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이 전문적으로 전공을 한 사람들만이 쓸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글을 조금씩 쓰기 시작했지만 생각같이 글을 써지지 않았고 타고난 글쟁이처럼 탁월한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앞섰다.맘처럼 되지 않았다. 지금 나의 상태를 인정 하기로 했다." 글을 잘 못쓰면 배우면 되지!"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위해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나이에? 50을 훌쩍 넘긴 나이에 글쓰기 하는 모임에 나가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젊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함께 자리하고 있을 용기가 없었다. 글쓰기 모임을 하는 곳이 멀기도 했고 "나 같은 사람이?" 하는 부정적 마음이 가득하다 보니 선 듯 나서질 못했다.
팔로우하던 사당의 책방에서 글쓰기 모임을 한다고 피드에 올라왔다.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가고 싶다는 생각에 심장은 나대기 시작했고 할까 말까 갈등의 시소는 오르락내리락했다. 조심스레 책방 사장님께 DM을 보냈다. "혹시 글쓰기 모임에 연령제한이 있을까요?" "아니요~~ 누구나 가능합니다."
그래 일단 신청해보자! 용기를 냈다. 내 인생에서 무엇인가 가슴 뛰는 일이 생기면 무조건 시도를 했다. 그러기에 뛰는 가슴을 주체 못 하고 글쓰기 모임을 신청했다. 그날이 왔을 때는 그동안 주눅 들어 쪼그라진 심장이 설레는 마음으로 채워지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벌써 3년이 넘은 일이다. 처음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한 일이..
처음 글쓰기 샘은 최하나 작가님이었고 그 이후에 난 고수리 작가님에게 여러 차례 글쓰기를 배웠다. 은유 작가님의 소전 서림에서의 원데이 글쓰기 모임에도 참여를 했고 그동안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어내려갔다.
2020년에는 카카오 100에서 시행한 100일 글쓰기를 도전했었다. 100일 글쓰기를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코로나 확진자 밀접접촉자로 자가격리를 11일 동안했다. 자가격리 기간 동안 코로나로 인한 두려움과 불안을 써 내려갔다. 왜 하필 이럴 때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혹시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지 걱정을 하고, 두려운 마음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다보니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것을 문 앞에 가져다주시고, 걱정과 염려로 어려움을 함께 버텨주고 있는 지인들의 사랑이 먼저 떠올랐다. 불평과 두려움이 도리어 감사로 위로와 격려가 샘솟았다. 글쓰기의 놀라운 힘을 경험했다. 그뿐인가? 어릴 적 추억은 가난으로 하고 싶은 것을 억눌렀던 우울한 시절이었다. 가족들은 어디 하나 내세울 것 없는 빈곤으로 찌들어 사는 모습이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가족사의 이야기들이 그럼에도 살아 내 주신 감사로 다가왔고 글을 쓰지 않았다면 생각하지 않았을 가족들의 마음이 읽히고, 보이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일은 나를 돌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글로 쓰면서 명료해지는 것이 있었고 명료해진 것이 밖으로 정확하게 분출이 되었다. 하고 싶은 말을 놓쳐버리고 후회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결국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없어 말을 삼키게 된다. 그러나 글을 쓰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무엇을 했을 때 행복한지, 어떨 때 분노하며 참을 수 없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냥 일상의 삶을 살다가 문득문득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글을 쓰고 싶은 일들을 만난다. 사소하지만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다.
여행 산문집으로 유명한 김영하 작가님은 여행 가서 맛없는 음식을 먹어도, 불편한 일을 만나도 글을 쓰면 모든 것이 글 소재가 되기에 실패라는 여행은 없다고 말씀하셨다. 격한 동의가 일어났다. 글을 쓰면 지금 처한 모든 것이 글쓰기 소재가 되었고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지금 책방 마음이음에서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나의 이런 경험을 모든 사람들이 느껴봤으면 좋겠다. 글쓰기가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막아줄 거라 믿는다. 어쩌면 한줄기 빛으로 세상을 빛낼 수 있는 것처럼 글 쓰는 동안 내 인생의 한줄기 빛을 발견하는 기회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