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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나뚜기
Jul 05. 2021
승진 누락했어요. 안 괜찮으니 괜찮냐고 묻지 마세요.
진급에 떨어진 거지 인생에서 떨어진 건 아닙니다.
며칠 전, 남편의 진급발표가 있었습니다.
사실 저의 남편은 소위 말하는 "나이스 하게 일 잘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솔직히 자기가 알잖아요.
내가 여기서 인정을 받는구나.
또는
부족하구나.
본인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지난 1년간 그것을 만회해 보고자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며 아침 6시 출근 저녁 11시 퇴근이라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견디며 버텼습니다.
그러다 보니 참 많이도 주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습니다.
"미리
진급 축하해~"
같은 직장에 있다 보니 저한테도 사람들이 축하를 보내더군요.
진급발표 전날, 아이들과 빵집에 들려 케이크를 예약했습니다
"진급을 축하합니다"라는 레터링과 함께요.
진급 당일 참 많이도 긴장됐습니다.
다들 그토록 고생한 남편이 안되면 누가 진급을 하냐고 했고 전적으로 그 말에 동의했습니다.
남편이 혼자 타지에 나가 고생하고, 전 직장 생활하며 혼자 아이 둘을 길러내고, 아이들은 아빠 없이 자라야 했습니다.
이름이
명단에 없었습니다.
잘못 본 건 아닐까.. 다시 보고 또다시 봤지만
제가 보고 싶은 그 이름이 명단에 없었습니다.
내
가 진급 대상자도 아닌데
머리가 띵 해지고,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
갑자기 다른 사람들이 나를 비웃는 거 같은 기분
내 아이들이 불쌍해지는 것 같은 기분
저 멀리 뒤 쳐 저버린 기분
우리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 되어버린 기분
이 세상에 덩그러니 놓인 기분
아무튼 기분 아주 쒯!이었습니다.
명단에 남편과 동거 동락했던 진급한 동기들 이름이 왜 이렇게 많이들 보이던지요.
남편과 전화연락을 하니 풀이 죽어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거 같은 목소리였습니다.
나는 기분이 쒯같지만 더 쒯같을 남편을 위해 나는 괜찮기로 하기로 했습니다.
"퇴근해! 오늘 같은 날은 여보 먹고 싶은 거 먹고, 하고 싶은 거 하자"
점심이 한참 지났을 3시 무렵 집
에
남편이 왔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서로가 이날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잘 알기에..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진급에 떨어진 거지 인생이 떨어진 건 아니잖아
.
까짓꺼 못하겠음 나와!"
진심이었습니다.
직장에서의 진급이라는 것 하나로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있다는 건 절대 말도 안 되는 거고, 인생은 마라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겁니다.
"
괜찮아? 힘내."
참 많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네.. 솔직히 말하면 안 괜찮아요.
집에 와서 펑펑 울었고요.
멘탈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약인만큼 또 시간 지나면 서서히 깎인 멘탈 올라옵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진급 안된 사람들은 열심히 안 했겠지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겪어보니 알겠더라고요.
진급 누락을 경험해 보신 당신
정말.. 열심히 하셨군요. 당신의 노력을 존경합니다.
꽃은 다 자기가 피는 시기가 있는 거잖아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당신이 필 시기가 안됬을 뿐이에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당신만의 속도로 가세요.
언젠가 당신의 시기가 되었을 때. 만개한 당신의 능력을 보게 될 겁니다.
겨울에 피는 꽃 동백. 늦게 핀다해서 아름답지 않은건 아니다. 동백은 겨울에 피기 위해 봄여름가을..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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