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일 때 더 여행이 풍요로워지는 법이다
함께 여행할 때와 혼자 여행을 할 때는 많은 것이 다르다. 준비부터 루트, 식사, 숙소, 돌발 상황 대처 까지… 함께 하는 여행과는 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혼자 여행이 두려운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여행 방법을 소개한다. 사실 이건 함께 여행 때도 해보면 좋지만, 혼자일 때 더 여행의 결이 풍요로워지는 방법이다.
<로컬 버스 타기>
여행의 깊이보다 숫자(속도, 개수, 시간)에 의의를 두는 자들에게는 비추다. 하지만 관심도 없는 박물관, 미술관, 관광 명소에 들어가기 위해 한없이 줄을 서 본적 누구나 있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들 뒤통수나 보면서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시간을 소모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여행의 방법이다.
몇 해 전, 혼자 부산에 갔었다. 밀면이며 씨앗호떡이며, 유부 주머니, 떡볶이까지… 부산의 각종 분식들을 맛보느라 배가 꽉 찼었다.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더 정확히 얘기하면 다른 부산의 먹거리를 더 맛보기 위해) 배를 비워야 했다. 보수동, 남포동 골목을 걷고 또 걸었다. 비는 흩뿌리기 시작했고 다리는 너덜너덜했다. 이미 아까 커피를 한 잔 마셨기 때문에 카페에 더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택한 것은 부산에 내려오기 전부터 점찍어 두었던 그 버스를 타기로 한다.
여행자들 사이에서 일명 “산복도로 투어 버스”라 불리는 버스가 있었다. 남포동에서 시작해 연산동까지 가는 86번 버스는 사실 평범한 부산 시민들의 발이다. 버스에 몸을 싣고 굽이굽이 좁은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기가 막힌 부산의 야경을 만날 수 있다. 추천하고 싶은 시간대는 역시 일몰이 시작되기 전이다. 일몰과 야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를 품은 산꼭대기 동네의 불빛들을 보고 있으면 어지간한 전망대 뺨 칠만큼 아름답다. 좁디좁은 길을 사람과 차를 피해가며 이리저리 운전하는 기사님의 운전실력을 온몸 가득 느끼면 F1 출전을 권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이 버스를 타기 전에는 꼭 빈 속이 편하다.
이때 얻은 감동을 경험으로 야경이 아름답다고 소문난 여행지에 가면 굳이 돈 주고 전망대에 오르기보다는 코스가 아름답다고 소문난 대중교통(버스, 택시, 트램 등등)을 이용해 나만의 투어를 한다. 입을 다물고 있거나 관광객 티 내는 책자만 꺼내지 않으면 로컬들 사이에 이질감 없이 섞여 현지인들의 삶을 오롯이 엿볼 수 있다. 또 잠시 버스에 몸을 싣고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모자란 잠을 자기도 충분하다. 혹 길을 잃거나, 기대보다 떨어지더라도 버스에서 내려 반대편 차선에서 다시 같은 번호의 차를 타면 원래 내가 있던 곳으로 무사히 데려다준다. 평소에도 대중교통을 무난하게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세계 어디든 모든 대중 교통이 나만의 투어 버스로 변신할 수 있다.
* 추천 코스 *
제주 – 710번(자주 없음 주의 -> 배차 간격이 넓지만, 제주 산간의 아름다운 숲길을 달릴 수 있음)
리스본 – 28번 트램 (소매치기 주의 -> 리스본이란 도시의 매력을 단시간에 느낄 수 있음)
나가사키 – 녹색 노면 전차(지루함 주의 -> 몹시 잔잔함. 마치 일본 청춘물 주인공이 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