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신비 4. 고양이는 산책을 시키면 안된다 (냥바냥 주의)
고양이를 키우고 나서야 알게 된 놀라운 사실
아쉽지만, "고양이는 산책을 시키면 안된다. " (냥바냥 주의)
강아지에게 목줄을 해서 데리고 공원을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흔히 봐서 그런지, 고양이를 산책시켜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같은 경우, 아예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 고양이의 산책에 관해서는 전혀 생각을 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고양이를 키우게 되고, 고양이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면서 고양이는 절대 산책을 시키면 안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강아지는 매일 산책을 나가 새로운 냄새를 맡고 바깥에서 용변도 보고 그래야 건강하다던데 고양이는 집안에만 있으면 나가고 싶지 않을까? 우리 고양이는 실제로 나가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가면 안된다. 물론 냥바냥이지만 대부분의 고양이는 산책을 시켜서는 안된다. 흔히들 말한다. 산책냥을 키우는 사람은 1% 선택받은 자들이라고.
실제로 키워보니 고양이는 겁이 정말 많다. 작은 소리만 나도 놀라서 펄쩍 뛰고, 어딘가로 숨어버린다. 그런데 길에 나가면 어떻게 되겠는가. 길에서 들리는 오토바이소리, 자동차 경적 소리, 어디선가 튀어나오는 킥보드, 자전거, 또는 갑자기 큰 소리를 내는 누군가를 마주치면 고양이는 엄청나게 놀랄 것이 분명하다. 만약 고양이가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다면? 사람이 못 찾는 풀 숲에 숨어 나오지 않는다면? 실제로 집밖에 나간 고양이가 겁에 질려 사람들이 찾지 못하는 곳에 숨어있다가 그대로 굶어죽었다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게다가 고양이는 너무나 유연하기 때문에 목줄(하네스)을 절대 착용하지 않는다. 만약 얘가 한번 봐줬다는 느낌으로 착용한다 해도, 본인이 원할 때 몸을 빼내기는 너무나 쉬운 일이다. 우리보다 수십배 빠르고 유연한 고양이가 길에서 없어진다면, 우리는 영원히 찾지 못할 확률이 더 많다. 그리고 길고양이가 되어 잘 산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로드킬을 당하거나 굶어죽거나 제대로 살아가지 못할 확률이 훨씬 많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책을 시키지 않는 것 뿐 아니라, 집안 문단속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양이들이 집을 탈출해 밖으로 뛰쳐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기때문이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의 경우, 문이 열린 틈을 타 뛰어나간 고양이가 옆집 옷장 안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어봤고 (의외로 흔한 일인가보다) 아파트 주민이 발견해 경비실에 맡기는 경우도 벌어진다고 한다. 그럴때 경비실에서는 고양이를 찾아가라는 안내방송을 할 수 없다고 하니, 만약 고양이를 잃어버리는 불상사가 생긴다면 옆집부터 물어보고, 경비실부터 찾아가보자. 그래도 없다면, 고양이는 계단 어딘가 물건이 쌓인 곳 뒤, 혹은 상자 안, 나무 틈 사이 등 사람이 없는 구석진 곳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많다.
우리집에는 고양이를 키우기 전부터 있던 중문이 있는데, 삼단으로 옆으로 미는 방식이다. 그런데우리 먼지가 어느 날부터 인가 중문을 열 수 있게 되었기때문에 그나마 중문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고양이들은 의외로 똑똑해서 자신들이 원하면 문도 열 수 있고, 정수기를 틀어서 물을 마시기도 하고, 선풍기를 틀어 바람을 쐬기도 한다. 사람이 하는 행동을 유심히 보고 따라하기를 즐겨하며, 강아지들과 달리 손을 쓰는 일이 잦다.)
먼지는 가끔 문이 열리는 틈을 타 밖으로 쏜살같이 달아나곤 했는데, 1층 현관이 자동문이어서 혹시라도 문이 열려 아예 밖으로 가게 될까봐 가슴 졸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특히 어린 냥이들이 그런 천방지축의 행동을 잘 하곤 하는데, 집 밖으로 뛰쳐나간 주제에 겁은 많아 가지고 복도 구석에 숨어 있는 것을 찾아온 적도 있고, 계단 밑에 납작 업드려 겁에 질려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한번은 어느틈에 나갔는지, 나간 줄도 몰랐는데 세탁소 아저씨가 가시는길에 다시 와서 주고가신 적도 있으니!
다시한번 말하지만 밖으로 나간다고 밖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호기심은 많지만 겁은 더 많은, 야생성은 남아 있지만 야생에서 살아가기는 힘든 아이러니한 존재들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아, 그리고 고양이는 겁에 질리면 꼬리부터 털이 부숭부숭하게 부풀어 오르는데, 심하면 온 몸에 털이 부숭부숭하게 부풀어진다. 하악질을 하면서 말이다.
우리 먼지를 처음 집에 데려온 날, 꼬리가 너구리처럼 통통하게 부풀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몹시 긴장해서 그런 것일 테지만 그때는 몰랐었다. 고양이 꼬리가 원래 저런가? 저 애가 저런 꼬리를 가지고 있었던 앤가? 하고 갸우뚱할 뿐이었는데, 몇 시간이 지나고 안심해도 된다고 여긴것인지 다시 얇은 꼬리로 돌아왔다. 그 후로 집에서 꼬리가 부풀거나 하악질을 하는 일은 없었는데, 주사를 맞으러 동물 병원에 갔다가 커다란 강아지를 만난 날은 온 몸의 털이 부숭부숭하게 부풀면서 순식간에 내 어깨에 올라가 그 큰 개를 향해 하악질을 해 댔다. 내 어깨에 스크래치가 났음은 물론이다. 쪼끄만게 쎈척하느라고, 겁에 질려 힘조절도 못하면서 쎈척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안쓰럽고 귀여워서 웃음이 터졌었다. 정작 그 큰 개는 관심도 없었는데 말이다.
혹시라도 어딘가에서 그런 고양이를 보게 된다면 무서워하지 말자. 저 녀석은 지금 너무나 겁에 질려 있다는 생각을 해 보면 안쓰럽고 귀여워진다. 조그만 주제에, 커 보이려고, 무서운데 무서운 티 안내려고 도리어 화를 내는 고양이들은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다. (그렇다고 하악질 하는 고양이에게 다가가거나 만지려고 하는 사람은 없겠지? 스스로 진정될때까지 기다려주자.)
- 산책냥 얘기를 하다가 겁많은 고양이 얘기로 끝나는 글
- 우리 먼지도 산책냥이었으면 좋았을텐데
- 그래도 사랑해 먼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