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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Judy Mar 28. 2022

행복의 시간

작은 동화나라의 Tai O 어촌 마을

홍콩에는 내가 유독 좋아라 하는 장소 몇 군데가 있다.  

그곳에 있으면 마음의 여유로움이 가득해지고 낯선 이들에게도 미소를 건네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마치 나만의 아지트 같은 그런 곳. 홍콩의 란타우 섬에 위치해 있는 Tai O 어촌 마을이 그중의 한 곳이다.

사실 코로나 수혜는 현재 홍콩에 있는 나같이 여행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큰 특혜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관광국의 나라인 홍콩에서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의 유입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어 요즘 어디를 가나 한산함을 보이고 있는 그 자체니 말이다. 덕분에 이곳 홍콩에서는 사람에 치이지 않고 유유자적 보고 느끼고 한껏 나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Tai O 마을은 작년 6월과 올 1월에 두 번 가본 작은 어촌 마을인데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고요한 평화가 존재하는 곳이다. 날이 흐리면 흐린 대로 운치 있고, 맑으면 맑은 대로 찬란한 평온함이 있다.

Tai O 어촌 마을 입구 풍경

대부분의 주민이 배를 가지고 고기잡이 등으로 생업을 유지하는 것 같았으며, 수상가옥 형태의 집들도 많이 보여서 유닉스러운 마을로 보였다. 또한 건너편 마을로 넘어갈 때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산세는 마치 마을을 보호해 주기라도 하듯 멋스럽게 우뚝 서 있음으로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Welcome to Tai O 간판 아래로 지나 그 마을로 본격적인 입장을 하게 되면 이곳저곳에 수줍게 그려져 있는 벽화나 그림 소품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더욱 내가 마치 작은 동화나라에 와 있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가만히 그림을 살펴보면 하나하나 스토리가 있어 더욱 보는 재미가 있다.

마을의 정경을 한눈에 보게 만들어 주는 광장의 벽과 바닥을 연결한 그림, 술집 바인데 마치 동남아시아 해변에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시원하게 그려 놓은 벽화, 동물 그림으로 어린이의 마음까지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벽화들을 보니 나까지 동심으로 흠뻑 젖게 되는 듯했다.

작은 동화나라 같은 그림의 흔적들.

어느 집 벽에는 고기를 어여쁘게 그려 놓고 그 위에 화분을 소담하게 나열해 놓았는데 그 아름다움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았더랬지. 이 낭만적인 홍콩의 마을을 어찌해야 하나 하는 마음과 함께.


Tai O 마을은 보트 투어도 유명한데 이곳 바닷가 앞에 핑크 고래가 자주 출몰된다 하여 사람들이 더 바닷 놀이를 선호한다고 한다. 작년 6월에는 감사하게도 보트 투어를 할 수 있었고 덕분에 시원한 바닷바람과 보트의 속도를 한껏 느끼며 홍콩의 바다의 정취를 누렸더랬다.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핑크 고래는 결국 보이지 않았고(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핑크 고래를 보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고 한다. 보트 투어 영업인의 상술에 속은 호객이 되었지만 그래도 결론은 행복한 투어였으니 감사한 마음이 더 컸다.)

핑크 고래를 못 본 대신에 마을에서 핑크 고래 기념품을 챙기니 그 작은 소품의 선물이 나를 더욱 기쁘게 했다. 홍콩에서는 매해 6월에 용선축제(Hong Kong Dragon Boat Carnival)가 열리는데 사실 이때를 위해 준비한 배들을 몇 척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코로나 때문에 용선축제는 캔슬되었다고 한다.

작년에는 보지 못했지만 올 해는 꼭 볼 수 있기를.

Tai O 마을의 보트 투어와 핑크고래 기념품

이 작은 마을에는 또한 아담한 먹거리가 있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전통 식당 등이 있고 굿즈 가게도 함께 있어 소소한 볼거리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상가옥들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와 맛난 티라무슈 케이크의 달콤함은 더해지고,  가옥 위에서 활동하는 주민들의 생활을 엿보면서 느끼는 건 저들의 삶은 참으로 평화롭구나였다. 도시보다 못한 편의시설일 수 있겠지만 이들은 이곳에서 그들만의 삶을 자족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현재 주어진 것에 만족할 줄 알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평안한 얼굴들을 보니 무엇인가 나의 마음도 함께 이완되는 것 같았다.

광저우 지역 로컬 전통 식당 & 아기자기 소품 카페들

전통적인 홍콩의 소품들이 있는 곳도 있고 타국의 굳즈들로 채워진 카페들이나 가게들도 있었다.

전혀 다른 것들이 하나 됨으로 어우러진 모습 또한 진기한 풍경이었고 그냥 놓은 것 같지만 그 세계만의 질서가 있음이 보이는 진열대들의 소품들을 하나하나 관찰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Tai O 특산 도넛

카페 거리를 지나가는 골목길에 사람이 줄지어 기다리길래 어떤 맛집인가 하고 봤더니 갓 만들어낸 도넛 가게였다. 모양은 투박한 것이 옛날 한국식 꽈배기 도넛 같았으며 맛도 비슷했지만 그래도 이곳 정취와 어울린 전통 도넛을 한입 베어 무니 마치 세상에서 가장 맛난 진귀한 음식을 먹고 있는 으쓱한 기분이 들더라.


크지 않은 동네를 한 바퀴 돌다 보면 마을 주민들의 고양이 사랑을 자연스레 경험할 수 있다. 한 가게 건너 길목에 터줏대감처럼 자기 집인 것 마냥 누워 일광욕을 즐기거나 지나가는 이들과의 시선 맞춤에 기분 좋아하는 녀석들도 있고 낮잠을 자고 있는 길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돌아다니면서 보니 길고양이들을 위해 무료 고양이집과 급식소 같은 곳들을 만들어 놓은 곳들을 몇 곳 발견할 수 있었다. 참으로 다정한 마을 주민들이다 생각을 했다.

떠돌이 고양이들을 어여삐 여기고 함께 하면그들을 위해 자리를 내어 주고 함께 생활하는 마을 주민들의 마음이 아름답고 더욱 고귀해 보였다.

Tai O 마을의 길고양이들과 고양이 보호소

덕분에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는 여행을 하면서 자주 보이는 녀석들을 보고 만지고 마냥 행복한 추억들을 만들 수 있었지. 이 고양이들이 이곳에서 얼마나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보내는지는 녀석들의 표정을 보면 금세 알 수 있게 된다. 사람을 좋아하고 개냥이처럼 친근하게 다가오는 사랑스러운 생명체에 나는 한동안 마음을 뺏겨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함께 했더랬지.


이곳 마을 사람들은 손재주도 좋은 이들이 많이 사나 보다. 아니면 낭만이 살아 있는 마을 인지도.

어느 집 앞에 캔을 재활용해서 만든 모빌이 걸려 있었다. 형형색색 모양으로 바람에 움직이는 그 형태가 참으로 아름답더라.  부두 앞 누군가가 낡은 플라스틱 의자를 내어 놓았는데, 뒤에 그려진 그림과의 조화로움이 제주도의 한적한 카페를 연상케 했다. 다른 동네로 걸어가다 보니 어느 집 앞에는 다 마신 술병들로 2022년 새해를 맞이하는 데코를 정갈하게 해 놓았는데 그 모습 또한 참으로 보기 좋더라.

버려지는 쓰레기일 수 있는데 그것들을 활용해 아름다운 조형물로 만들어 내는 멋진 마을 사람들.

이들이 자신들의 마을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는지를 느낄 수 있었던 것 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리라.

낭만적인 마을 주민들의 작품들

홍콩에서 어디를 가나 내가 느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들에게는 아날로그적 낭만이 있다는 것이다. 느리지만 그만큼의 여운이 가득 담긴 독특한 멋이 있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얼마나 자신의 고향을 아끼고 자연을 사랑하고 있는지도 엿볼 수가 있게 된다.

그곳에 잠시라도 같은 마음을 지닌 채 함께 했다는 것이 감사함으로 남는 그런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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