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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Aug 01. 2021

인생과 운전은 서로 닮았다

운전하며 깨닫는 인생의 법칙

운전대를 잡고 도로를 달리다 보면 문득 운전이 우리네 인생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내 딴에는 기를 쓰고 달려도 신호에 턱 걸리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일인지 신호에 걸림 없이 목적지까지 여유 있게 도착하게 되는 날도 있다. 운전대를 잡을 때면 생각한다. 오늘의 운전은 나에게 어떤 인생의 모습을 보여줄까?


 



"아. 젠장"

나도 모르게 거친 말이 툭 튀어나왔다. 바쁜 출근길, 초록불이 켜진 죄회전을 앞두고 이번 신호에 좌회전을 해내고야 말리라는 맘을 먹었다. 그때  어디선가 달려온 차가 내 앞에 끼어드는 바람에 놀라서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였다. 얌체같이 끼어든 그 차는 초록불이 주황색으로 바뀌는 시점에 유유히 좌회전을 해서 사거리를 지나갔지만 나는 신호에 걸리는 신세가 되었다. 분주한 마음으로 운전하던 중에 그 신호에만 안 결렸어도 여유 있었을 출근 시간이 그 차 때문에 빠듯해진 것 같아 신호에 걸린 순간 "젠장"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나 보다.

사거리를 지나면서 다음 신호를 보니 빨간 불이었다. 속도를 살짝 늦추며 달리는데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었다. "아싸" 신이 나서 다시 속도를 내며 신호등 아래를 지나는데 아까 끼어들었던 차가 내 옆 차선에서 멈춰있었다가 출발하는 게 보였다. 아침부터 무리한 끼어들기를 하기에 얼마나 멀리 갔나 했더니 여기서 만나는구나 싶었다. '너 그러고 가더니 고작 여기야?' 아까 거친 말을 내뱉었던 것이 떠올라 피식 웃었다.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작은 도시는 대중교통이 매우 불편하다. 그러다 보니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각자의 차를 가진 경우가 다반사라서 한 가족이 두 세대의 차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 기본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걸어 다니거나 버스를 타고 다닐 수 있는 여건이 아닌 경우가 허다한 탓에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이면 부모는 아이들의 기사 노릇을 해야 한다. 그런 탓에 하루도 운전을 하지 않고 살 수 없다. 늘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했던 한국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미국에 와서 매일 운전대를 잡고 살면서 경험하고 있다.


운전을 하면 할수록 우리네 인생은 운전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똑같이 출발하는 것 같지만 어떤 차는 간발의 차이로 초록색 신호의 끝을 지나가기도 하고 어떤 차는 빨간불에 멈춰야 되기도 한다. 내가 더 빨리 달려온 줄 알았는데 다음 신호에 걸려 신호등을 노려보다 보면 나보다 한참 느리게 운전하던 차와 함께 신호를 기다리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얄미울 정도로 이리저리 끼어들기하던 차는 운이 좋게 지나갔는데 규정속도를 지키며 운전하는 나는 번번이 빨간 불에 멈출 수밖에 없는 날도 있다. 어떤 날은 뭐든지 잘 풀리는 인생처럼 뻥뻥 뚫려 신호에 한 번도 안 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는가 하면 어떤 날은 신호등을 만나는 족족 신호에 걸려 멈춰야 하는 날도 있다. 어쩐지 불공평하고 무언가 불공정한 일들이 늘 산재되어있는, 내가 살고 있는 세상 모습 그대로다.  

기분 좋게 연속해서 이어지는 초록불에 속도를 내다가 덜컥 숨어있던 경찰에게 걸려서 딱지를 떼게 되는 날도 있다. 아까 그 신호에 걸렸더라면 딱지를 떼지 않았을 텐데 하필 오늘은 왜 한 번도 신호에 걸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술술 뚫리던 신호가 원망스러워진다. 앞 차와 함께 신호 위반을 했건만 나만 경찰에게 잡히는 날이면 저 멀리 사라지는 앞차를 바라보며 세상의 나쁜 일은 나에게만 벌어지는 것 같은 불행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좋은 일이 악재로 이어지기도 하고 남들은 피해 가는 불행이 나에게만 닥치기도 하며 혹간 나쁜 일인 줄 알았던 상황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우리의 인생처럼 말이다.

운전을 하다 보면 교통규칙을 지키며 운전을 하는데도 사고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잠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탓에 사고의 가해자가 되어있기도 한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건만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내가 잘한다고 해서 늘 안전한 것이 아니고, 나의 실수나 방심이 다른 사람의 안전까지 위협하게 되기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아무리 나와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애를 써도 내 힘과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무섭고 힘든 상황이 닥치는 것처럼 말이다.


잠시 빨리 간다고 기뻐하는 경솔함과 신호가 잘 뚫린다고 운이 좋다는 착각이나 내가 달리는 도로는 항상 더 막히는 것 같은 억울함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운전대를 잡을 때면 생각한다. 나는 잠시 운전대를 잡고 있을 뿐, 달리는 동안 벌어지는 일들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마냥 내 인생인 것 같은 내 삶 조차도 내 뜻과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오늘도 운전을 마치고 무사히 집에 들어서며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images/id-3612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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