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집

‘마음의 집’ 보며 이해하는 서로의 다름

by 행복한독서
길쭉한 집 옆에 납작한 집, 위태로운 집 앞에 거꾸로 선 집
집 모양은 이상하지만 사람들 모두 웃는 얼굴로 인사합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집들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요?
모두 달라서 재미난 마을, 이상한 집으로 초대합니다.



이상한 집

이지현 글·그림 / 48쪽 / 13,500원 / 이야기꽃


“그 사람은 평범하지 않아.”

지인들과 대화하다 보면 무심코 이런 말을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주로 대화하는 사람들과 많이 다르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입니다. 하지만 이런 대화는 어딘가 이상합니다. 평범하다는 기준이 어딘가에 있기라도 한 걸까요?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말과 행동이었을 텐데 말입니다. 평범하다는 게 뭘까 생각해보니, 누구나 자기 세계에서는 당연하고 평범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사람은 정말 서로 다르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내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렵고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으니까요. 지인들은 물론이고 가장 가까운 가족들조차 말입니다. 형제끼리 방 정리로 다투는 일은 아주 흔하지요. 저 역시 동생과 자주 다투었습니다. 저는 정리를 깨끗이 해야 했지만, 동생은 정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고요. 순수 미술을 공부하던 시절, 어떤 사람은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런 그림을 왜 그리느냐고 했습니다. 제게는 정말 소중한 작품이었는데 말이지요. 사실 그건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남편이 제가 그림책을 만든다고 동료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면 “그래서 돈은 얼마나 법니까?”라는 반응이 돌아온다는 겁니다. 그들과 저희 부부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대화가 생기는 것이겠지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무언가에 집착하며 살아가는 듯합니다. 어떤 사람은 친구가 많은 것에, 어떤 사람은 잘 먹는 것에, 어떤 사람은 잘 노는 것에 집착하는 듯 보입니다. 어떤 사람은 자유로움에 집착하며, 어떤 사람은 꿈에, 어떤 사람은 지식에 집착하고 어떤 사람은 돈을 많이 버는 것에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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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어렸을 때 배웠던 관계 맺는 방법에 대해서요. 친구에게 잘 대해주고 그 친구의 말을 잘 들어주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식이었죠. 참 단순하고 쉬워 보입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관계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친구의 말을 들어주고 싶어도 그 사람은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고, 내가 잘 대해주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아 이상하고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좋은 의도가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것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내 생각과 너무 달라서 관계가 어렵게 느껴지고 우울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너무 우울해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다르기 때문에 재미있는 일들도 일어나곤 했으니까요.


『이상한 집』은 몇 년 전부터 그려두었던 그림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전작 『문』을 작업하는 중 진전이 없어 고전하던 시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그즈음의 생각들을 그림으로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집이라는 매체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수없이 이사를 하며 내가 살고 싶은 아담하고 예쁜 집을 그려보곤 했었죠. 문, 창문, 방 등 이런 것들에 관심을 두고 자주 생각하다 보니, 어느 순간 어떤 집이든 그 집에 사는 사람의 모습이 담겨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집이 물리적 공간이 아닌 개개인의 마음속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사람들 하나하나 자신만의 집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른 사람들은 그 집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알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마음의 집에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머물고 있을 것입니다. 그 집에는 일부러 열지 않은 작은 지하실이나 다락방이 있을 수도 있고, 작은 꽃병 아래 보내지 못하고 접어놓은 편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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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집들을 그리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타인들과의 관계를 조금은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찾지 않았나 싶습니다. 앞으로는 달라서 이상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온다고 우울해하거나 화낼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이상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니까요.



이지현 작가는 이상한 집들이 모여 사는 서울 한 귀퉁이에서 남편 훈과 아기 솔과 재미나게 삽니다. 작품으로는 『수영장』 『문』 『이상한 집』이 있습니다. 『수영장』으로 미국 일러스트레이션협회 ‘2015년 최고의 그림책 상’을 받았습니다.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8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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