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자랑 하다 혼난 사람
어떤 선비가 밤중에 변소에서 허리끈 풀고 볼일을 보고 있는데, 뭔가 누런 짐승이 한 마리 다가오더니 선비를 덮치려고 하였다. 선비는 왼쪽 손은 허리춤을 잡은 채 오른손으로 짐승의 머리를 쥐고 힘껏 눌러 버렸다. 선비가 볼일을 다 본 뒤 죽어 자빠진 짐승을 들어보니 어지간한 송아지만 하였다. 선비는 죽은 짐승을 변소 문 앞에 떨어뜨려 놓고는 들어와 잤다. 다음날 아침에 선비는 아들을 불러서 변소 문 앞에 있는 게 뭔지 보고 오라고 하였다. 아들이 가보니 큰 호랑이였다. 선비는 아들 말을 듣고 자신의 힘이 세긴 센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보다 힘이 더 좋은 사람이 얼마나 있나 싶어 힘겨루기를 해보자고 생각하고 집을 나갔다.
한참 길을 가던 선비가 한 주막에 들렀는데, 한쪽 다리를 절고 한쪽 팔도 못 쓰는 남자가 나무토막 제법 굵은 것을 한 손으로 짝짝 쪼개면서 불을 때고 있었다. 이 남자가 아궁이에 불을 다 때놓고는 빗자루를 들고 뒤뜰을 쓸러 가는 것을 보고 선비도 나무토막을 쪼개 보려고 하였다. 그러나 두 번을 당기고 때려 봐도 소용없었다. 선비는 그냥 방에 가만히 들어와서 술을 마시면서 함부로 힘자랑하러 다녔다가는 큰일 나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뒤뜰에서 돌아온 남자가 아궁이 앞에 빗자루를 갖다 놓으면서 선비에게 힘겨루기를 한번 하러 가자고 했다.
선비가 고개를 저으며 거절하자 남자는 그런 힘 갖고 힘 겨룬다고 다니지 말라고 하면서 이야기 하나를 해 주었다. 이 남자는 삼형제 중 셋째였는데, 맏형은 남자보다 힘이 백 배 이상 세었고, 둘째 형도 남자보다 힘이 몇 배는 더 좋았다고 한다. 남자가 여남은 살쯤 되었을 때 세 형제가 함께 도적질을 하러 나섰는데, 어느 날 산길에서 부인 제사를 준비하려고 소를 팔고 그 돈을 짊어지고 가던 상주와 마주쳤다. 형제가 돈을 내놓으라고 하니 상주는 부인 제사 때 동네사람들 술을 해 먹여야 한다면서 이 돈 오십 냥 기부하는 셈치고 좀 봐달라고 했다. 하지만 맏형과 둘째 형은 안 된다며 돈을 내놓으라고 하였다. 그러자 상주가 짐을 내려놓고는 어깨를 슬슬 풀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맏형의 발목을 잡고 던져 바위에 패대기쳐서 죽여 버렸다. 그러고는 둘째 형도 덥석 쥐어 저 멀리 바위 위로 던져 버렸다. 상주는 남자도 마저 죽이려고 덤비다가 아직 어린 것을 보고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앞으로 힘을 쓰지 못하게 하겠다면서 한쪽 어깨와 한쪽 다리뼈를 부서뜨려 버렸다. 이 남자가 그래서 한쪽 팔과 한쪽 다리를 못 쓰게 되었다면서 자신보다 백 배 이상 힘이 셌던 맏형도 그 상주에게 그렇게 죽었으니 함부로 힘자랑 하지 말라고 하였다. 선비는 집에 돌아와서는 자기 힘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도 모르고 그냥 조용히 살았다. [한국구비문학대계] 7-14, 99-104면, 화원면 설화18, 힘 자랑 하려다 혼난 이야기, 김판암(남, 81)
힘자랑 하다 혼난 이야기들도 꽤 여러 편 발견됩니다. 이 이야기는 호랑이도 한 손으로 때려잡은 장사 이야기와 외팔이가 된 막내도둑 이야기가 결합하여 형성된 것인데요, 그저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고 나대다가 더 무서운 존재에게 깨갱하는 것이지요. 이런 이야기들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가 참 분명해서 좋습니다. 또 보통은, 힘자랑 하러 나선 사람에게 더 센 힘을 보여 주어 혼내주는 사람이 ‘노인’으로 제시되기도 합니다. 지혜와 힘의 상징 노인에게 함부로 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