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독서 Nov 08. 2024

아름답게 성장할 관계를 위해

고양이 산책

사라 룬드베리 글·그림 / 이유진 옮김 / 66쪽 / 18,000원 / 어린이작가정신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색감과 시선을 선보이는 사라 룬드베리의 새 그림책 『고양이 산책』을 비 레세르는 이렇게 평했습니다.

“별이 빛나는 장엄한 하늘, 그리고 글이 그 자체로 아름답다.


이 그림책을 처음 만난 순간의 제 마음이 그랬습니다. 맑고 푸른 밤하늘 아래 고양이를 품에 안은 사람, 하얀 눈밭을 가로지르는 발자국들, 간질거리는 민들레의 부드러운 홀씨와 마침내 드러나는 끝없이 펼쳐진 별들. 그림책이 예술의 한 갈래임을 『고양이 산책』이 다시금 증명하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주인이 나누는 우정과 교감, 이해와 사랑을 담은 그림책이지만 부모와 자녀, 친구 사이, 선생님과 학생, 그 어떤 관계에도 이 그림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덧입혀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언제나 사람이 길을 정해 앞장서 걷고, 고양이가 그 뒤를 따랐습니다. 사람은 편안함과 행복함을 느꼈고 고양이도 대체로 그랬습니다. 그러나 고양이에게 따로 하고 싶은 일이 생기자 둘의 관계에 균열이 생깁니다. 사람은 “그만”하라고 했고, 고양이는 사람을 노려보며 말합니다.

“왜 항상 네가 다 결정해?”

일상의 다른 관계들에서도 우리는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취향이나 하루의 계획을 모두 먼저 결정해 버리는 어른을 우리는 몇 번이고 본 적이 있고, 자기의 뜻만 앞세우는 친구도 선생님도, 또 그런 나 자신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밑바탕에 분명한 사랑과 우정이 자리하고 있다 하더라도 내 뜻대로 정해야만 편안함과 만족감을 느끼는 것, 또 그것을 어느 순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옳지 않음을 우리는 때때로 환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그 환기를 『고양이 산책』이 돕습니다. 게다가 이토록 아름답고 환상적인 모습으로.


손이 닿는 곳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언제라도 다시 읽는 저의 애독서 중 하나는 저명한 철학자 해리 G. 프랭크퍼트의 『개소리에 대하여』입니다. 이 책은 제가 일상에 만연한 신뢰할 수 없는 이야기들에 현혹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혹시 나 자신이 올바르지 못한 말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고 스스로 경계하도록 돕는다는 점입니다. 철학자의 책과 그림책 『고양이 산책』은 서로 거리가 먼 장르이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중요한 지점이 같습니다.


사람이 앞장서고 고양이가 뒤따르는 관계, 부모가 앞장서고 아이가 뒤따르는 관계, 내가 앞장서고 타인이 뒤따르는 관계와 고정된 역할에서 벗어나면 잠시 어색하고 좀 불편하더라도 결국에는 더 아름다운 세계, 마치 은하수가 펼쳐진 하늘처럼 행복한 풍경을 이윽고 만날 거라고 작가는 전합니다. 그들의 관계가 더욱 아름답게 성장하였으므로. 더 깊은 우정과 사랑, 이해와 공감을 위해 모두에게 이 그림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천미진_아동문학 작가, 『상상하는 어른』 공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4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