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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열 Feb 25. 2020

마케팅에센스

브랜드매니저가 꼭 알아야 하는 마케팅의 핵심

컨셉에 목숨을 걸어라

첫 번째 주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 고민을 했다. 첫 번째는 가장 중요하거나 우선적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그 동안 마케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1분이 걸리지 않았다. 컨셉! 

마케터의 머리를 두드리면 무슨 소리가 날까?

컨셉은 전문용어로 시작했으나 요즘은 다양한 분야에서, 때로는 매우 전문적으로, 때로는 일상적으로 흔히 사용하는 용어가 되었다. 어떻게 사용하든 컨셉을 정하는 것은 본격적으로 무엇을 시작하기 전에, 혹은 처음에 하는 것 일이다. 대부분의 일에 있어서 처음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마케팅에 있어서 컨셉을 정하는 것은 단순히 처음에 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신제품 개발의 첫 번째 단계 역시 컨셉으로 시작한다. NPD(New Product Development) 프로세스 라고 부르는 신제품 개발 단계의 처음이 이 컨셉개발이다. 철학공부하는 사람의 머리를 두드리면 ‘칸트 칸트’하는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다. 아마 마케팅하는 사람의 머리를 두드리면 ‘컨셉 컨셉’하는 소리가 날 것이다. 그 만큼 자주 사용하는 용어가 컨셉이지만 컨셉만큼 어려운 것이 또한 없다. 구체적으로는 제품의 구상이 어느 정도 세워지면 ‘컨셉보드’라는 것을 만든다. 이 한 장의 컨셉보드에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핵심이 분명하게 정리되고 전달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고객이 이 컨셉보드를 한 번 읽으면 설명된 제품과 서비스의 핵심을 잘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정보의 양이 너무 과해서도 안되며 너무 부족해도 안된다. 그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노출되는 현장에서 약간의 관심을 기울였을 때 알 수 있는 정도의 정보의 양을 함축해야 한다. 

컨셉은 타게팅과 시장분석과 전략의 축소판

컨셉의 용도는 첫 번째는 소비자 조사이다. 군대가 신무기를 개발하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이 기업에게는 신제품 개발이다. 우선 신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브랜드매니저 부터 연구소, 조사 기관, 공장, 디자인, 포장개발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조직과 인력이 투입된다. 제품이 성공적으로 개발된 이후에도 시장에서 제품을 성공시키기 위해 기업의 마케팅자원과 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신제품은 출시 하기도 어렵지만 반대로 실패할 제품의 출시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경쟁력 없는 제품이 출시되면 그 제품에 투입되는 기업의 물적 인적 자원의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제품을 육성하지 못하는 기회손실, 그리고 제품의 디마케케팅(제품철수)과 기업브랜드 전체에 대한 부정적 영향 등 방대한 손실을 끼친다. 따라서 개발 초기에 진행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하며 이러한 신제품 개발의 첫단계가 ‘컨셉조사’이다. 컨셉조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개발과제는 전체 과정의 절반을 통과했다고 할 만큼 컨셉작성은 어렵다. 컨셉보드는 단 한 장이지만 이것은 시장에 대한 분석과, 소비자에 대한 이해, 경쟁자 분석, 매출규모 예상 등의 각종 분석과 전략의 총체적 결과물이다. 이 컨셉평가 과정에서 내부의 전문가와 경영진의 승인을 거치고 소비자의 평가에 좋은 점수를 얻는다는 것은 절반은 통과했다 고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조직이라면 이 컨셉평가의 과정에서 제품개발 가능성과 방법, 예상원가, 소요되는 시설투자 등에 대한 1차 검토가 되어있게 된다. 이 후의 제품개발의 과정은 구체적인 실행의 과정이며, 당초 예상하거나 목표한 품질을 구현할 수 있다면 출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 않아도 될 고생 하는 스타트업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컨테스트와 신제품 품평회에 심사를 해 보면 가장 안타까운 것이 이 컨셉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제품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런 자리에 나왔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어려움을 거치면서 부족한 자금을 최대한 모으고 각종 지원과 고민을 통해 제품을 개발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중에는 이러한 컨셉을 설정하는 과정을 거친 것 같지 않은 제품이 적지 않다. 컨셉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제품을 개발하기 바빠서 급하게 왔기 때문에 컨셉 자체가 소비자를 설득하기에 부족하거나, 설명력이 떨어진다. 이러한 제품은 초기의 컨셉개발 단계에서 체계적으로 검토하면 좀 더 성공율 높은 결과를 만들수 있었거나, 아니면 낭비되는 비용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컨셉만 잘 만들면 디자인 준비도 끝 

제품의 포장은 컨셉의 구체적 표현이고 유형화이다. 컨셉의 첫 번째 용도는 소비자 조사라고 했는데, 사실은 실무적으로 보면 첫번째이지만 핵심적인 기능은 다른데 있다. 컨셉은 전략의 요약이라고 앞에서 강조했다시피 해당 제품에 관련한 모든 마케팅 활동의 원천이고 기준이다. 제품 디자인을 할 때 디자이너에게 컨셉보드 한 장만 보여주면 대부분의 설명은 끝나며, 끝나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잘 못 만들어진 컨셉이다. 제품을 알리기 위한 각종 인쇄물이나 인터넷 자료,리플렛 등의 제작을 위한 제작 업체 미팅을 할 때도 컨셉보드와 제품만 있으면 별다른 설명이 필요가 없다.


컨셉은 아무나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컨셉은 아무나 만들 수 없다. 시장과 고객,경쟁자,제품의 차별성,소비자 혜택 등이 상당하게 파악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제품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이미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활동과 이를 통한 인사이트가 있어야 하며, 시장을 보고 경쟁자가 누구이며 어떤 제품인지 알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또한 해당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개발이 가능한지 일차적인 확인이 따라야 한다. 이러한 활동은 개인적으로 혹은 공식적으로 관련 조직과 협의를 하고 조사를 병행해야 가능하다.  담당 마케터도 신제품을 기획 해 본 경험이 있어야 잘 할 수 있다. 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경력으로만  보면 마케터 3년 정도는 되어야 컨셉 좀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거기에 연애편지 좀 써 본 필력이라도 있으면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아재 라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과거 인터넷이 훌륭하지 않은 때에는 마케팅실 직원의 책상에는 국어사전이 한 권씩은 꼭 있어야 했다.


컨셉은 어느 날 툭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보통은 수많은 아이디어 속에 어렵게 어렵게 탄생한다. 과거에는 어떤 카테고리를 지정하고 새로운 개념의 신제품을 개발 하라는 식으로 미션이 떨어지면, 정말로 머리를 쥐어짜는 고문 같은 아이디어 작업을 해야 했다. '질보다는 양, 양 속에 질'이 있다는 구호 속에 말도 안되는 아이디어 부터 해서 수많은 상상력을 발휘하고, 가끔은 그 속에서 진주를 찾기도 했던 것 같다. 


'인/홍삼사업' 이라는 분야를 타겟으로 해서 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사례를 간략하게나마 설명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일차적으로 구할 수 있는 시장 자료를 구해서 전체 시장을 정리를 했다. 그리고 업계의 전문가를 만나고 현장(시장)을 조사하면서 전체적인 인삼/홍삼 시장을 정량적 정성적으로 분석을 했다. 다음으로 그 다양한 시장과 제품 가운데서 어디를 타게팅 할 것인지를 정하고 가설을 설정하는 작업을 했다.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고 그 중에 하나는 소비자 조사이다. 처음부터 대규모의 조사를 하는 것은 낭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정성조사를 통해 가설을 구체화 한다. 이후에 필요하다면 정량조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과정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시장과 소비자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제품개발 아이디어의 '재료'를 축적하게 된다. 

좁혀가기

다음으로 마구잡이식 아이디어 도출의 비효율을 줄이고 순도 높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아이디어 개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체계적으로 아이디어를 만들고 정리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백개도 넘는 제품아이디어를 만들었다. 이런 프로젝트를 압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마케터,연구원,디자이너,영업사원 까지 참여하는 CFT(Cross Functional Team)를 구성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CFT 멤버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고 우선적으로 해당 과제를 처리하도록 하는 효과가 크다. 앞의 시장과 소비자조사 등을 통해 발견한 다양한 정보와 기술,소비자 불만, 경쟁사 정보, 유통정보, 다른 제품에서의 벤치마킹 등을 재료로 하여 컨셉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수백가지의 간략한 제품컨셉을 만들고 이를 CFT 가 사전에 설정한 기준을 가지고 평가를 하면서 좁혀가는 작업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마지막까지 빛을 본 제품은 두가지 였다. 그래서 탄생한 한뿌리는 지금도 생명을 유지하고 있고으며, 처음에는 단일 브랜드였으나 이제는 여러 제품을 거느린 패밀리 브랜드가 되었으니 그 수고가 헛되지는 않은 것 같다.


래서.. 컨셉이 뭐야?

그래서 컨셉이 뭐야? 이 질문이 가장 두려웠다.
컨셉은 칼을 든 무사의 승부에서 첫 합과 같다. 그 첫 합에서 승부가 결정난다. 이 후의 싸움은 그 첫 합의 예감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컨셉을 만드는 노력을 절대 소흘히 하지 말기를 바란다.

컨셉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지만, 제품의 목숨은 걸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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