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올해 5월, 나는 69세의 나이로 취직을 했다.
원한 건 많지 않았다.
한 달에 백만 원.
생활비가 아니라, 오롯이 나를 위해 마음 편히 쓸 수 있는 용돈 백만 원이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왜냐고?
나는 잘 놀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면 맛있는 걸 사 먹고, 작은 선물도 하고, 무엇보다 혼자 여행을 다니고 싶었다.
우리나라엔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 많다.
깊은 산골, 바람 꿰뚫는 섬마을, 오래된 오지마을…
그런 곳을 찾아다니며, 그곳의 나이 많은 할머니들을 만나 밥도 먹고, 잠도 자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러나 한 달에 백만 원이 거저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취직을 했다.
일주일에 세 번, 하루 네 시간씩.
초등 아이들의 학습 일과를 체크하는 일이었다.
큰돈은 아니지만, 일정한 급여가 들어온다는 사실이 기분 좋았다.
‘월급을 모아서 여행을 가야지.’
이 꿈 하나가 일을 더 즐겁게 만들었다.
6개월 정도 일하고, 가을이 되면 남해안 어딘가의 작은 섬들로 떠나리라 생각했다.
아직 가보지 못한 남해의 섬들은 나에게 미지의 세계였다.
계획을 세우는 일조차 설레었다.
꿈은 나이를 먹는다고 사라지는 법이 없다.
그리고 그 꿈이 허망한 상상으로 끝나지 않게 하는 일.
그건 노력만 있다면 언제든 가능하다.
나는 다시 취직했고, 다시 꿈을 준비했다.
여러 가지 일이 겹치며 가을이 지나갔지만,
언젠가 꼭 갯내음 가득한 섬마을을 찾아가
그곳의 할머니들과 밥을 먹고, 같이 자고, 밤새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65세 이후, 나는 조금씩 새로운 자유를 쟁취했다. 자유가 거저 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이 든다는 것은
내게 묘한 배짱과 느긋한 여유를 함께 가져다주었다.
꿈을 꾸어도 된다는 여유.
그리고 꿈을 실제로 살 수 있는 용기까지.
나이를 먹고 자유를 쟁취하고 보니
나이를 먹을수록 삶은 더 재밌어진다.
나이 들수록 삶이 더 재미있어지는 이유는
세상이 변해서가 아니다.
내가, 나를 살기 시작해서이다.
꿈이 있고 용기가 있다면 누구나
유쾌하게 살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