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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문화를 일깨우는 시대적 담론

by 행복한독서

해적의 시대를 건너는 법

박웅현 지음 / 236쪽 / 16,500원 / 인티N


대한민국 대표 광고인 박웅현 작가. 그의 글에는 항상 사람이 보인다. 이번에도 그랬다. 『책은 도끼다』 『문장과 순간』과는 다른 결인데도 작가 마음은 사람에게 향해있다.

이 책은 기업 조직 문화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 작가는 오랜 시간 광고를 만든 감각으로 기업 브랜딩 컨설팅을 비롯해 여러 기업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기업과 조직 구성원 간의 고민을 가까이에서 보고 들으며 요즘 조직 문화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진단하게 되었다고 한다.


세상이 변했다. 아니, 사람들이 변했다. 단체보다 개인의 삶과 철학이 우선되는 시대다. 기업도 당연히 이전과 다른 매뉴얼과 방향성으로 조직 문화를 이끌어야 한다. 대한민국을 빠르게 성장시켰던 ‘시스템의 시대’는 점차 쇠퇴하고 있다.

이제는 민첩하고 기민하게, 유연하고 담대하게 움직여야 하는 이른바 ‘해적의 시대’라고 말한다. 이 시대에 조직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대 문맥에 맞는 방식으로 변모해야 하며, 무엇보다 구성원 개인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의 기본인 ‘사람’이 중요하다고 작가는 거듭 강조한다.


“모든 기업의 1차 고객은 구성원”이라는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조직 구성원이 얼마나 이 조직을 만족스럽게 생각하느냐, 조직 철학과 가치에 동의하느냐를 알아차리고 그들에게 질문해야 한다. 구성원도 당연히 기업가치의 소비자가 아닌가. 그들 입을 통해 회사에 대한 평가 즉, 일하고 싶은 곳이라는 긍정적 메시지가 밖으로 퍼지게 된다는 걸 간과하면 안 된다. 작가는 단호하게 말한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다. 전략이 아니라 정서이고,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이고, 사실이 아니라 분위기라고.” (224쪽)


내가 이 책을 주목한 이유는 그것이 비단 기업 조직 운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느 단체이든, 가깝게는 학교나 가정에도 적용돼야 할 중요한 가치라고 여긴다. 우리가 몸담은 크고 작은 조직의 모든 근원이 사람인 만큼, 사람에 대한 태도가 유연하게 열려있어야 하는 이유다.


조직에서의 개인적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창의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연성화’가 되어야 해요. 소통이 가능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에도 이 연성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긴장의 강도를 낮춰야 합니다. (…) 조직의 분위기가 부드러워야 다양한 생각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위해서는 윗사람이 먼저 움직여줘야 합니다.” (173쪽)


혹자는 이 책을 읽고 지나치게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변화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당장은 낯설고 어렵더라도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많아지고 행동으로 옮기는 이들이 생길 때 비로소 ‘이상’이 아니라 ‘정상’이 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을 특정 세대가 아닌 각각의 ‘개인’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이야기나, 독자 고민에 대한 저자의 답에도 일과 사람, 조직 운영에 대한 담백한 가치관과 태도가 담겨있다. (인문학, 일반)


황영경_책방 서행구간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4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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