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박 10일 5학년 첫 대회를 떠난 아들. 이번 지역은 충남 예산이다. 아들이 뛰는 유소년팀은 화요일부터 치러지는 경기를 위해 지난주 일요일에 예산으로 일찍 출발했다. 일요일, 월요일 이틀은 휴식과 체력훈련으로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졌고 오늘 화요일 오후 17시에 첫 경기를 치렀다.
아들의 등번호는 18번. 이강인 선수 국가대표 등번호다. 등번호가 18번인 세계적인 선수들도 많다. 새로 배정받은번호가 꽤 마음에 든다는 아들. 이번 시즌에 새로 제작된 유니폼을 입고 뛰는 첫 번째 경기라 기대라 크다. 5학년이 되면 첫 경기가 1종 전국대회라는 것을 알고는 4학년이 끝날 무렵부터 엄청 기대를 했었다.
아들의 포지션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8:8로 치러지는 유소년 축구경기는 변수가 많아서 선수 개인과 코치가 선호하는 포지션이 있더라도 상황에 따라서 자주 바뀐다. 어떤 날은 센터백, 어떤 날은 미드필더, 어떤 날은 왼쪽 공격수, 전술에 따라 중앙 공격수로 뛰기도 한다.
축구 포지션
오늘 경기의 포지션은 윙 포워드, 공격수다. 경기장 왼쪽의 공격을 담당한다. 전략에 따라 그때 그때 위치가 조금씩 달라지지만 아들이 선호하는 포지션이다. 팔목에 부상이 있는 아들이 몸싸움을 그리 많이 하지 않는 포지션으로 뛴다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뛰는 것 자체가 걱정인 엄마는 심장이 쫄깃하다.
전반 3분이 지나자마자 아들이 손을 짚고 넘어진다. 공을 지키기 위해 상대편 수비수를 몸으로 막고 있었는데 상대팀 선수가 팔을 잡고 중심을 무너뜨렸다. 왼쪽으로 밀쳐져서 보호대를 찬 아픈 왼손으로 바닥을 짚는다. 억울한지 심판을 쳐다보지만 경기는 그대로 진행이 된다. 흔히 있을 수 있는 플레이지만 유튜브 라이브를 보는 엄마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이 경기를 직관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었다. 흥분해서 또 소리 높여 항의했을 내 모습, 안 봐도 눈에 선하다.
넘어지는 영상 ㅠ.ㅠ
감정의 기복이 별로 없는 아들은 3학년 때까지만 해도 대회를 나가든 연습경기를 하든 별로 긴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클럽을 옮기고 4학년 가을부터는 유독 긴장을 많이 했다. 쉬운 찬스도 자주 놓치고 넣을 골도 못 넣고 심지어 한 대회에서는 슛을 9번을 때렸는데 한 골도 못 넣을 때도 있었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아 힘들어하는 아들 모습을 보면서 엄마인 나도 참 괴로웠다.
다행히 경기는 우리 유소년팀이 유리하게 끌고 갔고 생애 첫 전국대회의 첫 경기에서 아들은 전반 16분경에 팀의 첫 골을 넣었다. 골을 넣은 아들의 모습을 보고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나름의 슬럼프를 이겨내기 위해 열심히 훈련했고 많은 준비를 해서인지 자신감을 회복한 듯하다. 부상 부위가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았는데도 플레이에서 적극성이 묻어난다.
첫 경기 우승+ 팀 첫 골의 주인공
아들은 전반 20분을 무리 없이 소화하고 후반전에는 뛰지 않았다. 통증이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아들과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코치님께 전화하는 것뿐이라 꾹 참고 밤 10시가 되길 기다렸다. 이 시간에 항상 전화를 해주는 아들이라 휴대폰만 보며 아들 전화를 눈이 빠지게 기다렸지만 전화는 오지 않는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전화를 하지 못할 사정이 있나 보다. 유소년팀 감독님과 코치님들은 아이들을 잘 살펴주시기에 통증이 있었으면 바로 전화를 주셨을 텐데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생각하고 마음을 진정시켜 본다.
경기 영상을 다시 한번 보니 상대팀 선수들을 포함한 모든 유소년 선수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매일 성실하게 훈련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내 아들뿐만 아니라 축구 선수가 꿈인 모든 아이들이 참 대견스럽다. 운동을 하는 아이들은 하루가 너무 바쁘다. 공부, 단체훈련, 개인훈련 이 모든 것을 소화 내느라 일상을 빠듯하게 산다. 그럼에도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려고 애쓴다.
내일도 같은 시간에 경기가 있다. 아들이 뛰는 경기는 월드컵을 볼 때보다 더 긴장되고 간절하다. 내일은 어떤 플레이를 할지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두근하다. 승패를 떠나 부상 없이 전후반 40분을 잘 마무리하길 간절히 기도한다. 내일도 오늘처럼 무탈하길 마음속으로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