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떻게 AI를 쓰라는 거지?

내 일을 대신 해달라고 하지 말기

by 즐거운유목민

나도 유행따라 바이브 코딩이라는 것을 해봤다. 시작은 참 즐거웠다. 내가 며칠을 공부하고 고민해야 나올 분량의 코드를 AI는 몇 초 안에 내놓았다. 나는 기꺼이 작업 내용 전체를 승인했다. 그러고 난 뒤, 이상하게 특정 기능이 내 예상과 미묘하게 다르게 동작했다. 언제, 왜 예상과 다르게 동작하는지 모르니 나는 AI에게 '이 기능이 A처럼 작동하지 않고 B처럼 동작한다.'는 막연한 불평을 쏟아낼 뿐이었다. 막연한 수정 사항을 받아든 AI는 뭔가를 하기는 하지만 문제는 고쳐지지 않았다. 며칠 뒤, 또다른 기능 역시 요구한 대로 작동하지 않아 결국 혼자 코드를 쭉 읽다가 이전의 문제 원인을 발견해서 AI에게 지적하니 그때서야 '제대로' 된 코드를 내놓는다. 잠깐. "근데 이 코드가 고쳐지면 다른 데에서 문제가 터지지 않을까? 이 코드가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된 코드가 맞긴 한 건가?" 라는 의문이 든 순간 나는 바이브 코딩을 포기해버렸다.


사람과 AI의 가장 큰 차이점은 책임이라 생각한다. AI는 틀리거나 저품질의 답을 내놨다고 불이익을 받거나 징계를 받지 않는다.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뒤늦게서야 답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 AI에게 구체적으로 따지면 AI는 그제서야 미안하다고 하면서 답을 천연덕스럽게 바꿀 뿐이다. 한편, 사람은 잘못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진다. 따라서 당연한 말이지만 나에게 중요한 문제를 AI에게 다 넘길 수는 없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지금도 바이브 코딩의 유혹에 종종 빠질 때가 있다. 간단해 보이는 과제나 문제조차 몇 시간, 며칠을 고민하고 있자니, 차라리 AI한테 물어봐서 답을 찾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AI한테 장문의 답을 얻은들 먼저 그 답이 이해가 가야하고 그 답에 틀림이 없으며 나에게 최선인지 확인해야 한다. 인간 업무의 핵심은 고수준의 의사결정과 최종 확인인데, 답 쓰는 일을 AI에게 맡겨버리면 AI가 쓴 답을 판단하고 비평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AI에게 나는 답이나 과제 풀이를 요청하지 않는다. 구식이지만 구글링과 수소문을 통해 힌트나 방법, 영감을 수동으로 찾아내고 나만의 답, 그리고 답에 이른 과정을 작성한다. 그리고 같은 질문을 AI한테 물어보고 내 답과 비교한다. 내 답과 과정을 전문가와 AI한테 피드백 받기도 한다. AI 피드백은 사람들이 자주하는 실수를 저렴하게 찾아내는데 유리하고 전문가 피드백은 AI가 놓친 관점에서 내 답을 피드백 받기 좋다.


결국 내 일은 내가 해야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

https://www.anthropic.com/research/AI-assistance-coding-skills

https://openai.com/index/chatgpt-study-m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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