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담당제
결혼 후 동거인이 생겼을 때, 생각보다 깊은 안정감과 편안함이 있었다. 우리는 별로 다툰 적도, 크게 언쟁을 높인 적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신혼 초 한 가지 문제가 떠올랐다. 아마 대부분이 겪는 과정이지 않을까 싶다.
바로 집안일!
내가 살고 있던 집에 룸메이트가 들어온 상태라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집안일을 내가 맡아하고, 남편은 아예 집안일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것 같다. 정리정돈은 오히려 남편이 더욱 잘하지만, 한 번씩 집안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남편은 흘려듣는 것 같았다.
집안일을 말하지 않아도 주체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한 번 터져버리고 말았다.
"빨래 돌릴 거야?"라고 묻는 말에 "빨래 알아서 돌려주면 좋겠는데, 물어보지 말고 집안일을 주체적으로 했으면 좋겠다"라고 나도 모르게 감정 섞인 말투로 말했다. 룸메이트는 당황하며 자기가 돌리려고 해서 물어봤다고 답했다.
우리는 우리의 협상 테이블에 앉아 가족회의를 열었다.
서로 가장 싫어하는 집안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담당을 정했다. 나는 사실 빨래를 제일 싫어한다. 남편은 화장실 청소가 제일 싫다고 말했다.
서로가 싫어하는 집안일이 다르니, 각자 맡기로 했다. 각자 어느 정도 담당을 정하고 서로 도우는 방향으로 지금은 잘 지켜나가고 있다.
내가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더라도 남편은 매일 깔끔하게 물기를 제거하고, 한 번씩 샤워 후 화장실을 말끔하게 청소해 준다. 빨랫감은 자주 쌓이고, 상대적으로 집에 있는 시간은 내가 더 많기 때문에 내가 자주 빨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담당을 지정해 놓으니 어느 정도 주체성도 생기고 서로 도울 수 있는 것 같다. 일을 할 때도 담당자가 없으면 일이 명확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사실 같이 살면서 남편도 나의 습관들 중 성에 차지 않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서로가 조금씩만 배려하고, 대화해 보면 되지 않을까?
가끔은 진중한 대화가 필요한 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