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아 Nov 08. 2021

목차 먼저? 글 먼저? 일단 쓰자.

제발 뭐든 써보자

사람이 참 이상하다. 출간을 위한 원고와 씨름하다보니, 그간 정성들이지 않던 이 공간에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해야만 하는 것을 피하고 싶은 회피의 시작일까?

편집자님에게 분량의 원고를 넘기고 나니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에 기록을 남겨 놓는 다면서 차일피일 미뤄졌다.  뭐든 쓴다는 마음을 먹지 않으면 느슨함에 아무것도 쓰지 않는 날도 생기게 된다. 매일 쓰는 삶을 마음에 담았지만 마음과 다른 행보 때문에 의식적으로 더 외쳐본다 " 매일 쓰자!"  




언제부터 나는 쓰기 시작했을까? 

나는 사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오히려 글로 무엇인가를 남겨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어려웠던 사람이다. 생각해보면 이러한 태도는 꼭 써야 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중고등학교 때도 어쩔 수 없이 하는 백일장, 글짓기 행사를 제외하고는 스스로 뭔가 끄적인 적이 없는 기억이다. 아! 중학교 시절 친한 친구와 돌림일기를 썼던 기억이 있다. ㅎㅎ 뭔가 나름 끄적인 적은 있었네! 대학진학 후 교양 수업 레포트를 제외하고는 서술형으로 길~게 무엇인가를 쓸 일이 거의 없었다. 키보드를 두드리며 코딩하는데 힘썼던 기억이다. 그래도 인문학수업이나, 윤리, 철학 수업에는 관심이 있어서 취업을 앞둔 4학년에 왜? 그 수업을 듣냐는 말을 들으면서 수강했던 기억이 난다. 써야 한다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쓰는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딴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 내가 이제는 쓰기를 놓을 수 없다. 

육아 일기 아니 육아 메모가 시작이었다. 조금씩 남기던 기록 사진과 함께 끄적이던 sns가 시작이었다. 그 후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간략한 서평의 형태로 글을 썼고 이 후 내 이야기를 꺼내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 브런치, 노트에 어느새 끄적이는 것이 익숙해 졌다. 이제 조금 더 긴 글, 주제를 가진 글을 발행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좋은분들과의 연결로 공저로 책에 들어갈 원고를 작성할 기회가 생겼고, 공저로 책을 발행하고 난 이후에는 나만의 책에 대한 꿈을 꾸게 되었다. 


올해 3월부터 A4용지 80장 분량을 목표로 쓰는 행위를 시작했다.  

내가 책을 쓰겠다고 생각한 '진로'에 대한 내용을 담아 생각나는 것 부터 순서없이 쓰기 시작했다. 물론 목차에 대해 생각도 해보았지만 초보작가의 글은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함정이 있지 않은가? 

생각나는 대로 목차로 잡으면서 늘어놓은 제목들 중에서 쓸 수 있을 만한 제목을 골라 A4 한장을 채워 나갔다. 브런치 구독자들은 글을 쓰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A4 한장 채우는 것이 것이 뭐가 어려운가 하는 생각을 하실 분들이 계시겠지만, 같은 주제로 50개의 글이 넘어서는 순간부터 분량을 채우는 것이 더욱 어려운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70개의 글을 채우겠다는 마음, 함께 쓰는 이들이 있어서 겨우겨우 분량을 채워 나갔다. 


먼저 목차를 잡고 글의 방향을 잡고 그 이후에 글을 써야 하는지, 일단 쓰는 것이 먼저인지 고민이다.

도서관 글쓰기 수업 멤버들이 글을 쓰면서의 고민을 꺼내 놓았다. 목차를 잡고 쓸것인가? 일단 쓰는 것이 중요한가? 에 대한 고민이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나 또한 그 과정을 겪었고, 지금도 겪는 중이다.  지금은 목차를 어느정도 정돈해 놓고 글을 쓰면 책이 되기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는 목차에 의한 글이라기 보다는 내 안에 있는것들을 뱉어내는 일기 같은 글이 많았다. 억울했던 기억 좋았던 기억 글을 쓰면서 내 안에 감정들을 오롯이 마주하는 시간이 있었다. 처음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쏟아내는 그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쏟아내는 시간이 있어야 나의 감정만 그득 담긴 글이 아닌, 공감할 수 있는 글의 시작될 수 있다. 나의 첫 원고 또한 감정그득한 글이 었는데,  누군가에게 꺼내 보여주는 주는 것만 생각해도 화끈 거리는 글이라서 노트북 한 곳에 넣어 놓았다. 슬프게도 그 글은 아마도 세상 빛을 보지 못할 것 같다. 



첫 70장의 원고를 쓰면서 나의 삶의 전반에 대해서 정리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 보는 연습을 했던것 같다. 글을 쓰면서 한바탕 소리내어 울기도 하고, 즐거웠던 기억에 내내 설레고 즐겁기도 했다.  그렇게 감정을 쏟아내고서야 진짜 내가하고 싶은 것들을 담백하게 이야기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이야기를 꺼내 쓰기 시작하는 것. 책의 형태가 되지 못하더라도 우선 쓰는 경험이 먼저다. 


브런치 이웃님 중에 초록준님의 글 중에 매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내용을 본 기억이 난다. 

매일 쓰는 삶. 매일 쓰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글을 보면서 두근 했던 기억이다. 무엇이든 쓰는것, 쓰는 과정에서 글 근육들이 단단해 지는 것을 안다. 

매일 쓰는 과정에서 어떤 날은 다다닥 글이 잘 써지기도 하고, 몇날 몇일을 잡고 있어도 글이 써지지 않는 날도 있었다. 의식적으로 글을 써내려가려는 순간 글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초보 작가이기에 목차를 똭!!! 써 놓고 맞춰서 글을 쓰기 어려운 것도 있었을 수도 있다. 

몇 작가님들을 만나 이야기 하다보니 작가님들 마다 스타일이 있었다. 

어떤 작가님들은 목차를 딱 세워놓고 목차에 맞는 글을 써가는 계획형 스타일, 어떤 작가님들은 대략적인 목차를 잡고 글을 써 나가면서 수정하고 뾰족하게 하는 작가님들도 있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던지 쓴다는 것, 하나는 같다. 

목차를 번쩍거리게 뽑아 놔도 쓰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목차가 없어도 써 나가는 순간 또 다른 방향으로 길이 열릴 기회가 생겨나기도 한다. 


"일단 쓰자. 그게 무엇이든!" 

나에게 요즘 매일 하는 말이다. 


70일간 일단 썼다. 

이렇게 쓴다고 이 글이 책이 될까? 형편없는 글이 세상 빛을 볼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수시로 올라왔지만 초고는 쓰레기라는 말 위로 받으며 쓰레기 같이 느껴지는 글이라도 일단 쓰는것에 집중했다.  

쓰고 또 쓰다보니 70장의 원고를 마무리하는 날이 오더라.


70일간 쓴 초고는 어떻게 되었을까? 

또 다시 노트북 저 아래 잠수했을까? 




다음 글은 

일단 쓴 70일 이후의 기록을 담아 보겠습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한번 해봤으니 쉬울 줄 알았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