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산책
사라 룬드베리 글·그림 / 이유진 옮김 / 66쪽 / 18,000원 / 어린이작가정신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색감과 시선을 선보이는 사라 룬드베리의 새 그림책 『고양이 산책』을 비 레세르는 이렇게 평했습니다.
이 그림책을 처음 만난 순간의 제 마음이 그랬습니다. 맑고 푸른 밤하늘 아래 고양이를 품에 안은 사람, 하얀 눈밭을 가로지르는 발자국들, 간질거리는 민들레의 부드러운 홀씨와 마침내 드러나는 끝없이 펼쳐진 별들. 그림책이 예술의 한 갈래임을 『고양이 산책』이 다시금 증명하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주인이 나누는 우정과 교감, 이해와 사랑을 담은 그림책이지만 부모와 자녀, 친구 사이, 선생님과 학생, 그 어떤 관계에도 이 그림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덧입혀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언제나 사람이 길을 정해 앞장서 걷고, 고양이가 그 뒤를 따랐습니다. 사람은 편안함과 행복함을 느꼈고 고양이도 대체로 그랬습니다. 그러나 고양이에게 따로 하고 싶은 일이 생기자 둘의 관계에 균열이 생깁니다. 사람은 “그만”하라고 했고, 고양이는 사람을 노려보며 말합니다.
일상의 다른 관계들에서도 우리는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취향이나 하루의 계획을 모두 먼저 결정해 버리는 어른을 우리는 몇 번이고 본 적이 있고, 자기의 뜻만 앞세우는 친구도 선생님도, 또 그런 나 자신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바로 그 환기를 『고양이 산책』이 돕습니다. 게다가 이토록 아름답고 환상적인 모습으로.
손이 닿는 곳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언제라도 다시 읽는 저의 애독서 중 하나는 저명한 철학자 해리 G. 프랭크퍼트의 『개소리에 대하여』입니다. 이 책은 제가 일상에 만연한 신뢰할 수 없는 이야기들에 현혹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혹시 나 자신이 올바르지 못한 말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고 스스로 경계하도록 돕는다는 점입니다. 철학자의 책과 그림책 『고양이 산책』은 서로 거리가 먼 장르이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중요한 지점이 같습니다.
사람이 앞장서고 고양이가 뒤따르는 관계, 부모가 앞장서고 아이가 뒤따르는 관계, 내가 앞장서고 타인이 뒤따르는 관계와 고정된 역할에서 벗어나면 잠시 어색하고 좀 불편하더라도 결국에는 더 아름다운 세계, 마치 은하수가 펼쳐진 하늘처럼 행복한 풍경을 이윽고 만날 거라고 작가는 전합니다. 그들의 관계가 더욱 아름답게 성장하였으므로. 더 깊은 우정과 사랑, 이해와 공감을 위해 모두에게 이 그림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천미진_아동문학 작가, 『상상하는 어른』 공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4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