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본 적 없는 자이언트 젤리피시를 찾아서
클로이 새비지 글·그림 / 이현아 옮김 / 40쪽 / 17,000원 / 주니어RHK
아무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할 때 마음은 어떠한가? 기쁨과 설렘 혹은 두려움과 외로움 등의 양가감정이 함께하지는 않는가? 이 감정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행동은 달라진다. 그 경험을 위해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 포기하고 주저앉을 수도 있다. 만약 두려움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갔다면 그 경험에 대한 애정이 커서일지 모른다.
여기 아무도 보지 못한 자이언트 젤리피시를 만나는 게 꿈인 몰리 박사가 있다. 그녀는 몇 년 동안 열심히 연구하고 준비하여 자이언트 젤리피시가 있는 북극으로 모험을 떠난다. 배, 몰리 박사 그리고 대원들의 옷은 모두 빨간색이다. 그들의 간절한 열망을 독자에게 빨간색으로 전한다. 몰리 박사와 훌륭한 대원들의 모습에서 기대와 설렘이 느껴진다.
북극으로 가는 길에 만난 외뿔고래들과 북극에 도착하여 만난 흰돌고래들, 범고래들, 밤하늘에 그려진 환상적인 빛깔의 오로라가 모험의 여정에 함께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계속 시선을 빼앗길 수는 없다. 목표는 자이언트 젤리피시이기 때문이다. 빨리 자이언트 젤리피시를 만나면 좋으련만, 작가는 몰리 박사와 대원들보다 먼저 독자에게 만남을 허락한다. 작가는 몰리 박사와 대원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자이언트 젤리피시를 등장시킨다. 아무도 본 적 없는 젤리피시를 독자가 먼저 만나보는 짜릿함을 선물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등장하는 자이언트 젤리피시 찾기는 그림을 보는 또 다른 재미다.
숨바꼭질하듯 등장하는 자이언트 젤리피시의 모습은 우리가 가진 꿈의 모습과도 같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기대하지만 그것은 손에 잘 잡히지도 보이지도 않는 경우가 많다. 보이지 않는 그 길을 나아갈 땐 답답하고 불안하며 절망 속에서 쉽게 포기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가 있다. 어렵겠지만 그것에 조금 더 몰입하고 끈기를 발휘하는 자세다. 작가는 우리가 꿈을 대할 때 보여야 할 태도를 자이언트 젤리피시와의 숨바꼭질 같은 상황을 통해 서정적으로 보여준다. 몰리 박사와 대원들은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노력해도 자이언트 젤리피시를 만날 수 없으니 말이다. 자이언트 젤리피시가 상상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하고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만나기도 하며, 낙담에 빠지기도 한다. 결국 몰리 박사는 오랜 꿈을 뒤로하고 돌아가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몰리 박사의 간절한 꿈과 노력이 자이언트 젤리피시에게 전해진 걸까? 책을 덮은 후에 펼쳐질 그들의 만남을 상상하니 마음이 뭉클해진다.
우리는 크고 작은 꿈을 가슴에 품고 산다. 꿈을 이루려면 내가 가진 꿈에 대한 확신과 열정, 지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체력, 꿈이 손에 잡히지 않아 낙담하게 될 때 다시 일어서게 하는 회복탄력성 등이 필요하다. 이 그림책은 그 여정의 서사를 세밀하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독자에게 전해준다.
장선화_SP교육연구소 대표, 『그림책을 읽다 너의 마음을 보다』 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4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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