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폭포(Bride’s pool)로 가는 여정
홍콩의 1월은 대부분이 쾌청한 공기를 느낄 수 있는 화창한 맑은 날의 연속이기에 하이킹 하기 정말 좋은 계절이다. 홍콩섬은 크지 않아서 조금만 나가도 산과 바다를 만날 수 있는 자연친화적 도시이다. 바다로 둘러 쌓여 있는 도시이다 보니 산에 오르면 그 옆 바다도 볼 수 있고 때론 큰 강이나 저수지도 볼 수 있다.
선진국인 영국의 식민지 문화를 거쳐 온 홍콩이어서인지 이들은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보존하는 것에 집중하며 함께 공존해 나아간다. 홍콩에서 산을 다니며 하이킹을 할 때마다 그 점을 경험하게 되면 부러운 문화이기도 했다.
하이킹을 좋아하는 나의 이번 선택 코스는 신부 폭포(Bride's pool)였다. 적당히 쉬운 코스로 산책하는 기분으로 다닐 수 있는 숲이 있는 산이며 그 안에 작은 폭포가 있다 하여 선택하게 된 목적지였다.
어떤 느낌의 폭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며 친구와 함께 길을 나섰다. 2층 버스를 타고 가는 그 여정은 평안했다. 하늘은 흐린 아침이었지만 한눈에 보이는 풍경은 홍콩 특유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한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서 목적지 근처에서 내리니 정말 도로 하나만 있고 숲이 가득 우거진 산속이었다.
도시에서 조금만 나오면 이런 숲 속이 있다는 것은 홍콩인들에겐 축복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기분 좋게 안내도를 따라 천천히 이동을 하니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계곡가가 보인다. 마침 흐린 하늘이 개이고 솜털 같은 구름과 함께 맑은 하늘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마치 인간의 발자취를 한 번도 거치지 않은 것처럼 깊은 숲 속에 감춰져 있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계곡가의 풍경에 친구와 나는 연신 감탄을 쏟아 내었다. 때마침 하이킹하는 이들도 없어 신비로운 자연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었다. 태풍이 자주 출몰하는 한 여름에는 비도 많이 오기 때문에 이 계곡가를 건너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곳의 정취를 계속해서 눈에 담아냈다.
계곡가를 지나 조금만 올라가다 보면 짧은 시간 안에 두 폭포의 이정표인 안내석을 보게 된다. 신부 폭포를 보러 가기 이전에 친구와 나는 예정에는 없는 목적지였지만 Chiu Keng Tam 폭포를 잠시 보고 가기로 하고 발걸음을 반대 방향으로 옮겼다.
홍콩의 산들은 중간 곳곳에 보기 쉽게 길안내 표시를 잘해놓고 있어서 나 같은 길치도 수월하게 즐길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 하이킹을 즐겨하는 영국인들의 흔적일 것 같다는 추론을 해보며 조금 더 올라가니 시원하게 떨어져 내리는 폭포수가 우리의 눈앞에 펼쳐져 보인다. 우거진 나무와 맑은 하늘이 조화를 이룬 Chiu Keng Tam 폭포의 모습은 크지 않음에도 웅장함이 뿜어져 나오는 장관을 보여주고 있었다.
길게 뻗어 우거진 나무숲 위로 바라본 하늘은 홍콩이 아닌 다른 이국적인 곳 마치 어느 아마존 정글 숲에 있는 기분이 들게 하더라. 이렇듯 자연과 하나 됨을 느낄 때 더욱 평온해지고 감사한 마음이 더 생기는 것 같다.
그렇게 바라보고 있던 폭포수 계곡 위에서 로프가 갑자기 내려짐에 놀라서 올려다보니 외국인들이 암벽 타기 준비하고 있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동호회인 듯한데 강사인 분이 먼저 호기롭게 그 계곡을 내려오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무척 시원해 보였다. 무사히 착지한 강사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우리의 최종 목적지로 향했다. 그 신부 폭포는 얼마나 더 화려할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이동하여 도착한 그곳의 모습은 첫 외마디가 "어랏. 겨우 이거였어?"였다.
안타깝게도 강수량이 많지 않은 않은 계절인 겨울이라 그곳의 물이 완벽하게 고여 있지 않아 졸졸 내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일행이 다녀와 올린 근사한 사진을 보고 내심 기대가 컸던 친구와 나였지만 그래도 우리의 목적은 달성했다는 것으로 위로하며 발길을 돌렸더랬지.
처음에 신부 폭포란 이름을 보았을 때 폭포가 신부의 면사포를 닮아서 그런 건가 했는데 찾아보니 그게 아니라 중국의 전설에서 내려온 이야기였다. 전설에 따르면 폭풍우가 몰아치는 어느 날 가마에 오른 신부를 메고 가던 포터 중 한 명이 빗길에 미끄러진 것이다. 이에 가마와 신부는 폭포 아래로 떨어지고 바닥의 웅덩이에 빠지게 된 것이다. 물에 젖은 신부 옷에 그녀는 그렇게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녀의 비극적인 운명을 기리기 위해 신부 폭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흥미로운 전통 이야기가 담겨 있는 곳을 하이킹한 하루.
아름다운 자연 속을 걷다 보면 이름 모를 새소리들의 노랫소리에 행복해지고, 시원한 바람 덕에 미소를 더욱 머금게 된다. 이번 하이킹 코스는 난이도도 쉬웠기에 산책하는 기분으로 그 시간을 마음껏 즐겼던 것 같다.
정적인듯한 숲 속이지만 모든 것들이 살아 숨 쉬며 움직이고 있었다.
바람에 춤을 추는 나무들, 쉴 새 없이 마치 대화하듯 지저귀는 청량한 새들의 울음소리, 파아란 하늘도 우리에게 인사하는 것만 같고 나풀거리면 날아다니는 나비들도 우리와 함께 동행해 주는 것만 같다.
생명의 선순환을 경험하게 되는 자연 속에서의 하나 됨. 이번 하이킹에서 더욱 짙은 감정으로 경험하게 된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