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의 종류
부모는 자신이 느꼈던 결핍을
자식에게는 느끼지 않게 해주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과거 세대에게 가장 큰 결핍은 ‘배고픔’이었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을 겪은 부모들은 명절만 되면 자식에게 음식을 한가득 챙겨준다.
“많이 먹어라”라는 말에는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어린 시절 충분히 먹지 못했던 기억이 그만큼 크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굶어 죽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적어도 배고픔이라는 결핍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미 해결된 문제다.
대한민국 역사상 지금만큼 풍요로운 시대가 있었을까?
우리는 이전 세대가 상상하기 어려웠던 수준의 물질적 풍요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먹을 것이 부족하지도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 속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결핍을 느낀다
어쩌면 우리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결핍을 많이 느끼는 세대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 결핍의 성격이 달라졌을 뿐이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결핍은 더 이상 생존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자아실현의 결핍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는가?
지금의 삶이 만족스러운가?
이 질문들은 과거 세대보다 지금 세대에게 훨씬 크게 다가온다.
물론 과거 세대도 자식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학벌이 인생을 크게 좌우하던 시대였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들을 열심히 공부시키려 했다.
좋은 대학에 가면 더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의 목표는 비교적 분명했다
좋은 학교에 보내고, 안정적인 직장을 갖게 하는 것
그것이 자식에게 더 나은 삶을 만들어 주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좋은 대학을 나와도 삶이 반드시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취업에 성공해도 삶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생각할 때 이런 고민을 한다.
“내 아이는 최소한 나처럼은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과거 부모 세대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비교적 구체적인 목표였다.
자식이 굶지 않도록 먹을 것을 마련해 주고, 열심히 공부해서 더 나은 직업을 갖도록 돕는 것
하지만 지금 부모가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은 훨씬 더 복잡하다
아이에게 밥을 먹이는 것처럼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게 해주는 것,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돕는 것,
자신의 삶에 만족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은 부모의 노력만으로 보장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 사람들이 아이를 낳는 일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는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단순히 생존을 보장해 주는 것을 넘어 더 나은 삶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부담..
세대의 결핍이 바뀌면서
부모가 느끼는 책임의 무게도 함께 달라진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결핍을 느끼는 세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