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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피 Apr 27. 2021

회사에서 오로지 나만 남는다는 것

좋아하고 의지했던 분들이 차례로 퇴사를 합니다.



요즘 오로지 나만 남는다는 것을 체감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회사를 차례대로 떠나고 있다. 내가 이별을 제대로 겪은 적이 있었던가? 돌이켜보면 친구들은 자연스레 상황과 환경이 달라져서 멀어진 것이 있어서 그렇게 아프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회사에서 의지했던 분들이 차례대로 떠난다는 건 나에게 또 다른 의미인 것 같다. 이별은 추억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서 슬픈 것 같다.



요즘 내 마음은 적잖이 속상하다. 회사에서 의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었다. 회사에는 내가 많이 의지한 여자 과장님, 여자 대리님이 있었다. 그분들은 나보다 더 오래 회사를 다녀주실 것이라고 나 혼자 미련스럽게 믿고 있었는데,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했던 두분은 작년에 차례로 회사를 떠나셨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같이 회사를 다녀서 행복했던, 나와 가치관이 비슷하고 대화할 때도 즐거웠던, 사회생활에서 이런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꿈에 부풀었었던, 그 꿈을 이루어준 나의 동기가 퇴사를 했을 때에도 나는 홀로 눈물을 훔쳤다.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이어서 더 슬펐던 것 같다.



그렇게 회사에서 내가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떠나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업무적으로도 의지했지만, 존경할 구석들이 있어서 좋아했던 세분이 떠난다. 특히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시고, 회사 생활, 회사 언어, 회사 태도를 알려주셨던 실장님이 저번주로 그만두셨다. 더 좋은 길을 가실 것이기에 묵묵히 응원을 해드렸지만, 내가 제일 의지했던 분이 떠날 때 내 마음이란...



나와 업무적으로 접점이 덜해지고 멀어져도, 그냥 그 분들이 나의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좋았었는데, 내 얘기를 들어주고, 나와 같은 방향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었는데, 어찌보면 회사를 다닐 수 있었던 구실이 사라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나랑 같이 마케팅 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의견이 대립할 때도 있었지만, 업무에 대한 열정이 좋아서 일하는 걸 즐겁게 만들어줬던 나의 사수, 대리도 다음주 월요일 부로 그만둔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내 마음이 감정의 동요를 많이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막 슬프지도 않고, 이제 막 기쁘지도 않은 것 같다. 나도 나를 지키려고 그런 부분들을 세밀하게 신경쓰고 있는 듯 하다. 내가 너무 슬프면 너무 슬프니까 적당히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같이 다니던 회사를 떠난다는 것, 그분들이 더 좋은 길을 가기위해, 그리고 그분들만의 길을 그리는 것이라 응원해줄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나 홀로서기. 홀로 남아서 하는 일들, 내가 고민하는 것들을 나눌 수 없다는 것들은 조금 속상하다.



그냥 의지했고 좋아했어요 라고 말하는 것과 당신이 떠나서 슬퍼요 라고 말하는 온도 차이. 그리고 그걸 부정하고, 나 스스로 홀로 잘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나. 시간이 지나면 이 기간이 어떻게 기억이 될까. 정말 잘 버텼다고 생각할까. 그 시간이 나에게 도움이 되었어. 라고 여길까? 시간은 흘러간다. 나는 변한다. 좋은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 과정이기를 바라본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어느 곳에서나 언제나 행복하고 건강하시기를.

제가 연락하면 기꺼이 기쁘게 받아주시기를 :D

저는 여전히 아직 이 자리에 남겠지만, 마음적으로 묵묵히 응원하고, 저도 스스로를 응원하며 잘 버티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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