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_03] 숨소리의 먹먹함, 마음의 답답함

(공감 한 스푼) #. 이젠 말을 하기보다 들어야 나이라는 걸..

by 달달보드레

이. 관. 개. 방. 증

- 귀와 코를 연결하는 관이 늘 열려 있는 증상


정확한 명칭을 알게 된 지는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증상이 시작된 지, 어느덧 1년 가까이 되었다.

처음엔 한 달에 가끔 한 두 번.

어제 샤워를 잘못했나? 머리 감다 귀에 물이 들어갔나? 에잇. 그러고 말았다.


별거 아닌 줄 알았다.

물을 마시거나, 귀를 몇 번 뻑뻑 누르면

이내 곧 돌아왔으니까.


그러다 한동안 증상이 없어 잊고 살았다.

젊음이 무기라, 아니 삶의 바쁨으로, 그냥 이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이제 젊음의 무기도 내가 뭘 딱히 한 것도 없는데 세월이라는 강적에 뺏겨버리고

삶의 바쁨은 여전하지만, 바쁨으로 잊기에는 그 증세의 빈도가 더 잦아졌다.

생활하는데 불편함을 겪을 정도였으니까.

이 정도가 돼야 병원을 찾는 내 어리석음을 또 한 번 탓하게 된다.


병원에서는

이. 관. 개. 방. 증


이라고 진단을 내려주었다.


그제야 인터넷을 찾아보니 핸드폰 화면 속 설명하는 증상

한 구절구절마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딱히, 방법은 없고 정 불편하면 병원에 가서 간단한 수술을 하란다.


'간단'과 '수술'은 과연 함께 쓸 수 있는 말일까?

내 마음속에는 아직 수술이란, 간단과 공존할 수 없는 단어다.

두려움, 불안 뭐 이런 것들이 먼저 떠오르는.


나의 숨소리가 내 귓가에서 들리고,

내가 말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서 웅웅 거리고,

마치 물속에 얼굴을 담그고 있는 채,

귀에 물이 잔뜩 머금어진 상태에서

내 말소리가 웽웽 울리는 기분. 썩 유쾌하지 않다.


어느새.

이내 울리는 내 목소리에

나는 자연스레 말수를 줄이게 되고,

웅웅 거리는 숨소리 덕분에

타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주변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어쩜, 이제는 말을 하기보다 "들어야 할 나이"라는 걸 몸이 신호를 보내는 것 마냥.

나는 겸허한 경청의 태도로 앞으로를 살아가야겠구나.


#. 몸의 신호로 깨닫게 되는 삶의 진리,

그래도 때로는 말을 해야 할 때가, 나도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가 있는데.

이걸 어쩐담. 허.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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