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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아피디 Feb 10. 2021

제2의 인생은 이렇게 시작되는구나

악재의 반전


 코로나로 일이 중단되고 글을 쓰고 글 쓰는 일감이 생기고... 결국 악재로 인한 인생의 대 변환이 시작된 거다. 결과를 떠나서 작가 되는 일은 십 년 전부터 원했던 일이기에 잘된 시작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피디 일의 마무리가 이렇게 되는 것은 또 유감이기도 하다. 잘 정리하고 내 손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역시 사람일은 참 계획대로 되는 것이 없는 법이다.


 겨우 몇 개월 쉬었을 뿐인데도 25년 해왔던 일이 마치 전생에 있었던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지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전 인생을 바친 일인데 아스라이 안개처럼 스르르 사라지는 느낌.


 브런치에서 예능 25년 사를 글로 정리한 것은 어쩌면 운명의 계시 같은 것이었을까? 하루도 빼지 않고 연대기를 정리해서 올렸다. 그때만 해도 글을 쓰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책 하나 내봤으면 하는 어렴풋한 생각 정도였다. 그러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일이 진행되었다.


 여기에는 일말의 아쉬움 같은 게 있는 것이다. 내 손으로 이쁘게 잘 정리하는 게 아니라 어어어 하다가 다른 IC로 접어들게 된 고속도로 운전 같은 느낌이랄까. 지금의 이런 감정을 책망하진 않는다.


 나에겐 방송이 내 인생 전부였으니까 그놈과의 이별이 당연히 힘들지 않겠나? 만약 아쉽거나 힘들지 않다면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던 게지. 난 정말 방송을 사랑했다. 목숨처럼...


 이제는 같은 영상을 만들더라도 혹은 콘텐츠를 생산하더라도 글로써 말로써 표현해야 한다. 몇몇은 작가가 오히려 나한테 더 잘 어울린다고들 한다. 그 말이 칭찬 같기도 하고 좀 섭섭하기도 하고 그렇다. 너는 피디가 천직이야 더 해야지?라는 말도 듣고 싶었나 보다. 욕심이 많다. 내가...


 그만큼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 이제 글을 써도 된다는 말들 이리라 의심 없이 믿는다. 오늘 아침에는 또 TV를 보다 보니 내 피디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서 이 생각 저 생각이 난다. 그래도 악재로 시작됐든 자발적으로 시작했든 제2의 인생은 시작됐고 나는 잘못된 IC로 빠진 게 아니라 정말 정확한 곳에서 정확한 시점에 내 목적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신나게 음악을 틀고 새로 닦아놓은 잘 빠진 신고속도로를 달리면 된다.


 이 말은 유치해서 안 쓰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쓰게 된다. 내가 젤 좋아하는 말이라서...


< 나 박지아야 아자아자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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