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스릴러처럼 다가온 노래 한 곡
처음 이형주의 <이름 없는 내일>을 들었을 때, 내 귀를 사로잡은 건 멜로디였다. 차분하고 담백한 멜로디 그리고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목소리. 특별한 날도 아니었고 특별한 감정도 없던 어느 평범한 저녁, 나는 우연히 이 노래를 처음 들었다. 그저 ‘잔잔하네’, ‘편안하다’ 싶어 반복 재생 버튼을 눌렀고 그날 이후 이 곡은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그러다 어느 날, 조금 특별한 일이 있었다.
밤늦게까지 일이 밀려 사무실을 나선 시간은 자정이 훌쩍 넘은 뒤였다. 택시도 잡히지 않아 결국 걸어서 집으로 가기로 했다. 익숙한 동네인데도 그날따라 유난히 낯설게 느껴졌고 텅 빈 골목을 걷다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세상에 나 혼자인 것 같고,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왜 걷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기분. 그때 이어폰 속에서 흘러나온 게 바로 이 노래였다.
"소리를 잃고 음을 뺏긴 난, 조용히 바닥만 바라보았죠"
그 가사에 갑자기 숨이 턱 막혔다.
이 노래가 이런 내용이었나?
멜로디 뒤에 이렇게 아픈 문장이 숨어 있었나?
이건 마치 잘 짜인 반전 스릴러 영화를 본 기분이었다. 겉은 평온하지만 안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화. 아무도 다치지 않은 줄 알았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누군가가 깊이 망가져 있었음을 알게 되는 그런 느낌. 이 노래는 그렇게 내 마음의 뒷면을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이름 없는 내일>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지나온 골목 같은 노래다.
길을 잃고, 목소리를 잃고,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
삶이 답을 주지 않는 날들, 무례한 시선들이 나를 흔드는 순간들.
그 모든 것들이 이 노래 속에 조용히 하지만 선명하게 들어 있다.
그날 이후 나는 이 노래를 ‘그냥 잔잔한 음악’으로 듣지 않는다. 이제는 가사를 음미하게 되고 그 안에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는 ‘곱게 취한 눈으로 날 보는’ 존재일지도 모르고 때론 누군가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엉엉 울며 물어보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이 노래를 추천하고 싶다. 잔잔한 선율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마주할 용기를 가진 사람에게.
혹은 이름 없는 내일을 향해 묵묵히 걷고 있는 누군가에게.
말은 하지 않지만 마음이 복잡한 날, 이 노래는 어쩌면 우리가 놓친 질문을 대신 던져줄지 모른다.
“아이야, 넌 어디부터 걸어온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