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지옥 맛보기

주식으로 눈물 흘리기

by 아이만 셋


친구에게 1인용 빈백 소파를 나눔 받아 왔다. 은은한 조명 아래 따뜻한 보이차로 몸을 녹이며 빈백 소파에 앉아 성능 좋은 오디오로 음악을 들으니 '여기가 천국이네!'라는 생각과 나도 이런 안락한 1인용 소파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친구가 나눔 한다고 해서 빈백 소파를 내 방으로 옮겨 매일 천국으로 가야지 하는 욕심에 얼른 업어왔다. 처음에 계획한 곳에 놓고 보니 꽤 큰 사이즈라서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이리저리 옮겨 보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다시 가구를 재배치해 처음 계획한 곳에 놓아두었다. 마음에 든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주식 창을 열었다. 10배가 올랐다. '오호! 오늘 재물운 대박인데' 머리는 판매하라고 하는데 손가락은 어느새 주식 계좌에 있는 여유 자금을 모두 동원해 구매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계속 오른다. 씻고 나와 음악을 틀어놓고, 커피도 한잔 내려 느긋하게 소파에 앉았다. 다리를 쭉 뻗고 누워 '지금부터 천국으로 가는 거야~ 룰루랄라.' 콧노래가 나온다. 이제 팔아야지 하며 다시 주식 창을 열었다. 나는 그날 사서 그날 판다. 특히 미국 장은 프리 마켓에서 사고 정규장에서 판매 걸어 놓고 잔다. 아침에 일어나서 확인하면 소소하게 이익을 남기고 팔려 있었다. 물론 내가 걸어 놓은 판매 금액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장을 마감한 경우도 수없이 많았다. 손해 본 적이 없으니 배 아파하지 않았다.

그런데 파란불이다. 쭉쭉 빠진다. 벌써 –10%이다. 나는 주식에 일자무식이다. 차트도 볼 줄 모른다. 경제의 흐름도 파악하지 못한다. 커뮤니티에서 추천하는 종목을 사고팔고 할 뿐이다. 나는 주식 시장에서 싫어하는 사팔족 개미(사고팔고, 사고팔고 반복하는)이다. 음악은 귀에 들어오지 않고, 커피는 식어 간다. 지옥이다. 털고 나가야 한다. 과감하게 손절(손해를 보고 파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밤을 하얗게 새웠다. 그렇게 그날은 천국으로 가는 소파에 앉아 –50%를 찍는 지옥을 맛보았다.

하루 종일 휴대폰을 손에 쥐고 내 종목의 등락을 확인하는 짓을 며칠 계속했다. 아직 손절을 하지 못하고 강제 장기 투자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오를만하면 찍어 누르는 공매도 세력이 지속해서 브레이크를 걸고 있어서 쉽게 상승 곡선을 타지 못하고 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물타기로 손실을 조금씩 줄여 나가고 있다. 물타기를 반복하다 개미가 대주주가 된다는 소식이 뉴스에도 나왔는데 나는 그 길을 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량주에 묻어 두어야 하는 투자의 개념보다 사고팔고 반복해서 한탕을 노리는 투기의 개념으로 주식을 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여 공부를 좀 해볼까, 생각 중이다.

과한 욕심은 늘 화를 부른다. 그날 욕심을 버리고 매수를 하지 않고, 매도를 했다면 아마 나는 빈백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들으며 천국으로 갔겠지. 내년 1월 초에 호재가 있다고 하니 급등해서 나를 천국으로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


*커버이미지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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