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 “반반”이, “섞어”가 가능하다
함께 여행할 때와 혼자 여행을 할 때, 많은 것이 다르다. 준비부터 코스, 식사, 숙소, 돌발 상황 대처 까지… 함께 하는 여행과는 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혼자 여행이 두려운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여행 방법을 소개한다. 사실 이건 혼자 여행 때도, 함께 여행 때도 해보면 좋지만, 혼자일 때 더 여행이 풍요로워진다.
<데이 투어에 참여하라>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넘치는 혼자 여행. 그것을 다르게 말하면 모든 것을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 지역에서 3일 이상 머무는 여유 있는 여행이라면 오롯이 혼자 모든 계획을 짜는 것도 꽤 피곤한 일이다. 그럴 때 내가 이용하는 방법은 하루 정도는 현지의 데이 투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자유여행을 하면서도 패키지여행의 장점을 쏙쏙 빼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국내에는 각 도시 별로 시에서 운영하는 자체 시티 투어가 있다. 저렴한 가격에 교통비, 가이드비가 포함된 코스도 있고, 때로는 주요 관광지를 연결해주는 교통편을 무제한 이용하게 하는 코스도 있다. 통영시에서 운영하는 시티버스는 전자에 속한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관광지들을 가이드분께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인상이 깊었다. 마지막 코스가 전통시장이어서 마무리까지 알찼던 기억이 남는다. 제주 시티 투어 버스는 후자에 속한다. 일반 버스는 배차 간격이 어마 무시해서 가기 힘든 여행지도 코 앞까지 척척 데려다준다.
영어 무식자라면 해외에선 조금 비싸더라도 한국어 서비스가 가능한 투어를 이용하길 권한다.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하는 욕심 많은 한국인 여행객들의 취향을 반영해 내용, 효율성, 트렌드, 현지인 꿀팁이 가득한 투어다.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 가우디 투어를 신청했다.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알짜배기만 쏙쏙 인도하는 가이드님의 영도력 덕분에 관광객들에 치이지 않고 비교적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또한 가우디에 관한 세세한 일화와 건물 속 다양한 이야기들을 함께 들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여행사 측에서 예약해준 덕분에 길게 줄을 선 부러움의 눈길이 가득한 관광객들을 뒤로하고 유유히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에 입장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메리트였다. 투어를 통해 듣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들은 바르셀로나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 여행 마지막 날 아침, 그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 8시 전에는 무료입장) 해도 안 뜬 구엘 공원을 찾아갔다. 가이드님의 설명을 되새기며 관광객의 소음 대신 새소리만 가득한 한적한 가우디의 흔적들을 만끽했다.
영어 능력자라면 이보다 더 선택의 여지가 많다. 팁 투어라는 이름으로 거의 무료에 가까운(투어 끝에 가이드의 안내가 마음에 들었다면 약간의 팁을 주는) 투어가 널려 있다. 여행자 센터나 숙박업소 데스크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에든버러에 머물 때, 반나절 짜리 도심 팁 투어를 따라다닌 적이 있다. 영어 능력이 미천하여 가이드가 하는 설명의 반 정도밖에 못 알아먹었다. 하지만 마치 1인 연극을 하듯 역사 속 인물들에 빙의되어 설명하는 가이드의 열정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조앤 K. 롤링이 <해리포터>를 집필했던 카페, 셜록 홈스의 배경이 된 거리 곳곳, 충견 보비의 동상,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의 무덤까지… 에든버러 구석구석 거리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그저 귀를 기울이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이렇듯 방법은 여러 가지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 혼자 여행을 책임지려고 하지 애쓰지 말자. 그것이 바로 혼자 여행하는 당신을 지치게 하는 포인트다. 치킨만 반반이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집에만 짬짜면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여행도 “반반”이, “섞어”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