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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피 Jan 10. 2022

취미지만 미래 먹거리 중책을 맡은 꽃꽂이

꽃꽂이를 배우는 일상 기록하기

거베라와 리시안셔스가 매력적인 꽃다발! 불어로 말하는 부케는 웨딩부케만 말하는 게 아니라 영어로 핸드타이드, 우리말로 꽃다발을 의미한다.


꽃꽂이를 취미로 배우게 된 건 작년 6월 말부터였다. 회사 생활을 고민하는 내게 같은 이름을 가진 친한 친구가 꽃꽂이를 추천해줬다. 그 친구는 대학생 때부터 나를 봐와서 내가 좋아하는 걸 익히 잘 알고 있다. 나는 대학교 때 컬러를 좋아해서 컬러리스트 산업기사를 취득했고, 원래 그 분야로 진로를 결정하려고 했다. 친구는 내가 색깔도 좋아하고 예쁜 것, 만드는 것을 좋아하니까 한 번 꽃을 배워보라고 했다. 친구의 친구가 꽃집을 하고 있는데 돈을 엄청나게 번다고 했다. 그것도 솔깃했다.


작품 연출은 포토존도 한 몫 한다 :) 오른쪽 상단에 있는 꽃은 수선화인데 이름을 외우려고 계란 후라이 닮은 꽂이라고 별명을 붙여줬다.


사실 창업이나 취업을 이쪽으로 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꽃꽂이 학원에 등록한 건 아니었다. 나는 회사를 다닐 때 무언가 방출하고 싶은 창작 욕구가 알게 모르게 있었다. 창작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기 주도성이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나는 회사에서도 독립적으로 내가 결정하면서 새로운 일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즐겨했었다. 그 당시 회사에서 여러 가지 이슈가 겹쳐져 창작욕구를 분출하지 못하니 자연스레 꽃꽂이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센터피스 작품! 같은 꽃을 나눠주어도 다양한 작품이 나온다. 수강생들 작품과 함께 진열하니 웨딩 장식이 따로 없다.


장차 거창한 무언가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꽃꽂이를 배운 것은 아니었고, 문지방   밟아볼까? 하는 단순한 호기심이 꿈틀거림에 꽃꽂이를 시작했다. 학원 등록  데스크 선생님이랑 상담을   초보자도 들을  있다고 해서 거침없이 등록했다가 개강  실무자를 위한 반이란  알았다.   구멍 아닌 구멍이 되어서 내가 이해하면 수강생들이  이해한 것이라는 선생님의 물심양면 지원을 받으며 꽃꽂이 수업을 완강했다.


중앙에 있는 파스타 거베라는 파스타 면을 닮아 그 이름이 붙여졌다. 꽃바구니 수업이었는데 나름 마음에 든 작품이었다.


코로나라서 마스크를 쓰고 꽃을 꽂아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자연의 다양한 색감과 향기를 맡으며 손으로 만지작 거리고 있으면 모든 잡념이 사라지는 위대한 풍경을 느낄 수 있었다. 일요일 저녁 수업이라 가는 길은 약간 부담이 되었지만 수업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다음날 출근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줬다. 그렇게 6월부터 10월까지 리프레시를 했고, 12월 중순에는 강남 한복판에 있는 플로리스트 학원 꽃꽂이 클래스에 두 번째로 등록했다.


그날 어렵거나 헤맨 수업은 집에 와서 복습을 한다. 중학교때 친구들이 금붕어라고 놀렸을만큼 기억력이 안좋다. 남들보다 두 세배는 해야 평균을 따라잡기에 노력하는 일상은 필수다.


 클래스는 취업, 창업반이어서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볼  있는 장점이 있다. 선생님이 꽤나 이론을 자세하게 알려주시고 더불어 실무에서 있었던 , 노하우 등을 재미있게 들려주셔서 기억하기 쉽다. 만일 코로나가 아니라면 마스크도 벗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서로 어떻게 작품을 만들었는지 담소도 나눌  있을 텐데 그런 점이 여전히 아쉽기는 하다. 그래도 흰자로(?) 나름 열심히 다른 분들의 작업을 보면서 눈치 게임하며 열심히 작품을 만들고 있다.


용돈박스에 이 디자인을 활용하면 된다.


꽃꽂이를 왜 시작하게 된 거냐고 물어보는 주변인들이 있었는데, 그 대답은 취미 + 미래 먹거리라는 키워드로 단순 종결 지을 수 있다. 그리고 우아한 낭만에 취하게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촉매제이다. 하지만 플로리스트를 직업으로 하게 되면 컨디셔닝(꽃 정리, 물 올림 단계)만 3시간 넘게 걸리고, 새벽에 꽃 도매 시장에 가서 꽃을 사입해오고, 강의라도 있거나 하면 그 수많은 꽃 관련 도구들과 짐들을 날라야 한다. 그야말로 겉으론 백조처럼 우아해보이지만 절대 우아한 게 아닌 일상의 연속들이다. 그래서 꽃을 하는 사람들은 운전, 강력한 체력과 회복력이 필수다.


아직  꽃이 미래에 나를 어디로 인도하게 할지 모르지만, 지금   있는 꽃꽂이 일상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수업은 9시부터 3 20분까지 이루어지는데, 강남역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마침 예비 직장인의 모습으로 예열시킬  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뭐랄까 가장 열심히 산다는 강남 한복판으로 이동하는 물결에 몸을 담고 있으면 열심히 살고 있다는 자기 위안을 어느 정도는   있게 된다.


다 만든 작품이었지만 살포시 꽂는 척 연출해줬다. 라인감이 있는 꽃들은 전체적인 윤곽선과 크기를 결정지어준다. 꽃꽂이는 머리를 잘 쓰며 디자인을 해야 한다.


주변 수강생들을 보면 꽃으로 창업을 하겠다는 사람들과 꽃집이나 호텔 웨딩 공간 장식으로 취업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대단한 자세들을 가지고 있어서 스스로 살짝 위축될 때도 있다. 그래도 할머니 되어서도 꽃꽂이할 거면 멀리 보자 라는 생각으로 임한다.


그리고 꽃꽂이를 배우면서 좋은  나를 새로운 세상에 노출시키는  과정이 아주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못하는  잘하게  때의 즐거움은 이루 말할  없는  같다. 몰랐던  알게 되는 ,  정도 세계인  알았는데 다른 세계가 있다는  알게 되는  말이다. 예전에는 결혼식장 가면 생화 장식이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요즘은 결혼식장에 가면  장식부터 찾곤 한다.  


햇박스 디자인 ㅎㅎ 귀엽다


작년에 처음 꽃을 배울 때는 단순히 꽂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면, 이번에는 화훼장식 기능사 필기시험 준비와 함께 꽃 공부를 하고 있다. 어디 가서 꽃 지적 허세에 심취해보려고 속도가 빠르지 않아도 단단히 채우는 중이다. 예를 들면 수국은 꽃이 아니라 꽃받침이 꽃 인척 하는 꽃이라는 점…! 꽃꽂이도 처음부터 잘하려고 하면 욕심이 나고 이상보다 못했다는 것에 자책할 때가 있었는데, 그건 약간의 허당을 곁들인 완벽주의 기질을 가진 내가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라 냅다 꽂는 것에 의의를 뒀었다.


이번  번째 꽃꽂이 강의에서는 머리를 굴리면서 전체적인 모양과 선생님이 말씀해주시는 포인트들을 머릿속에 넣고 작품에 적용시키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분명 11 30분에 든든하게 점심을 먹어도, 집에 오면 허기가 져서 군것질 거리부터 찾는다. 같이 밥을 먹는 수강생분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니 그들도 그렇다고 해서 안심했다.


한송이 포장. 사실 포장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100번은 연습 해야 남들 하는 만큼은 따라갈 것 같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사람을 마주하기 어려운 요즘 꽃꽂이 학원의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할 시간이 생긴 것도 좋다. 요즘 인간관계를 다시 보고 재정의 하고 있는데 책이나 영상에서 배운 부분들을 적용해보고 회고해보는 것이 조금씩 도움이 된다.


혹자는 내가 백수여서 꽃꽂이하는  아주 우아하고 여유로워 보이고 부러울  있겠지만, 저도 인간이라서 때로는 울적했다가 괜찮아졌다가 즐거웠다가 회복했다가 한답니다 ㅎㅎ 지금 가는 길이 어디로 가는 길인지는 몰라도 분명히 후에 점으로 연결될  믿으면서 가는 마음과,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가는 마음에는  차이가 있는  같다. 과거에 내가 속도만을 보고 답습했던 것들을 인지하고 생각이나 초점을 교정하려 노력하고있다.  길이 맞는지 아닌지를 떠나서 나를 믿고 정진하는 것은 나에게 다른 즐거움과 에너지를  것이다.


한송이 포장 2탄. 포장지, 리본 색깔을 꽃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선택하는 감각도 기르는 게 좋다. 한참을 연습하고 있으니 선생님이 나보고 의지의 한국인이라 그러셨다.


지금은 취미이지만 미래 먹거리의 중대한 역할도 겸비하게  수도 있는 꽃꽂이야 나랑 같이 잘해보자! 그리고 꽃은 나이 들어서도 만질  있고, 할머니가 되어서도 정원을 꾸미고 가꿀  있어서 좋은  같다. 어떻게 늙으면 좋을지, 어떤 어른으로, 노인으로 남으면 좋을지를 생각해보면서 꽃꽂이를 삶에 선물처럼 데려온 것도 있다.


공간을 장식하는 데 쓰이는 갈란드를 만들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여러가지 오너먼트를 곁들이면 멋진 장식품이 된다 :)


은퇴를 하고 벌어놓은 노후 자금으로 살아가며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면 어떤  하면서 즐겁고 아름답게 시간을 보낼  있을까 그런 물음들 말이다. 지금은 막연하게 보여도 분명히  눈앞에 펼쳐질 풍경들이기에 맞닿뜨리게 되었을  너무 당황하지 않고 즐겼으면 한다.


플라워볼 만들기! 원형으로 만드는 게 핵심인데 얼굴이 동글동글한 매스 꽃들을 활용하면 좋다. 같이 듣는 수강생분들과 함께 한컷!


그래서 꽃도 당장 무언가 되겠다는 필연적인 목표가 없더라도  삶을 편안히 이끌어   있겠다는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서 속도감 보다는 방향성을 두게 되었다. “뭐가 될진 몰라도 그냥 해보자! 걱정 하고 우려 하는 것보다는 지금을 만끽해보자그런 것들 말이다. 그래서 할머니가 되어서도 꽃꽂이를 하는 일상을 아주 잠깐 그려보곤 한다. 평생 무언가를 질리지 않고 천천히 해나갈  있다면 그것도 행복일  같다.


토피어리 작품! 나뭇 가지를 고정하는데 애를 먹었다. 비단이끼를 예쁘게 깔아주는 것도 플로리스트가 할 일이다. 나는 대충 깔아버림…


요즘 배웠던 것들을 연습하려고 꽃을 사입해서 만들어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고 있는데 이런 것들도 일상에 다채로움을 준다. 꽃은 축하와 감사,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매개체이니까 앞으로도 잘 배워놓아서 알맞는 때에 따뜻함을 주는 데 쓰이면 좋겠다. 때로는 거창한 목표가 없다고 불안하고 초조해할 때도 있겠지만 나를 믿으면서 나만의 속도로 가길 바란다.


웨딩 핸드부케! 플라워볼 연습한 게 도움이 되었는지 이날은 만드는데 훨씬 수월했다.


타샤 튜더의 다큐멘터리에서 그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코기는 코기만의 색을 가지고 있어요.”


갈란드 수업 때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들지 못한게 아쉬워서 꽃시장에서 사입해온 그린들로 미니 갈란드를 2개 만들었다. 가내수공업 겸 중노동이다… 하나 만드는데 세시간 넘게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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