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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아피디 Dec 24. 2020

엄마 아빠는 외계인

예능 전쟁터 25년 참전기 25

엄마 아빠는 외계인

      금성에서 온 엄마

      화성에서 온 아빠     


 <슈퍼맨이 돌아왔다>, <사장님귀는 당나귀 귀>, <나 혼자 산다>, <미우 우리 새끼> 등등 육아 대디, 노사관계, 1인 가구, 노총각들 등등 모든 인간군상들이 예능을 통해 관찰된다. 리얼리티 관찰 예능이 판을 치는 시대가 도래된 지가 꽤 되었다. 방송을 기획하는 사람이라면 무엇을 관찰해야 이슈가 될지 고민하게 된다.     


 몇 년 전에 예능국에서 외주제작팀으로 부서 이동을 한  KBS 피디님을 만났다.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고 보여드렸더니 안 그래도 괜찮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찾고 있었다고 하셨다. 무척 맘에 들어하셨다.     


 보통은 부모들의 시선에서 보는 아이들 관찰 프로그램이 많다. 역발상을 해보았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이상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부모의 잘못이었다. 이점에 착안한 자식들의 입장에서 보는 부모 관찰 프로그램이었다. 엄마는 왜 저래? 아빠가 이상해 등 자식들의 시선을 모아 모아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나 또한 평범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술집을 하는 외할머니의 손에 자랐고 엄마는 떼쟁이고 아빠는 늘 앞뒤가 안 맞는 말만 하셨다. 우리 형제들은 엄마 아빠 그런 행동들을 놀리고 흉보면서 결속이 굳어졌다. 엄마 아빠는 좋은 분들이다. 하지만 전지적 자식 시점에서 보면 어처구니가 없을 때가 많았다.      


 <엄마 아빠는 외계인>은 배우 오광록. 황신혜. 아나운서 출신 김성경. 스타일리스트 김우리 등을 관찰하고 스튜디오에 자식들이 나와서 그걸 보고 흉을 보거나 이해하거나 한다는 내용이었다. 자식들은 공개적인 자리라 크게 솔직하게 얘기를 하지 못했다.   


 나이들도 아직 어린 데다가 방송국에서 그럴 수 없이 어마어마하고 화려한 돗자리를 깔아 주고 MC 네 명이 쳐다보고 있는데 전 국민이 시청하는 방송에서 부모님 뒷담화를 하라 했으니 웬만한 강심장 불효자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부모님이 옆에 있었다면 오히려 나았을 수도 있다. 아니면 차라리 스튜디오 코너 없이 관찰로만 진행하는 게 훨씬 진솔했을 것이다. 6회 정도 하고 마무리되었다.      


  [예능은 딴짓이다]를 꾸준히 구독하신 분들은 그러실 거다. 뭘 이렇게 실패한 프로그램을 많이 했어?라고... 하지만 실패를 많이 해볼 기회를 스스로 많이 만들어 낸 것에는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후에 히트를 친 프로그램도 있으니까 자랑스럽게 실패에 대해 떵떵거릴 수 있다. 힌트를 드리자면 <아빠를 부탁하는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암호 풀이는 어렵지 않다.     

 

 아주 공을 잘 치는 야구 선수도 3할대이고 축구 선수들의 유효 슈팅률도 미미하다.

앞으로도 어느 구름에 비 내릴지 모르니 꾸준히 기획을 할 것이다. 나는야 이상한 나라의 외계인 기획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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