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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Sep 28. 2022

독서를 사랑하는 이들의 놀이공간

문화공간 산책  - 오월의푸른하늘

대학시절까지 나는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으로 유학을 가면서 나의 일상은 이전과 사뭇 달라졌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게 되면서 스스로 잘한다고 믿었던 일본어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지친 마음은 점점 피폐해져 갔다.


일본어 실력을 한층 더 높이고자 교수님께 조언을 구했고 교수님은 나에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일본어로 읽어보고 그 문장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때마침 내가 많이 지치고 우울해 보였는지 대학 친구가 나를 예쁜 책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렇게 나는 독서를 통해 약해지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고 주말에 홀로 도쿄의 책방을 돌아다니는 것이 취미 그 이상의 활동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미래에 책방지기라는 삶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느꼈던 그 조용히 사색하는 책방을 한국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무렵, 오랜만에 한국으로 잠시 귀국할 일이 생겼고 시간을 내어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던 경기도 이천의 집에 들르게 됐다. 산과 논으로 둘러싸였던 마을은 온데간데없고 거대한 트럭과 물류 창고들이 즐비한 동네가 되어있었다. 주변의 문화시설은 여전히 만무했고 아이들이 가장 가까운 작은도서관을 이용하려고 해도 한 시간에 세 대뿐인 버스를 기다려서 20분을 타고 가야만 이용할 수 있었다. 책이라는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방법만이라도 전할 수 있다면 사람들의 인생이 크게 변할 거라 믿기 시작한 나에게 책방을 한다면 지금 이곳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일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들어오면서 책방을 운영하는 나 자신에게 다짐했다. 

최대한 많이 읽고 추천할 수 있는 책들을 선보일 것,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책방 스타일을 고수할 것, 돈보다는 독서라는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이라는 세 가지 다짐은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질 예정이다.


‘오월의푸른하늘’은 2018년 3월에 정식으로 문을 열어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든 예약제 책방이다. 책방 안으로 입장하려면 예약과 함께 일정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책방에 진입하면 간단한 간식 꾸러미와 따뜻한 커피와 물을 제공한다. 책들은 모두 읽어볼 수 있도록 비닐을 제거했고 원하는 공간으로 이동해 독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이동을 위한 가방도 대여한다. 책방 내에서는 정숙을 유지하되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나 부모님의 책 읽어주는 소리는 언제나 환영이다. 책은 그림책부터 만화책, 인문서적, 에세이, 시집, 독립출판물, 외국어 그림책 등 다양한 장르를 망라한다. 특히 본책방에 비치된 대부분의 책들은 책방지기가 직접 읽고 큐레이션했다.


같은 이름으로 책방은 출판사도 운영한다. 한 명의 뛰어난 작가를 발굴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하거나 책방지기의 책을 내기 위한 방법으로 출판사를 만들지는 않았다. 누구나 책을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책방 근처에서 책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서 시작한 출판사다. 젊은 엄마들의 이야기가 담긴 『오도독』, 시니어들의 인생 정리 글쓰기 『넉넉』 등 책방에서 진행한 프로그램들은 책이라는 결실을 만들어내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고 주변 학교들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시집들도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작가라는 꿈을 싹틔울 수 있었다. 요즘엔 맨투맨 독서 수업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소설을 함께 읽고 깊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5년간 쉼 없이 읽어왔던 책들도 소중했지만 이렇게 둘 혹은 셋이서 한 권의 책으로 진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매일 감탄하며 지낸다.


오월의푸른하늘의 목표는 단순한 책방이 아니다. 독서와 사랑에 빠지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들러봐야 하는 책을 테마로 한 놀이공원이 되고 싶다. 가족과 함께 책을 처음 접하는 아이부터 책을 좋아했지만 바쁜 일상으로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어른들까지 적어도 이곳에서 만큼은 책을 곁에 두고 아름다운 추억을 쌓고 떠나갈 수 있는 독서가들의 쉼터가 되면 좋겠다. 책방지기는 이 공간을 정식으로 소개할 때, 책방이라는 단어보다는 ‘독서문화공간’이라는 말을 쓴다. 책은 더 이상 학업의 연장선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인식해야 한다. 놀이공원에 재밌는 놀이기구가 있듯이 책방에 가면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책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하는 날이 올 때까지 공간을 가꾸어가고 싶다.


•위치 :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덕평로 877번길 16

•운영 시간 : 10시~21시 (예약제, 월·화 휴무)

•연락처 : 031-634-9659

•페이스북 : https://facebook.com/mayblueskyleo

•인스타그램 : https://instagram.com/maybluesky_bookshop


레오_오월의푸른하늘 책방지기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2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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