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 의상실

옷 짓는 빨간 모자의 즐거운 성장기

by 행복한독서
빨간 모자는 다시 재봉틀 앞에 앉았어요.
드르륵드르륵 재봉틀 소리가 울려 퍼지자 빨간 모자는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빨간 모자 의상실

이사랏 글·그림 / 44쪽 / 13,000원 / 웅진주니어



책의 아이디어는 2006년부터 구상한 꽤 오래된 이야기예요. 그 이후로 주인공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제 마음속에 들어와 버렸어요. 주인공 ‘빨간 모자’는 엉뚱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예요.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아주 열심히 그 일을 해내죠. 하지만 일에 지나치게 치중한 삶을 살다 보니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게 되죠. 예를 들자면 가족이나 친구와의 약속, 생일 파티 등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야 할 일을 놓쳐버려요. 빨간 모자가 ‘아티스트로서 어떻게 살면 행복할까?’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리고 자신이 잘하는 일로 세상과 소통하고 균형을 잡고 살아간다면 즐거울 거라 생각하며 빨간 모자의 성장을 말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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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지점토로 빨간 모자 캐릭터를 만들고 독특한 옷도 만들어 입혔어요. 책상 앞에 놓인 캐릭터를 보며 이야기 짓기를 완성했어요. 주인공의 색깔은 빨간색으로 정하고 천에 드로잉한 선을 삐뚤빼뚤 바느질했어요. 빨간 모자는 아주 미적으로 뛰어난 캐릭터라고 강조하고 싶었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암탉으로 결정했어요. 속눈썹을 아주 강하게 표현하고 도도한 콧날, 풍성한 치마를 입혔어요. 그렇게 16장면을 바느질로만 구현해서 더미북을 완성했어요. 제1회 웅진주니어 그림책상 공모전에 투고해 입상작으로 선정되었어요. 출간까지 가는 여정이 길었어요. 책의 주제를 부각하기 위해 이야기를 수정하고 이미지를 더 좋은 방향으로 가려고 수많은 시각적인 실험이 있었죠. 결국엔 스티치, 콜라주, 그리고 드로잉을 섞어서 작업하며 완성도에 집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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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세부적으로 공을 들인 부분이 있어요. 빨간 모자는 처음에 자신의 디자인에 빠져서 옷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옷에 대한 시각이 바뀌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친구들을 관찰하죠. 그리고 디자인과 기능성을 고려한 옷을 만들게 돼요.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두더지, 고슴도치, 하마, 노래하는 암탉들, 기린, 홍학 등 다양한 동물들이 나옵니다. 모양도 다르고 피부도 다른 동물들에겐 저마다 약점이 있어요. 이때 빨간 모자는 친구들의 약점을 보완하는 옷을 만들죠. 그리고 알맞은 옷을 찾아 의상실에 온 동물 손님들에게 옷을 입혀주어요. 어쩌면 그 옷은 마음 치유도 하고 멋쟁이로 거듭나게도 하죠. 의상실의 문은 늘 열려있죠. 빨간 모자는 많이 웃고 즐겁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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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랫동안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어요. 저만의 예술 세계에 빠져 살았죠. 그러다 친구와 이웃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돌아보게 되었어요. 또한 그들을 사랑과 측은지심의 마음으로 바라봤어요. 『빨간 모자 의상실』의 이야기처럼 세상과 소통하고 균형을 잡고 살아간다면 제가 더 풍성한 삶을 살 것 같아요. 지금은 그림책작가로서 책 짓기에 여념이 없어요. 이 일이 가장 행복한 일임을 제가 잘 알지요. 빨간 모자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요. 그리고 의상실에서 옷을 만들고 손님들과 소통하고 있죠. 자신의 재능으로 다른 사람들을 돋보이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아요. 앞으로 저는 이야기 짓기와 그림 그리기를 통해서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그 책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게 될 수도 있고, 묵직한 주제를 다룰 수도 있겠죠. 저도 현재로선 알 수 없어요.


『빨간 모자 의상실』을 완성해가는 여정 속에는 저만 있었던 건 아니에요. 출판사 편집자, 디자이너와 지속적인 소통 속에서 이 책의 마침표를 함께 찍었어요. 출간한 책을 보니 조금 자란 저를 만날 수 있었어요. 출간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다양한 독자들의 반응을 보게 되었어요. 제가 의도한 것도 있고 의도하지 않은 부분도 있어요. 그래서 더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한 권의 책을 다양한 시각으로 읽어주시는 것에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빨간 모자처럼 자신을 지키며 타인과 소통하고 싶어요. 제 색깔을 유지하며 변화와 발전을 꾀하는 작가이고 싶어요. 저는 그것이 후회도 없고 행복할 거라 믿고 있어요.



이사랏 작가는 한국에서 응용미술학을 공부하고, 영국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2017년 제1회 웅진주니어 그림책상 『빨간 모자 의상실』로 입상, 2017년 제2회 비룡소 캐릭터 그림책상 『내 친구 브로리』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책작가 그리고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yisarat_books (공연 및 강연 문의)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1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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