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면 사람들은 묻는다. "올해 어땠어?"
나는 대답한다. "바빴어. 정신없이 지나갔어." "그냥 그렇지 뭐."
그런데 정작 무엇을 했는지 물으면 선뜻 대답이 안 나온다. 그냥 바쁘게 살았는데, 남은 게 없다. 365일을 보냈는데, 기억나는 날이 몇 개 안 된다.
『파이어드』에서 읽은 문장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똑같은 하루를 일곱 번 반복하면 일주일을 하루처럼 살았을 뿐이다. 30년을 매일 똑같이 보낸 사람은 30년이 아니라 하루를 산 것과 다름없다."
나는 2025년을 며칠이나 살았을까?
1월, 새해 다짐을 하던 날. 3월, 벚꽃을 보러 간 주말. 7월, 친구와 깊은 대화를 나눴던 밤. 10월, 가족여행.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나머지 날들은? 출근-업무-퇴근-잠. 그 루프의 반복이었다.
365일을 살았다고 착각했지만, 사실은 한 달 남짓 살았을까? 물론 매일 고민하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생각만 머릿속에서 떠돌 뿐 행동과 실천력이 부족하다고 매번 느낀다.
'다르게 산다'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매일을 다르게 살 수 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작은 변화를 만드는 것.
새로운 길로 출근하기. 안 가본 식당에서 점심 먹기. 새로운 장르 음악 듣기.
거창한 여행이나 인생 전환이 아니다. 일상 속 작은 균열,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어제와 달라진다.
그래서 내년엔 실험을 해보려 한다.
매주 새로운 것을 하나씩. 한 주에 하나, 1년이면 52개. 작은 도전들을 게임하듯 하나씩 클리어하는 거다.
기간을 1주로 제한하면 부담도 덜하고, 몰입도 더 잘 된다. 실패해도 다음 주 새로운 걸 시도하면 그만이다.
이 과정을 브런치에 기록할 예정이다. 잘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2026년 12월엔 "올해 뭐 했어?"라는 질문에 52가지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연말이다.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달라질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1월 1일 지나가는 요일 중 하나이다. 변하는 건 달력뿐, 보통의 하루와 다르지 않다.
나는 오늘부터 52개의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한다. 2026년에 할 작은 도전들을.
30년을 살고도 하루만 산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하루를, 일주일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