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by 해피마망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는 장기전에서는 버티고 살아남기 자체가 관건이기도 하다.

나에게 이런 아득한 시절은 언제였던가.

생각해 보면 어떤 특정한 시기가 아니라 삶 자체가 그런 경우인 것 같다.


관계를 인식하던 일곱 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사는 동안 삶 그 자체가 끝나지 않는 경주 같았다.

나는 누구인지,

왜 여기에 있는지,

무엇을 위해 달리는지,

왜 달리는지,

달리기의 끝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른 채 시지프스처럼 그저

하루하루를 의미 없는 달음질을 하듯이 살았다.

의미는 모호했지만 아주 열심히 달렸다.

그러다가 좌절하기도 하고

기대해 보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고

그냥 끝내버리고 싶기도 했다.

그래도 중도 포기하지 않고 나이 칠십까지 달려보니 이젠 이 달리기의 의미를 찾지 않게 되었다.


달리기에는 별난 의미 따위는 없었다.

인생은 그저 중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온 사람만이 그 자체의 의미를 남기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버티며 완주하는 것이 목표임을 알았다.

뒤돌아보면,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믿음이었다.

그 믿음은 '반드시 끝은 온다!'는 믿음이었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중도 포기는 끝이 아니다.

끝은 끝까지 가야 끝나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힘들 때는 혼자 어딘가로 훌쩍 떠난다.

혼자가 되는 것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유추하며 길을 예측하는 시간이다.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를 탐구하는 시간이다.

일상과, 익숙한 것에서 스스로 분리됨으로써

나는 다시 힘을 받는다.

그래서 다시 끝을 향해서 달려갈 수가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이 길은 끝까지 가봐야만 아는 길이다.

그래서 끝까지 가본 사람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image.png

















작가의 이전글70세 엄마의 생활철학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