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_03] 숨소리의 먹먹함, 마음의 답답함
(공감 한 스푼) #. 이젠 말을 하기보다 들어야 나이라는 걸..
by
달달보드레
Aug 22. 2023
이. 관. 개. 방. 증
- 귀와 코를 연결하는 관이 늘 열려 있는 증상
정확한 명칭을 알게 된 지는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증상이 시작된 지, 어느덧 1년 가까이 되었다.
처음엔 한 달에 가끔 한 두 번.
어제 샤워를 잘못했나? 머리 감다 귀에 물이 들어갔나? 에잇. 그러고 말았다.
별거 아닌 줄 알았다.
물을 마시거나, 귀를 몇 번 뻑뻑 누르면
이내 곧 돌아왔으니까.
그러다 한동안 증상이 없어 잊고 살았다.
젊음이 무기라, 아니 삶의 바쁨으로, 그냥 이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이제 젊음의 무기도 내가 뭘 딱히 한 것도 없는데 세월이라는 강적에 뺏겨버리고
삶의 바쁨은 여전하지만, 바쁨으로 잊기에는
그 증세의 빈도가 더 잦아졌다.
생활하는데 불편함을 겪을 정도였으니까.
이 정도가 돼야 병원을 찾는 내
어리석음
을 또 한 번 탓하게 된다.
병원에서는
이. 관. 개. 방. 증
이라고 진단을 내려주었다.
그제야 인터넷을 찾아보니 핸드폰 화면 속 설명하는 증상
한 구절구절마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딱히, 방법은 없고 정 불편하면 병원에 가서 간단한 수술을 하란다.
'간단'과 '수술'은 과연 함께 쓸 수 있는 말일까?
내 마음속에는 아직 수술이란,
간단과 공존할 수 없는 단어
다.
두려움, 불안 뭐 이런 것들이 먼저 떠오르는.
나의 숨소리가 내 귓가에서 들리고,
내가 말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서 웅웅 거리고,
마치 물속에 얼굴을 담그고 있는 채,
귀에 물이 잔뜩 머금어진 상태에서
내 말소리가 웽웽 울리는 기분.
썩 유쾌하지 않다.
어느새.
이내 울리는 내 목소리에
나는 자연스레 말수를 줄이게 되고,
웅웅 거리는 숨소리 덕분에
타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주변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어쩜,
이제는 말을 하기보다 "들어야 할 나이"라는 걸 몸이 신호를 보내는 것 마냥.
나는 겸허한 경청의 태도로 앞으로를 살아가야겠구나.
#. 몸의 신호로 깨닫게 되는
삶의 진리,
그래도 때로는 말을 해야 할 때가, 나도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가 있는데.
이걸 어쩐담. 허.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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