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_04] 비 오는 날, 혼자만의 시간?

(행복 한 스푼) #. 혼자가 아닌 기분도 꽤 나름 괜찮네.

by 달달보드레

나는 비가 오는 걸 좋아한다.

아니, 사실 비가 오는 걸 싫어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좋아한다.

예전에는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참으로 싫었다.

비로 인해서 모든 게 귀찮아졌으니까.

나가 놀기도, 이동하기도, 찝찝한 기분도, 모든 게 다 번거로웠다.

비. 때. 문. 에


그러다,

삶이 더 바쁠수록, 삶이 더 무거워질수록,

어. 느. 순. 간

비가 좋아졌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주었으니까.

가만히 앉아 창밖을 내다보는 고요함을 선물해 주었으니까.


처음엔 서서 멍하니 밖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다.

그러다 의자가 더해지고, 커피 한 잔이 더해졌다.

비 오는 날은 따뜻한 코코아랬나? 아님 따뜻한 아메리카노랬나?

하지만, 얼죽아인 나는 비 오는 날도 아아를 내려,

의자를 끌고 가 툭! 앉아, 창밖을 바라본다.

유리창에 나만의 발을 툭 얹고, 창문에 따뜻한 내 온기로 발자국을 내며 창밖을 바라보는 기분.

그리고 시원하게 들이켜는 아아.

혼. 자. 만. 의. 시. 간.

어릴 때는 혼자라는 것이 참 외로웠는데, 지금의 나에겐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거실의 큰 통유리창이 평상시엔 그곳의 듬성듬성한 지문들이 그렇게 거슬리는데,

빗방울이 걸쳐있는 비 오는 날의 통유리창은 정말이지 너무나 낭만적이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자만의 시간이 깨졌다.


통유리창에 발바닥 하나가 더해졌다.

엄지손가락만 한 발바닥이, 어느덧 손바닥만 한 발바닥이 되어

비 오는 날의 낭만은 어느덧 아들과 함께 되어 조금은 시끌시끌해졌다.

우리는 언제나 함께하는 원+원 같은 존재.


그래도 뭐 나름 괜찮다.

"엄마, 엄마 저 아저씨는 우산 없다. 저 아줌마 뛰어간다. 넘어질 것 같아!

저 차는 와이퍼 왜 안 켜?"....

재잘대는 소리도, 나름 낭만적이다.


이러다...

몇 년 후면 내 옆을 지켜주던 자그마한 발바닥이 사라져

다시 혼자가 되겠지?

그땐 괜찮을까?


그땐 왠지 혼자만의 소중한 시간을 되찾는 기쁨보다, 외로움이 한 스푼 더해질 것만 같다.


내일 또 비가 오려나.? 어느덧 비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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