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 속의 작은 선물
어제저녁즈음, 픽- 하는 소리가 나더니 세상이 조용해졌다.
에어컨, 선풍기가 스르르 꺼지고 거실을 밝히던 불도 꺼졌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불이 들어오지 않았고, 현관문을 열어 엘리베이터를 확인하니 엘리베이터 전원도 꺼져있었다. 아파트 단지의 전체 정전이었다.
핸드폰 신호도 불인정했다. 작은 방의 에어컨으로 시원해진 공기를 최대한 가둬두고 방안의 침대에 드러누었다. '핸드폰 충전도 안 되고, 이게 언제까지 계속될까?' 걱정이 스쳤지만, 동시에 묘한 감사함이 밀려왔다. 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 고맙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전자기기들이 내는 소리가 마치 백그라운드 음악처럼 깔려 있었다는 것을 그 순간에 알았다. 에어컨의 윙윙거림, 냉장고의 웅웅 거림, 각종 전자기기들의 미세한 소음들. 모든 것이 멈춘 지금, 세상은 놀랍도록 고요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책을 읽는 것뿐이었는데, 이 제약이 오히려 자유로웠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망설임도 없었다. 그저 책장을 넘기며 고요함을 만끽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고 정전은 금세 복구되었다. 다시 돌아온 일상의 소음들이 새삼 반가우면서도, 그 짧은 정적의 순간이 아쉬웠다.
새삼 진짜 고요함을 경험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