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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Nov 26. 2020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는 것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탈출기

얼마 전, 오래 쓰던 휴대전화를 새로 바꿨다. 이전까지 쓰던 지문인식 방식은 얼굴 인식 방식으로 진화(?)했다. 밥 먹을 때나 커피를 마실 때를 제외하면 출퇴근할 때도, 일할 때도, 회의할 때도 마스크 속에 꽁꽁 감추고 있는 얼굴. 단단히 잠긴 휴대전화를 열기 위해서는 온종일 피부처럼 붙이고 사는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 마스크를 슬쩍 내려 휴대전화에 얼굴을 댄다. 카메라가 내 얼굴을 인식하도록 잠시 행동을 멈춘다. 잠금 해제를 기다리며 생각한다.


스마트폰이 사람이라면 
얘는  어떤 인간으로 생각할까?     


새로운 사람과 만날 때는 얼굴을 유심히 본다. 얼굴은 ‘인생의 도장‘ 같아서 그 안에는 사람이 살아온 삶의 과정들이 찍힌다. 표정 하나, 눈빛 하나, 주름 하나에서 그가 걸어온 날들이 드러난다. 스마트폰이 얼굴을 인식해 잠금 해제하듯, 나 역시 상대방의 얼굴을 스캔하고 꼭 닫아 뒀던 마음을 잠금 해제한다.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있는 사람은 작은 변화나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은 눈치가 빠르다. 판다 뺨치는 다크 서클을 지닌 사람은 만사가 피곤하고 귀찮다. 눈썹이 진한 사람은 고집을 쉽게 굽히지 않는다. 얼굴 안의 모든 근육을 이용해 웃는 사람은 웃음 장벽이 낮다. 눈썹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사람은 감정 표현이 풍부하다. 눈웃음을 흘리는 사람은 상대방의 마음을 쉽게 연다. 인상이 강한 사람들은 그 안에 여리고 보드라운 부분이 하나쯤은 있다. 표정에 변화가 없는 사람은 안에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눈빛이 흐릿한 사람은 정신도 흐릿하다.      


일부러 관상을 깊이 공부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NN년 간 살아오며 만든 수많은 인간관계. 사람들과 섞여 살면서 쌓은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가 생기는 거다. 사람에게는 기대치라는 게 있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만으로 느껴지는 기대감이라고나 할까?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의 얼굴 속에서 얻은 성격의 힌트를 찾곤 한다. 나와 정 반대인 불같은 성향 때문에 다시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기억에 남은 Y팀장님. 눈이 부리부리하고 까만 얼굴에 천둥, 번개처럼 목소리가 컸던 Y팀장님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과는 일부러 거리를 두게 되는 것처럼.      


이렇게 난 몇몇의 사례나 경험을 전체로 단정 짓고 판단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종종 빠진다. 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깨질 때, 묘한 쾌감을 느낀다. 소위 ‘세다 ‘라고 얼굴에 쓰여 있는 사람에게서 아기 고양이의 보송보송한 가슴 털 같은 보드라운 심성을 느낄 때. 순두부처럼 뽀얗고 말랑하게 생긴 사람에게서 크고 단단한 중식 칼 같은 단호함을 보았을 때. 허허실실 웃음으로 만사를 대하는 사람이 휘두른 얼음송곳 같은 날카로움에 허를 찔렸을 때. 충격 혹은 배신감보다는 반전 매력에 빠져든다. 퐁당.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일부러라도 낮은 성급한 일반화의 벽을 만들어 놓곤 한다. 실망을 안겨주는 기대라는 높은 벽 대신, 마음만 먹으면 ‘뜻밖의 기쁨’으로 훌쩍 넘어갈 수 있는 낮은 벽 말이다. 상대방의 얼굴에서 드러나는 성격 말고 의외의, 예상 밖의, 기대 이상의 순간들을 마주하면 쉽게 잠금 해제 모드가 된다. 함께 쌓아 온 물리적인 시간의 두께와 별개로 그 사람에게 한층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눈썹 짙은 사람이라고 해서 다 고집 센 건 아니구나. 눈꼬리가 내려간 사람이라도 다 순둥한 사람은 아니구나. 결국 사람 by 사람이구나.      


사회생활 1N년차에도 여전히 낯가림이 신생아 수준이다. 지극히 내향적인 나란 사람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여전히 불편하고 늘 어색하다. 그럴 때마다 나를 이렇게 다독인다. 이 새로운 사람에게서도 내 안에 깊숙이 박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깨 주는 매력을 찾을 수 있겠지? 이 사람이 가진 우주는 뭘까? 이 궁금증이 자꾸만 새로운 사람에게 질문하게 만든다.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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