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 Mo Shan 여정-2편
맥카페에서 여유로운 브런치를 하고 나니 오전 11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아침 9시에 숙소에서 출발했는데, 무려 한 시간 동안 길 찾기로 헤맸던 것을 깨닫고, 서둘러 택시를 잡았다. 택시를 타자마자 영어로 위치를 말하니 못 알아들으시는 나이 지긋하신 백발노인의 어르신께서 당황해하시며 장소가 어디인지를 물으신다. 휴대폰으로 다시금 대모산의 위치 정보를 보여 드리니, 그때서야 알겠다며 출발을 하신다.
이정표의 정류장이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한 나는 그곳에서 내려 주면 된다고 말씀을 드렸다.
친절한 기사님을 만나 내가 생각한 목적지에 도착하여 내린 뒤 기분 좋게 대모산 국립공원 입구를 찾아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올라간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도 도통 목적지가 나타나질 않으니 슬슬 걱정이 차 오르기 시작한 그때 도로에서 나를 태워 주셨던
그 택시기사분이 손을 흔드신다. 나를 내려 주고 분명 내려갔던 분인데, 다시 나를 찾아 올라오신 것이다.
내 앞에 차를 세우시고 하시는 말씀은 내가 가는 그 산은 아까 그 정류장에서 내리는 것이 아니라, 더 올라가야 한다고 하시면서 택시에 다시 오르라 말씀을 하신다.
그 순간 무한의 감동이 밀려왔다. 어찌 됐든 내가 요청한 목적지에 내려 주신 것인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려 가시는 길 근처에 있는 다른 이에게 대모산의 가는 길을 알아보고 내가 내렸던 장소에서 그 국립공원 입구까지 꽤 오랜 시간 걸어야 한다는 걸 아시고 나를 태워 주시러 오신 것이었던 것이다.
TAI MO SHAN COUNTRY PARK라는 나무 표지가 보이는 곳 앞에 세워 주신 그분께 다시금 택시 요금이 얼마냐며 돈을 드리려 하니 웃으시며 괜찮다고 하신다.
이 친절한 홍콩의 멋쟁이 할아버지 택시 기사님을 만난 건 나에겐 큰 행운이었음이니.
고마움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길이 없음에도 연신 감사하다며 인사드리고 그분이 가는 길을 바라보며 정말 훈훈한 마음의 행복을 가득 느끼게 되었다.
덕분에 기분 좋은 마음 안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 접한 홍콩 대모산의 정경은 한국에 있는 산과는 확연히 달랐다.
산을 중심으로 돌려서 편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도로 같은 길을 만들어 놓아 자동차나 자전거의 통행도 가능하게 해 놓은 것이다.
물론 도로 말고도 산을 자체로 오를 수 있는 다른 길이 있었겠지만, 이 날 내가 오른 길은 산을 빙글빙글 돌면서 도로 위로 걸어 올라가는 쪽이었다. 한국의 우거진 나무숲 느낌과는 다르게 큰 나무들은 보이질 않았고, 귀여운 느낌의 작은 나무들이 모여 있거나 바위들이 모여 있는 민둥산의 모습이었다.
3월 초였음에도 그날따라 하늘은 쨍했고 제법 무더움을 느끼는 기온이었는데, 나무 그늘 없는 그 도로 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꽤 힘들고 더웠으나 그러함에도 이국적인 산의 풍경과 오르내리는 홍콩인 및 외국인들의 모습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정상 부근에 다다르게 되었다. 산을 오르내리는 와중에 만난 동행인들을 보며 새로움을 느끼는 즐거움이 컸던 시간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트렉킹 하는 홍콩 현지인들, 자전거로 정상을 향해 오르는 무리들, 러닝을 하는 외국인 또는 홍콩 현지인들.
특히 산을 뛰어다니는 그들의 땀 흘리는 모습을 보며, 힘들겠다 느낀 것보다 그들의 열정이 정말 멋있어 보였다.
나에게는 저만한 열정이 있을까 생각하며, 내려오는 길. 왠지 지름길일 것 같은 곳을 발견하여, 더 빠르게 내려갈 수 있겠단 생각으로 혼자 그 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내려가다 보니 그 길은 하산길이 아니라 다른 봉우리 쪽을 향하는 오르막 길로 연결되어 있던 것이었다. 결국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 올라왔던 도로길을 찾아 하산을 무사히 하게 되었지.
짧은 길이라 잘못 판단하고 가는 그 길이 옳은 길이 아닌 경험을 하며, 역시 등산은 인생과 비슷하단 생각을 한번 더 하게 된다. 한국의 산과 다른 느낌의 산이지만 오르고 내리는 건 동일하고 모양은 달라도 그 과정에서 경험되는 것은 모두 값진 것이라는 것을.
어렵게 올라가면 쉽게 내려올 수 있는 길도 있고 내려오는 길이 마냥 쉽지만은 않을 수도 있는 것.
제일 중요한 건, 자신의 인생을 걸어가는 길에 맺어지는 이들과의 인연이 나의 삶에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