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멈춰 버렸다

죄책감과 수치심이 나에게 하는 일

by 즐거운유목민

나의 첫 번째 공연이 끝났다. 일단 당장의 프로젝트가 끝나고 다음에 대한 계획이 없었던 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무심코 나의 통장 잔고와 자기소개서, 이력서를 다른 사람들 것과 비교하기 시작하며 여러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했다.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 닉네임을 즐거운유목민으로 지었을 정도로 나는 즐거움과 행복에 대한 결핍을 느꼈다. 어떤 상황에서도 즐거움만은 잃지 말고 즐거움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는 나의 모습을 상상했다.


나의 무의식과 감정은 글을 쓰기 시작할 때와 갑자기 달라졌다. 지속가능한 생계를 위한 그럴듯한 계획도 없이 즐거움만 쫓아다니는 듯한 내 모습이 너무 무책임해 보였고, 무능력해 보였다. 다른 브런치 작가분들은 치열하게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즐거움도 잃지 않는 것 같았다. 나 혼자 비빌 언덕 없이 너무 나대는 듯해 보였고, 순간 내가 남긴 글들과 프로젝트는 술 취한 상태에서 (술을 마시진 않지만) 남긴 듯 유치해 보였다. 나는 내 닉네임을 쓸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훅 치고 들어왔다.


죄책감과 수치심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더 이상 즐거운유목민으로 살면 안 되겠다는 다소 과격한 방향 전환을 했다. 나는 인프라 다 갖춰진 화려한 대도시에서 바쁘고 멋있어 보이는 삶을 살고 싶어진 것이다.


그래서, 혹은 놀랍게도, 나는 유목민의 삶을 포기하고 초원이 아니라 도시에서 죽을 때까지 같은 곳에 눌러앉아 살기로 했다. 나는 브런치페이지를 바탕화면에서 삭제하고 회사에 지원서를 넣고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들어간 회사가 유목민으로서 지낸 첫 번째 정착지가 되어버릴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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