있었습니다.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이 모두 1등 당첨 번호를 받았다면 1등 당첨자가 적어도 수백, 수천 명이 나와야 할 텐데 그런 기사는 여태껏 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탈퇴하려고 하면 가입한 회비를 돌려주지 않아 분쟁이 생겼다는 보도를 듣고 '그럼 그렇지'하며 쓴웃음을 짓습니다.
모 경제 프로그램 라디오 진행자가 좋은 투자처가 있다고 나한테 연락이 오면 냉정하게 생각하라고 조언했습니다. 대한민국에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돈 보따리를 들고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투자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파트 단지 값을 통째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세력도 있다는데, 이 사람들이 고 이율에 손실이 없는 꿈의 상품을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 상품을 저명인사는커녕 아무것도 아닌 나한테까지 연락이 올 리 만무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도깨비방망이 두들기듯 단번에, 한방에 이루어지는 마법 같은 일을 기대하곤 합니다.
건강도, 목표도, 사람 간의 신뢰와 남녀 간의 사랑, 성공을 부르는 습관과 태도 모두 어느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성질이 아닙니다. 돈도 마찬가지, 몇십 년 전 사놓았던 땅이 개발바람을 타고 오르거나 로또가 1등이 되지 않는 이상 돈벼락을 맞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1년 안에 1억을 번다는 비법, 100일 만에 네이티브처럼 된다는 비결, 10kg 빼는 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방법을 보고 따라 한 사람들은 모두 성공했을까요?
1등 당첨 번호를 가르쳐준 대로 따라 한 사람 중에 로또 1등은 몇 명이나 있을까요? 나만 안된 건가요?
몇몇에게만 은밀히 알려준다는 투자 비밀을 왜 하필 지극히 평범한 나에게 연락했을까요?
간절한 마음으로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밟아가는 과정은 외면하고, 무엇이든지 빨리 이루려는 급한 마음에 달려들다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여러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스토리를 보며 열광합니다.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나도 금방 될 것 같은 기대와 착각에 빠집니다.
우리가 열광하는 대부분의 성공 스토리는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처절한 인고의 시간과 끊임없이 되풀이하며 노력한 과정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성공하기 위해 숱하게 흘린 땀과 눈물, 피나는 노력, 좌절과 실망 같은 과정은 건너뜁니다. 마음만 앞서 과정은 무시한 채 결과만 보고 달려들다 제풀에 지쳐버립니다.
흔히들 허황된 꿈을 꾸고 노력 없이 얻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던집니다.
"꿈 깨라"
바라기만 한다고 이루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수고 없이 저절로 얻어지는 일도, 고통 없이 땀 없이 내 손에 들어오는 일도 없습니다. 한방에, 한 번에 이루어지는 일도 더더욱 없습니다.
땀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요.
기어 다니던 갓난아기가 두 발로 걷는 걸음처럼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서는 부단한 노력이 나를 제대로 설 수 있게 합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온갖 어려움을 딛고 버텨낸 지난 시간이 나를 강하게 만듭니다.
평정심은 꾸준함에서 나온다고 하죠. 꾸준함은 예상치 못한 변수에 상황이 이리저리 돌변해도 흔들리지 않는 나를 만들어 줍니다.
첫술에 배부를 일 없고, 로마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가 없을지라도 꾸준히 갈고닦고 쌓은 노력은 실력이 되어 언젠가 결과로 나타나리라 믿습니다. 너무나 진부하지만 지극히 당연한 이 진리를 되새겨 보면서 말입니다.
No pain, No gain. 세상에 공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