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유럽 여행을 떠나다

2010년 나의 첫번째 유럽 여행 이야기 #1

by hama


18살이 되던 해의 겨울 방학. 나는 엄마, 이모, 동생들(한 살 터울 친동생과 10살 사촌동생)과 함께 인생 첫 유럽 여행을 떠나게 된다.


유럽 출장을 자주 가는 이모가 나, 동생 그리고 우리 엄마에게 유럽 출장 겸 여행에 동행할 것을 먼저 제안했다. 우리와 함께 가는 첫 유럽 여행이기 때문에 엄마는 동행을 결심했다. 긴 겨울 방학을 앞둔 초등학생 사촌 동생도 데려가면 어떻겠냐는 이모의 제안대로 사촌 동생도 유럽 여행 멤버가 되었다. 또 당시 영국에서 유학 중이던 사촌 언니와 언니의 친구도 이탈리아에서 만나기로 해서 그렇게 7명의 유럽 여행이 시작되었다.






멤버 모집은 끝났으니 천천히 여행 준비하는 일만 남았는데 의외의 복병이 생겼다. 바로 담임 선생님이 유럽 여행을 반대한 것이다. 당시 야간 자율 학습과 보충 수업이 반강제적으로 운영되어 방학에도 무조건 학교에 나와야 했다. 고2로 올라가는 겨울방학이었던지라 여행 얘기를 꺼내자 담임 선생님은 굉장히 난처한 얼굴을 지었다. 내 선에서 해결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 결국 엄마가 선생님과 상담을 하게 되었다. 선생님은 고2 겨울방학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엄마를 설득하려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뭐든지 일단 해봐라'라는 멋진 철학 아래, 우리가 최대한 많이 경험하기를 원하셨다. 엄마가 찬성하는 여행을 선생님이 어떻게 더 반대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여행 가는 3주 동안 공부를 못 한다고 불안하지는 않았다. 여행 때문에 내 성적이 떨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성적이 떨어진다면 그건 전반적인 나의 학습 상태 때문이 아닌가? 만약 성적이 떨어지더라도 여행은 전혀 탓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여행을 탓하는 건, 나의 책임 회피이자 여행을 계획한 이모, 엄마와 한국에 남아있는 아빠 그리고 여행을 응원해 주는 다른 가족들에게 미안한 일이었다. 또 '여행 때문에 성적 떨어졌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 첫 유럽 여행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여행을 탓하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난 인생 첫 유럽 여행을 떠나게 된다. 유럽 여행은 공식과 정답이 없는, 그저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었다. '시험에 나오는 거니까 외워라'는 없었다. 말로만 듣던 이탈리아 피자를 한 판씩 먹고 퐁피두 센터에서 '이게 예술이야?'라며 작품을 내 멋대로 판단하고 스위스에서는 새하얀 눈을 먹어보고 런던 이층 버스에서 하염없이 창밖만 바라보기도 했다.


출발하기 전,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미처 몰랐다. 유럽이 생각보다 나와 잘 맞는 곳이라는 걸. 그리고 그 이후 유럽에서 살아보게 될 줄도 전혀 알지 못했다.


나의 첫 장거리 비행. 비행기에서 보는 영화는 생각보다도 더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