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3번 방에는 평강 공주가 살고 있었어요

3번 방의 울보 페라의 멈출 수 없는 눈물 이야기

by 날마다 소풍

3번 방의 1학년 두 명 중 한 명이자 3번 방 소녀 중 한 명인 페라

조그만 얼굴에 눈 코 입이 어찌나 예쁘게 자리를 잡았는지!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라는 드라마에서 단이(이나영)의 얼굴을 보며 은호(이종석)가 하던 대사가 바로 페라를 말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예쁜 소녀는 감정을 소통하는 법이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시도 때도 없이 봇물처럼 터지는 울음. 그것이 페라의 감정 표현 중 하나겠지만 아직까지 누구도 심지어 부모도 그 울음의 원인을 제대로 이해줄 수 없었다.





평강공주는 고구려 제25대 평원왕(平原王)의 딸이자 온달(溫達)의 아내였다. 어린 시절 울보였던 평강공주는 울 때마다 아버지로부터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는 농담을 듣고 자랐다. 아버지인 평원왕이 상부(上部)의 고씨(高氏) 집안으로 시집을 보내려고 하자 평강공주는 자신은 온달과 혼인을 해야 한다면서 궁궐을 뛰쳐나갔다. 온달을 찾아 부부의 연을 맺은 평강공주는 온달에게 학문과 무예를 가르쳐 고구려에서 가장 훌륭한 장군이 되게 하였다고 한다.


3번 방에는 정말 온달에게 시집보내버리고 싶은 평강공주 같은 울보 소녀 페라가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이유도 원인도 알 수 없는 울음보가 터지면 페라의 울음소리에 3번 방 가족들은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정말 어디 온달이 있으면 시집보내고 싶다고 혼자 생각하기도 했다.


수업하는 중에 돌아다니거나 딴짓을 하며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으아앙~" 울음을 터뜨린다. 페라가 울기 시작하면 교사들은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달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지만 요즘은 조금씩 페라의 울음보에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하여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수시로 울어대는 평강공주 페라의 울음소리를 견디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발버둥을 치며 바닥에 뒹굴면서 울면서 교사들이 달래도 소용이 없을 때는 지쳐서 실컷 울도록 둘 때도 있다.


가끔 기분이 나면 바람에 울리는 풍경 소리 같은 맑은 소리를 내며 혼자 웃기도 하고 귀여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그럴 때의 페라는 천사나 다름없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그 웃음소리에 노랫소리에 3번 방 교사들 얼굴은 웃음이 번진다. 물론 우리 모두 뒤돌아서면 바닥을 뒹굴며 울어대는 페라로 언제 변할지 모른다는 것을 다 알고 있지만 말이다.


3번 방 울보공주 페라와 함께 지내면서 나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는 대신 우는 걸로 먼저 표현하는 아이들을 달래는 방법을 많이 배웠다. 페라의 울음을 그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페라가 울음 대신 말로 원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도록 교사가 문장을 먼저 시작해 주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Pera, what do you want? I want…...” 하고 기다리면 울다가 “Hug” 라든가 “Book” 또는 “Cookie”라고 말하면서 울음을 그치기도 한다. 처음에 이 노하우를 배우고 그것이 효력을 발휘할 때 어찌나 신기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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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방법은 “Do you want squeezing?”이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뭔가가 허전해서 우는 경우 그렇게 물어보면 “yes”라고 대답한다. 그럴 때는 어깨와 팔을 마사지하듯이 꼭꼭 주물러 주다 보면 페라는 울음을 그치고 마음을 추스리기도 한다.




3번 방의 숙제는 페라가 원하는 것을 울음 대신 말로 표현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페라가 말로 요청할 때면 3번 방 교사들은 부리나케 해결해준다. 우는 소리를 듣느니 얼른 페라 기분을 맞춰주는 것이 좋기도 하거니와 말로 하면 다른 사람이 그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함이다. 우리는 알 수도 볼 수도 없는 페라의 머릿속과 마음속에 어떤 생각과 이야기들이 페라를 붙들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아무렇지 않게 있다가 갑자기 뒹굴며 울고 반 아이들과 걸어가다가 순식간에 발버둥을 치며 우는 페라를 볼 때면 그 마음과 생각을 좀 읽어줄 수 있었으면 싶다.


마음과 생각을 붙들고 있는 그것들 때문에 밤에 자다가도 깨어서 울면서 다시 잠이 들지 못하기도 하는 페라와 여섯 해를 같이 살아온 페라의 부모를 생각하면 마음이 착잡하다. 안아준다고 해도 싫다 간식도 싫다 걷기도 싫다며 그냥 울고 있는 페라를 복도에서, 사무실에서 달래도 달래도 달래지지 않는 난처한 때면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좌절감이 스쳐 지나간다 그러니 내년이면 2학년이 될 딸이 아직도 수시로 울며 불며 떼를 모습이 일상이 되었을 페라의 아빠와 엄마는 얼마나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지……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아픔과 슬픔에 페라보다 더 울고 싶은 것은 어쩌면 페라의 아빠와 엄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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