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괜찮아
동네 꼬마 숙녀가 어느새 자라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달라며 작디작은 손으로 내 소맷자락을 잡고 끌었다.
처음 꼬마 숙녀를 봤을 땐 인형처럼 작은 것이 신발을 신겨달라며 떼를 쓰고 있었다.
꼬마 숙녀는 운동장으로 가는 길 내내 재잘재잘 걱정을 늘어놓았다. "넘어지면 어쩌지? 아프겠지?" 하늘보다 더 맑은 눈으로 이마에 근심을 가득 얹은 얼굴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일단 자전거를 타야 넘어지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지"
5살 꼬마 숙녀에겐 야속한 말이었는지 아이는 아랫입술을 쑥 내밀며 '바보'라고 답했다.
네발자전거는 애들이나 타는 거라며 기어코 두발자전거를 타겠다던 꼬마 숙녀는 운동장을 제집처럼 뒹굴어 꼬질꼬질해지고서야 포기했다. "못하겠어 너무 힘들어 삼촌"
숨을 헐떡이는 모습이 정말 일어설 힘조차 없어 보였다. "잘했어. 넘어질까, 아플까, 두려워서 시작하지 않았다면 포기할 수 없는 거야"
그 아이의 머리보다 더 큰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자 노을보다. 붉은 얼굴에 한껏 미소를 띠며 "포기한 거 아니야 내일 다시 올 거야"
라며 당차게 말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꼬마 숙녀는 내 품에 안겨 꿈나라를 여행했다. 꿈에서도 자전거를 타는지 내 명치를 두어 번 걷어찼지만 그 애가 깰까 봐서 비명을 삼키며 돌아왔다.
며칠 후 문득 꼬마 숙녀가 생각나 그 운동장에 가봤더니 능숙하게 두발자전거를 타고 있는 걸 봤다.
나를 발견했는지 손을 흔들다 중심을 잃고 넘어져
한 걸음에 달려가 무릎을 털어 주었다.
꼬마 숙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일어서며 말했다. "넘어지면 일어서면 돼"
나는 꼬마 숙녀의 용기에 흠칫 놀랐다.
아이의 맑은 미소처럼 웃어보려 했지만 우스운 얼굴이 되었을 것 같다. "맞아 일어날 용기만 있으면 돼. 잘했어." 아이는 내 칭찬을 뒤로하고 자전거를 타고 멀어져 갔다.
시간이 훌쩍 지나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지금의 용기를 잃지 않길 기도한다.
지금의 어른들처럼 넘어질까 봐서, 지금까지 쌓아 올린 것 이 무너져 가진 것을 잃을까 봐서, 시작도 하지 못하는 겁쟁이가 되지 않길 기도한다.
다시 시작할 용기만 있다면 얼마든지 일어서 뭐든 시작할 수 있을 테니. 나 또한 뒷걸음을 치는 겁쟁이 어른이지만 꼬마 숙녀에겐 용기를 가르쳐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