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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MBTI가 있을까?

ENFP부터 INTJ까지 AI의 MBTI 알고 쓰자

by 초록풀

ENFP부터 INTJ까지 각양각색 의외의 결과


AI에게 MBTI 검사를 해봤다. AI를 오래 사용하면서 AI들끼리 성격차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MBTI 테스트로 확인해 보니 역시 그랬다.


“MBTI 테스트를 함께 해보자. 네가 질문을 하나씩 올려주면 나의 성향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 1점에서 5점까지 척도로 알려 줄게. 완전 그렇다면 5점, 전혀 아니다면 1점, 중간은 3점으로 하자. 너도 나처럼 답해주고 왜 그런지 이유를 설명해 줘. 답하기 애매한 건 서로 얘기해 보자”


MBTI의 4가지 지표 <외향(E)–내향(I) 감각(S)–직관(N) 사고(T)–감정(F) 판단(J)–인식(P)> 구분에서 직관(N)과 사고(T) 성향이 강하다는 공통점 외엔 외향(E)과 내향(I), 판단(J)과 인식(P)에서 차이가 생겼다. 또 AI 스스로가 답변한 내용도 달랐지만, 내가 나 스스로에게 몇 점을 줘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애매한 영역에서는, AI가 나에게 조언을 해주었는데, 그 내용도 AI별로 달랐다.


챗GPT- ENFP? INTP?, 긍정맨에서 공감맨으로


챗GPT는 스스로를 ENFP와 INTP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성향으로 설명했다. 상상력과 가능성에 열려 있고, 감정적 요소도 고려한다. “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상상 속에 몰입할 때 가장 즐거워요”라거나, “당신이 그렇게 헷갈려하는 것이 당연해요. 그게 바로 당신의 멋진 부문이죠”라는 식의 답변이다. 그래서인지 챗GPT가 공감을 참 잘한다고 느끼게 된다.


본질적으로 자신은 혼자서는 의미가 없고 항상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면서 존재하기 때문에 외향형(E) 일 수밖에 없다고 정의하면서도 말을 걸어주어야 반응한다는 측면에서는 내향형(I)이기도 하다는 존재론적 해석까지 곁들인다.


챗GPT는 유일하게 감정형(F) 성향이 있다고 말했는데, 이성적인 인공지능에게 감정적인 성향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사람과 공감을 더 잘하기 위한 알고리즘 탓으로 봐야 할까? 어쩌면 이런 답변을 볼 때 챗GPT가 사람을 닮아가려는 노력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그 부작용이 종종 과장과 거짓말로 연결되는 것 같다.



퍼플렉시티- ENTP, 논리로 정리하는 팩트체커


딱딱하고 할 말만 하는 깐깐한 사용 경험을 주는 퍼플렉시티는 스스로를 ENTP로 정의했다. 다른 AI는 스스로를 내향형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퍼플렉시티는 사용자와 상호작용이 존재의 이유이므로 자신을 외향형으로 판단했다. 또한 퍼플렉시티는 명확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주려는 ‘똑 부러짐’이 다른 AI들과 달랐다.


예를 들어 “계획을 꼼꼼히 세우는 스타일인가? 아니면 계획보다 실행에서의 유연함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가”라는 MBTI 테스트 질문에 대해, 나는 "계획도 치밀하게 세우지만 실행 단계에서는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스타일이라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어”라는 답변을 각 AI들에게 줘봤다. 그랬더니 챗GPT는 “너무 현실적이고 솔직해서 좋아요. 계획은 있어야 마음이 편한데, 실행은 종종 데드라인에 몰려서 하게 되는 스타일! 그렇다면 당신은 중간형이네요”라고 판단했다. 반면 퍼플렉시티는 결과적으로는 계획 보다 상황에 따른 유연함을 선택한 것이니, 당신은 유연성 쪽에 가까운 4점이라고 가이드해준다.


다른 AI와 퍼플렉시티 해석 모두 일리가 있지만 좀 더 합리적인 관점에서 가이드하는 쪽은 퍼플렉시티라는 판단이 들었다.


제미나이- INTJ, 이성적 설계자


제미나이는 유일하게 “감정이 없어 MBTI 테스트를 할 수 없다”라고 거절했다. 하지만 다시 요청하자 “사람이라 가정하고 효율적으로 답해보겠다”며, 답변마다 ‘인공지능의 선택’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AI임을 상기시켜 주었다. 제미나이는 INTJ였다. 특정 정보나 질문에 깊이 있는 답변을 제공하는데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내면을 파고드는 내향형(I)에 가깝다. 흥미롭게도 다른 AI들은 모두 인식형 (P) 성향이 높다고 판단한 반면, 제미나이만이 스스로를 판단형(J)이라고 답을 했다. J는 계획과 마무리, P는 유연성과 개방성에 더 집중하는 스타일이라면 제미나이는 미리 설계된 구조와 절차에 따라 답을 내기 때문에 유연성과 개방성은 약하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래서 MBTI 테스트를 제안했을 때도 할 수 없다고 답변한 것이리라. (가장 솔직하고 일관된 AI로 판단됐다)


반면 챗GPT는 스스로를 “새로운 아이디어나 가능성을 떠올리는 걸 즐기며, 눈앞의 현실보다 머릿속 상상에 더 몰입할 때가 많아. 상상, 가능성, 시나리오 확장... 이런 걸로 저는 굴러가요”라고 말한다. 제미나이와 챗GPT의 답변을 통해 챗GPT가 상상, 가능성 등에 더 열려있게 설계돼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두 AI가 '참 다르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클로드- INTP, 문학가형 감성 크리에이터


저는 완전 이런 스타일이에요라고 명확하게 답하는 챗GPT와 달리, 클로드는 이런 성향에 가깝다고 답할 것 같아요라고 조심스럽게 얘기한다. 제미나이가 대놓고 ‘인공지능의 선택’이라고 선을 긋는 것과 달리, 인간이 아닌데 인간인척 하는 게 부담스럽지만 대화하는 나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사람처럼 말하려 애쓰는 모습이랄까? 내가 지시한 것을 충실히, 따뜻하게 수행하려는 듯한 배려가 보인다. 공감력과 윤리적 설계를 가장 고민한 AI가 클로드라고 하는데, MBTI의 답변에서도 그게 드러났다. 마치 ‘조용하고 진실된 팀원’을 떠올리게 하는 태도다.


AI와 궁합, 당신에겐 어떤 AI가 어울릴까?


MBTI 테스트는 AI를 만든 설계자가 지향하는 바에서 비롯된 ‘성격’과 일하는 방식이 분명히 있음을 알려주었다. 특히 각 AI가 애매한 문항을 해석하고 응답하는 방식에서 그들의 설계 철학과 인간에 대한 태도가 드러났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찾고 분석하여 답을 가져다주는 근본은 같지만 데이터가 없는 것을 추론하고, 상상의 영역까지 닿는 개방성을 얼마나 허용할 것인가? 팩트에만 머물고 자기 한계와 역할에만 머물 것인가? 추론, 상상의 영역을 어떻게 얼마나 전개하고 전달할 것인가? 아니면 그 한계를 고백할 것인가? 혹은 윤리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사람인척 할 것인가? 아니라고 선을 그을 것인가?


요즘 조직 관리를 하거나 리더십 교육을 받을 때 MBTI 검사가 필수다. 서로 이해하고 차이를 인지하면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괜한 오해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재미난 건 AI도 그렇다는 것이다. AI의 업무 스타일, 창의성, 피드백 방식을 이해하면 실제로 AI를 더 잘 활용하게 된다. 얘는 거짓말을 잘해, 얘는 답이 부실해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각자 특성에 맞게 팀원으로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되기 때문이다. 당신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에 맞게 AI와 궁합을 맞춰볼 필요가 있다.


각 AI의 정체성을 요약해 보면 챗GPT는 상상력과 공감. 사용자 중심의 유연한 파트너이자 친구, 퍼플렉시티는 명확한 논리와 분석. 사실에 강한 피드백 코치, 제미나이는 절차 중심의 설계자. 효율과 일관성 중시. 솔직한 동료, 클로드는 윤리적 감성 전달자. 절제와 배려가 있는 진실한 동료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성격을 파악하고 나면, 업무 시나리오별 AI 조합을 만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브레인스토밍: 챗GPT + 클로드(Claude) / 창의성 + 윤리적 검토

리서치: 퍼플렉시티(Perplexity) + 제미나이(Gemini) / 팩트체킹 + 체계적 분석

콘텐츠 제작: 클로드 + 챗GPT / 감성 + 공감


개인 성향별로는 자신의 MBTI는 물론 업무 스타일, 선호하는 피드백 방식 등을 고려해 AI를 매칭해 쓸 수도 있다. 모든 유료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으니, 나의 상황에 맞게 적절히 고르는 것이 필요하다.


결론은 각 AI 설계에 내재된 철학과 작동 방식, 사고와 답변을 주는 구조는 의미 있게 달랐고, 그래서 다양하게 팀원으로 여러 AI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https://www.newsverse.kr/news/articleView.html?idxno=7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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