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행복했음 좋았을텐데...나라도 행복해야지.
나는 어릴 때부터 작은 것에 행복을 잘 느꼈다.
8살 크리스마스,
제과점에서 파는 천원짜리
우산모양 통에 담긴 별사탕을
선물로 받았는데 그게 그렇게 좋았다.
일어나면 보이는
파란빛과 핑크색 사이의 새벽녘을 보면
기분이 좋고,
창문을 열면 들리는 지저귀는 참새 소리도 좋고,
아침에 출근 전 내려 마시는 800원짜리 캡슐 커피도 좋고.
크지 않아도 소소한 것에
나는 행복을 참 잘 느낀다.
/
벌써 2년이 지났다.
23년 12월.
향년 66세의 나이로 아빠가 돌아가셨다.
아빠는 평생을 불행하셨다.
돌아가시기 이틀 전에
마지막으로 중환자실에서 아빠를 보았는데,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아빠는 불행의 감옥에 갇혀 계셨다.
너무나 안타까웠다. 죽기 전에도 불행하다니..
아빠의 발인날,
할머니는 너무나 서럽게 우시면서
애가 개울가에서 놀다 팬티를 잃어버렸는데,
그 어린 것을 그리 혼냈다고
이미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를 원망하셨다.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었는데..
아빠가 너무 불쌍했다. 그깟 팬티가 뭐라고.
아빠의 불행은 후천적 요소에서 기인한 것 같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라도 더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눈을 감은 그의 모습이
내가 본 그의 모습 중에 가장 평안했다는게
너무 슬펐다.
/
아빠와 잘 살아보려던 엄마는
동생까지 낳으며 노력해 보았지만,
엄마도 엄마의 인생이 있지.
그래서 동생과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게 되었다.
성정이 강한 나는
할아버지의 강한 성격에
잘 반항해 내며 지냈지만,
아빠처럼 착한 내 동생은
결국 아빠처럼 되었다.
대학교도 못 가보고,
결혼도 못 하고...
아빠는 너무 불쌍하고 그런데,
동생은 또 조금 무섭고 그렇다.
할머니와 고모들은
동생이 너무 짠하다고 한다.
근데 난 이쯤되니
나라도 행복해야겠다는 생각이
더더욱 강하게 들었다.
/
세상은 공평하닌깐,
나는 행복을 잘 느끼는
우월한 유전자를 가졌나보다.
나라도 행복해야지..
몰빵된 행복 유전자를 가진 나는
매일매일 행복함을 느끼며
행복의 우월감을 뿜뿜하며
잘.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