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돌아가고 싶은 즐거운 너의 집

3번 방 집돌이 잭스의 집을 향한 노래에 대한 이야기

by 날마다 소풍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 꽃피고 새우는 집 내 집뿐이리
오 사랑 나의 집 즐거운 나의 벗 내 집뿐이리

정확하지 않지만 아마도 내가 중학생 때쯤 음악 시간에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노래를 배웠던 것 같다. 노래가 신나고 재미기보다 점잖은 가락에 다소 경건한 가사의 노래였지만 왠지 나는 내가 있을 곳은 그래도 집이라는 가사가 좋아서 이후에도 가끔 이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었다. 어느 순간 슬그머니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이 노래가 3번 방의 잭스를 만난 후 다시 기억났다.



툭하면 울고 소리를 지르거나 다른 아이들과 투닥거리는 3번 방 아이들 사이에서 몇 안 되는 긍정적인 학습태도를 가진 아이 중 하나인 잭스는 3번 방에서 요즘 말로 엄친아같이 존재이다. 하기 싫다고 심통 부리거나 심지어 학습지를 찢고 도망가버리기도 하는 아이들 옆에서 수업시간에 학습지를 받을 때마다 불평 없이 뚝딱뚝딱해내는 잭스를 보면 신통하고 기특할 따름이다.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말썽도 부리지 않는 3번 방의 엄친아 잭스가 3번 방에 온 이유는 언어장애 때문이다. 몇 가지 발음이 안되기 때문에 어눌한 발음을 하는 잭스는 거의 매일 언어치료 수업을 받고 있다.

잭스는 우리 반 춤꾼이기도 하다. 가끔 수업 후 담임교사 Ms. K가 음악을 틀어주면 힙합전사처럼 제법 그럴듯하게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춘다. 다른 3번 방 꼬마들은 율동인지 노는 건지 모르는 춤을 추는 속에서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추는 잭스를 보고 있으면 흥이 절로 난다. 아마도 형이 하는 것을 보고 배운 듯하다.

엄마, 나만 두고 가지 마세요~

이렇게 3번 방의 보석 같은 잭스의 약점은 바로 아주 심각한 집돌이라는 것이다. 학기 초에는 아침마다 엄마가 TK들이 내려야 하는 곳에 차를 세우는 순간부터 잭스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울곤 했다.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어눌한 발음으로 "I want to go home." 이라며 집 타령을 하곤 했다. 쉬는 시간에 잘 놀다가도, 수업을 하다가도 심지어 간식을 먹다가도 문득문득 집 생각이 나는지 "I want to go home." "When can I go home?"라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시계를 보여주며 집 생각뿐인 집돌이 잭스에게 집에 갈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알려주곤 했다. 그러면 혼자 그 시간이 얼마나 줄었나 생각해보면서 초조해하던 표정이 집에 가는 시각이 다가오는 만큼씩 밝아진다. 그런 잭스를 보면서 집이 얼마나 좋으면 저럴까 싶던 어느 날, 중학교 땐가 배웠던 “즐거운 나의 집”이란 노래가 떠올랐다. 학교에는 친구들도 많고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 때면 집 생각을 잊어버릴 만도 한데 즐거운 곳에서 불러도 잭스에게는 사랑하는 집이 항상 그리운 제일 좋은 친구인 모양인지 집에 가고 싶은 잭스의 애타는 마음은 식을 줄을 모르는 것 같았다.

공부할 때도 , 간식 시간에도 그리고 쉬는 시간에도..... 내 마음속에 집 있다.

학교 다니는 시간이 한 달 두 달 늘어가면서 다행히 아침마다 울던 집돌이 잭스의 우는 횟수가 줄기 시작했다. 여전히 학교에 머무르는 네 시간 동안 몇 번을 집에 가고 싶다고 울상을 짓기는 하지만 이제는 울지 않고 엄마 차에서 내리는 잭스를 보면 고맙기만 하다. 항상 집에 가기 30분 전쯤이면 잭스는 교실에 있는 시계를 보면서 집에 갈 시간이 이제 10분 남았는지 물어보러 오곤 한다. 그럴 때 기분 좋게 해 주려고 10분 남았다고 하면 잭스는 속으로 남은 시간을 세고 정말 10분 후에 집에 가야 한다고 안달을 할 것이다. 그 마음을 다 알기 때문에 나는 정확하게 “아니, 18분 남았어.”라고 알려준다. 그러면 잭스는 금방 의기소침해진다. 하지만 내가 시곗바늘을 보여주며 설명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자리로 돌아간다.


지금은 TK라서 네 시간만 학교에 있지만 내년부터 Kinder에 올라가 진짜 유치원생이 되면 여섯 시간을 학교에 있어야 한다. 울 집돌이 잭스가 6시간을 어떻게 기다릴까 염려가 되지만 아마도 잘 이겨낼 것이다. 이제 잭스는 더 이상 아침에 엄마 차에서 내리면서도 울지 않는 씩씩한 5살 꼬마니까 말이다.



오늘도 안 울고 엄마 차에서 잘 내린 잭스는 수업도 열심히 하고 쉬는 시간에 친구랑 잘 놀았다. 그렇게 잘 지냈음에도 집에 갈 시간이 가까워오는 것을 확인하자 잭스의 얼굴빛이 달라졌다. 신이 나서 깡총거리며 책가방을 메고 집에 갈 거라며 싱글거리는 잭스의 얼굴은 해와 같이 빛났다.

잭스와 함께 마중 나온 잭스 아빠를 향해 걸어가며 나는 속으로 ‘즐거운 나의 집’을 흥얼거렸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잭스, 하루 종일 돌아가고 싶었던 즐거운 너의 집에서 실컷 쉬다 오렴.

살다가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찾아와도 지금처럼 집이 잭스에게 항상 다시 돌아가고 싶은 좋은 안식처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깡총거리며 아빠 손을 잡고 멀어져 가는 잭스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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